스쿨존에 서면 작아지는 운전자, 툭 쳐도 2주 진단 나오면 징역형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3.29 08:53
  • 수정 2020.03.29 08:56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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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개정안 '민식이법'이 시행됐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내의 교통사고 운전자 가중처벌과 보호시설 강화가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스쿨존 어린이 사고를 예방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민식이법은 법안 발의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금까지 가중처벌 조항의 형평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서다. 개정안의 초점은 스쿨존 보호시설 강화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신호등을 설치하고 무인 과속 단속기를 설치하며, 과속방지턱도 강화해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프라를 확충하자는 것이다. 운전자의 처벌조항도 강화됐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한 운전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순간의 실수로 가중처벌 대상이 되면서 다른 형사처벌 조항보다 과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이는 살인사건에 준하는 처벌이며 따라서 독소조항으로 지적된다.

이미 시작된 만큼 운전자는 조심할 수밖에 없지만 첫 번째 희생자가 어린이를 둔 학부모, 학교 교직원, 배달원, 퀵서비스 등 어린이보호구역 출입 빈도가 많은 누군가가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그 대상은 모든 국민이다. 누구도 전국에 있는 약 1만6000여 곳 어린이보호구역을 벗어나 운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중 처벌 조항이 시속 30Km 이상, 스쿨버스 추월, 신호 위반 등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했을 때라고는 해도 상황에 따라 애매모호한 법 해석이 가능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주의 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동시에 강화된 인프라와 인식의 제고가 필요한 성역이기도 하다. OECD 국가 대비 가장 낙후된 어린이 사고가 많은 만큼 당연히 개선해야 하고 벌칙조항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다른 분야의 형평성 대비 무리한 독소 조항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당장은 운전자가 더욱 조심해야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 이상으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안전의식을 위한 교육이 전혀 없고 성인이 돼도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운전면허제도를 거쳐 도로에 나오는 인큐베이터식 운전을 하고 있다. 선진형 교통안전교육을 어릴 때부터 의무화하고 성인이 되면 제대로 된 운전면허제도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진단서의 남발도 막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약 60%가 2주 이상의 진단서를 발급받는 유일한 나라다. 일본은 약 6%에 불과하다. 따라서 아무리 경미하거나 외상이 없어도 스쿨존 사고는 안전의무 불이행으로 1년 이상의 징역을 각오해야 한다. 

규정을 지켜 안전운전을 해도 불가항력적인 사고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횡단보도에서 정지된 상태로 대기 중인 차량에 아이가 달려들어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민식이법이다. 법규 위반자, 특히 스쿨존에서의 부주의한 운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억울하게 또는 형평에 맞지 않는 과도한 법적 처벌을 받는 국민이 없도록 보다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식이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벌써 20만 명이 동의했다. <외부 기고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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