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를 달리고 싶은 '이륜차' 車 전용도로부터 허용해야

[기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명목만 있는 전용도로 통행 등 전향적 검토

  • 입력 2020.03.22 08:17
  • 수정 2020.03.22 08:21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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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도로의 시스템과 운전자 의식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됐다. 교통 관련 제도의 개선과 규제로 연간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도 급격하게 줄었다. 그런데도 운전면허제도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면허를 취득하고 관리하는 측면에서 적극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분야가 이륜차다. 이륜차는 등록 및 사용 신고, 유지 및 관리, 보험, 검사, 폐차에 이르기까지 방치돼 있다시피 하다. 이륜차 운전자의 의식도 낙후해 보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불법 통행과 주차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주무부터인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은 손을 놓고 있다.

정치권도 표만 의식해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이륜차의 고속도로,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원입법이 진행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과연 국내 도로의 특성으로 봤을 때 이륜차의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전용도로 통행에 문제는 없을까.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을 제한하는 현행 도로교통법은 이미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륜차 운전자들은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통행을 제한하고 있으며 도로 이용의 효율성 그리고 안전에도 문제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끈질기게 통행 허용을 요구해 왔다.

88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이륜차의 고속도로 통행은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자동차가 급증하면서 부정적인 지적이 쏟아졌고 이후 개선을 목적으로 일정 기간 통행을 제한했다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헌재나 의원입법 등을 통해 '고속도로 통행 허용'을 요구하는 시도가 있겠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바뀌기 이전에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몇 가지 부분에서 전향적인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륜차가 더 간절하게 통행이 허용되기 바라는 곳이 '고속도로가 아닌 자동차전용도로'라는 것이다. 이륜차 운전자 입장에서도 고속도로 통행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하루 평균 2명 이상의 이륜차 사고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퀵서비스 등의 운행이 많은 교통 현실에서 고속도로 허용은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전용 도로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자동차 전용 도로는 일반 도로와 구분이 쉽지 않을 정도로 바로 연결돼 있어 자신도 모르게 진입하는 경우가 많고 5분이면 충분한 거리를 50분을 돌아가야 하는 황당한 곳도 수두룩하다. 신호등, 횡단보도가 설치돼 이미 기능을 상실한 자동차 전용 도로가 전국에 100여 곳이나 되지만 명목에 막혀 이륜차의 통행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 목적에 목적지가 있어도 자동차 전용 도로를 갈 수 없는 이륜차는 먼 거리를 우회해야 하는 어이없는 일이 이런 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태조사를 하고 당연히 전용 도로에서 해제해야 하지만 경찰청 등은 손을 놓고 있다. 우선은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의 이륜차 통행을 허용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 경우도 퀵서비스용 이륜차가 진입할 경우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약 800cc 이상의 대용량을 우선 허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일정 크기를 갖고 있어 도로에서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적을 수 있다. 올림픽 도로와 강변북로 등 일부 구간에서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대배기량 이륜차를 사용신고제도가 아닌 등록제로 바꾸는 방법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자동차로 분류돼 이륜차 운전자의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부과할 수 있다. 대배기량 이륜차는 일반 자동차보다 고가인 경우도 많지만 사용신고제도로 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하면서도 자동차세는 꼬박꼬박 부담하고 있다. 권리는 없고 책임만 있던 셈이다.

이륜차 운전자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 이륜차의 전용 도로, 고속도로 통행 허용에 반대하는 여론이 많은 것도 무질서하고 위협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국민들이 가진 이런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만 한다.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와 함께 운전자의 자발적인 준법의식 그리고 관련 협회의 노력이 함께 있어야만 고속도로를 달리는 이륜차의 꿈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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