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4세대 쏘렌토, 봄꽃 그리고 습식 8 DCT에 취하다

  • 입력 2020.03.27 10:17
  • 수정 2020.03.29 09:3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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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어수선해도 꽃 피워내는 봄은 막지 못했다. 볕이 잘 드는 야트막한 둔덕 개나리색이 어김없이 짙어졌고 야트막한 산자락 여기저기 푸른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강 마리나 컨벤션센터의 풍경도 다르지 않았다. 연록 새순의 무게에 눌린 듯 늘어진 버드나무 사이사이 기아차가 공들여 만든 색색의 4세대 쏘렌토가 가득 정렬해 있었다.

신형 쏘렌토는 신규 플랫폼, 스마트 스트림 D2.2 엔진, 진보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온갖 새로운 것들로 가득하지만 가장 먼저 살펴보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다. 현대차, 기아차 가운데 최초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습식 8DCT'. 습식 8 DCT는 처음 등장한 2017년만 해도 현대차 고성능 버전 N 라인에 우선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예상을 깨고 평범한 중형 SUV 쏘렌토에 처음 적용됐다.

단판 클러치가 서로 맞물려 있고 공기로 열을 식히는 건식과 달리 습식 트랜스 미션은 다판 클러치로 구성돼 있고 오일을 이용해 윤활을 돕고 열을 식힌다. 건식보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출력이나 토크의 수치가 높아 고성능 모델에 주로 사용된다. 여기에 변속 타이밍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 듀얼 클러치(DCT)가 맞물린 것이 스마트스트림 습식 8DCT다.

관심이 높았던 만큼 습식 8DCT 얘기부터 풀어 나가야겠다. 자유로 입구부터 쏘렌토를 매섭게 몰아붙이자 습식 8 DCT의 장점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최대 가속에 대응하는 순발력, 매끄러움이 기가 막힐 정도로 완벽했다. 패들 시프트로 빠르게 단수를 올리고 내릴 때, 레드존 인근까지 엔진 회전수를 과격하게 끌어 올려도 얄미울 정도로 차분하게 받아들인다.

8단이라는 다단 기어, 2개의 클러치로 빠르고 부드럽게 대응해 주는 듀얼클러치, 한계점이 높아진 습식의 환상적인 궁합이 신형 쏘렌토를 비슷한 체급의 세단 이상으로 재미있는 운전을 하게 만든다. 초기 탑재 모델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겠지만 장담하는데 지금 신형 쏘렌토는 습식 8DCT 하나만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봐도 좋다.

습식 8DCT가 제어하는 힘은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에서 나온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02마력(마력), 최대토크 45.0kgf·m의 힘을 발휘한다. 기존 모델과 출력과 토크의 최대치에 변화는 없지만 14.3km/ℓ(복합연비/5인승 18인치)의 연비는 눈여겨 볼 점이다. 기존 쏘렌토 대비 0.9 km/ℓ 개선된 수치로 습식 8DCT의 여러 장점 가운데 기아차가 연료 효율성에 더 집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의도에서 파주 헤이리를 왕복하는 짧은 구간의 시승이었지만 20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6인승 4WD 트림인 시승 차 쏘렌토도 비슷한 연비를 기록했다. 빨라지면서 양립하기 어려운 연료 효율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조용했던 것도 인상적이다. 1열의 2중 흡차음 유리 또 소홀하기 쉬운 부분까지 흡·차음재를 풍족하게 사용했다.

고강성 프레임으로 엔진을 단단하게 조여 매 외부에서도 진동 소음이 크지 않았다. 드라이브 모드 간 변별력은 크지 않았다. 엔진 사운드가 살짝 날카로워지고 가속 응답성이 조금 빨라지는 것 정도다. 트랙션과 토크를 제어해 진흙 길, 모랫길, 눈길에서 쉽게 탈출 할 수 있는 모드도 마련돼 있다.

외관, 실내의 디자인 특징이나 구성은 보통의 SUV와 크게 다르지 않다. 외관은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의 장벽을 허물고 세로형으로 우직함을 강조한 버티컬 타입 LED 램프, 큼직한 레터링의 엠블럼으로 요즘 변화하고 있는 기아차의 새로운 패밀리룩에 충실했다.

실내는 12.3인치 클러스터, 10.25인치 내비게이션이 품고 있는 기능들이 유용하고 편리했다. 운전 모드에 따른 클러스터의 변화(특히 스포츠 모드의 스피드 미터가 압권이다)도 새롭고 카투홈, 기아 페이, 디지털 키 등 첨단 인텔리전트 시스템도 가득하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리어램프의 형상과 비슷한 송풍구, 대시보드 패널 일부에 사용된 독특한 패턴, 다이얼로 된 전자식 변속기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송풍구는 쏘렌토가 SUV라는 것을 상기 시켜 주고 명품 보테가 베네타가 연상되는 패널의 패턴은 조잡했다. 크리스털 라인 무드 램프가 1열에서 끝나는 것도 아쉬웠다. 레버를 잡는 나름의 멋은 사라졌지만, 덕분에 콘솔 부는 정갈해졌고 드라이브 모드 선택 다이얼을 큼직하게 배치하고 쏘렌토라는 차명까지 새겨 넣을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확보됐다.

6인승(3열) 시트로 구성된 실내는 자유스럽게 공간을 꾸미고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2열은 팔걸이까지 있는 독립식 시트로 구성돼 있고 컵홀더, 다양한 충전 포트(USB, 12V, AC 220V)가 마련돼 있다. 중간부가 트여있어 꼭 시트를 접지 않고도 3열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3열은 시트가 조잡할 뿐 아니라 포지션이 높아 성인이 타기에는 무리가 있다. 접지 않으면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공간도 확보되지 않는다. 그래서 6인승은 애매한 부분이 있다.

시트 위쪽에 있는 버튼과 러기지 룸 버튼으로 2열워크인과 폴딩이 가능하지만 3열은 끈을 당겨서 접고 펴는 수동식이다. 2열 스마트 원터치 폴딩도 접기만 가능하고 펼 때는 직접 수고를 해야 한다. 토요타와 혼다 등 비슷한 체급의 경쟁차가 2, 3열 시트 베리에이션에 많은 공을 들여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했고 다양한 구성을 하고 있는지 참고할 필요가 있다.

가격은 2948만 원부터 시작한다. 시트의 구성, 2WD냐 4WD냐, 4개의 트림과 여기에 맞춰 제각각 선택이 가능한 복잡한 구성에 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최고급형인 시그니처(3960만 원)에 파노라마 선루프(115만 원), 4WD(230만 원), 드라이브 와이즈(90만 원) 정도만 추가해도 4000만 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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