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유감 단종차 #6. 대우차 에스페로 '스타일이 빛난다 화려함이 달린다'

  • 입력 2020.03.10 09:10
  • 수정 2020.03.16 16:3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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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엠블럼을 달고 1990년 9월 국내 출시된 '에스페로'는 앞서 중형 세단 시장을 선점한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겨냥해 대우차 최초의 독자개발 타이틀과 함께 야심 차게 탄생한 모델이다. 지금 봐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은 당시로는 생소한 0.29Cd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하며 날렵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한껏 강조했다. 특히 에스페로의 공기저항계수는 2008년 현대차 제네시스가 출시되기까지 약 18년 동안 유지될 만큼 시대를 앞선 설계로 일컬어진다. 

당시 TV 광고 영상 중 F-14 전투기와 함께 영화 '탑건'을 오마주한 연출로 도로를 질주하는 에스페로를 기억한다면 차량 콘셉트를 단번에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일이 빛난다. 화려함이 달린다. 에스페로" 성우의 강렬한 음색은 지금도 뇌리에 남는다.

중형 시장을 겨냥한 만큼 초기형 모델은 '르망 임팩트'에 사용되던 2.0리터 CFI 엔진을 탑재해 최고 출력 100마력, 최대 토크 16.2kg.m을 발휘했다. 또 정지상태에서 200m 도달까지 11.4초의 순간 가속성, 0.566의 등판능력과 함께 정부공인 연비 기준 수동변속기 모델이 13.52km/ℓ, 자동변속기 12.23km/ℓ로 동급 경쟁차종 중 가장 우수한 연료 효율성을 지녔다.

다만 1991년 3월에는 대우차 최초로 자체 개발한 1.5리터 DOHC 엔진이 에스페로에 새롭게 얹어지며 주력 파워트레인이 변신한다. 해당 엔진은 100마력의 최고 출력과 14.8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했다. 이후 에스페로는 1992년 택시 트림의 추가와 함께 1.6리터 LPG 엔진을 탑재한 모델까지 선보인다. 이후 에스페로는 '프린스'와 '르망' 사이 경제적 중형급 세단으로 새롭게 포지션을 잡으며 현대차 엘란트라와 경쟁을 펼친다.

무엇보다 에스페로의 가장 큰 특징은 당시 대우차 라인업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던 외관 디자인을 꼽을 수 있다. 차체 스타일링은 1912년 이탈리아 토리노에 설립되어 람보르기니 '미우라', 시트로엥 '잔티아' 등을 선보인 그루포 베르토네를 통해 완성됐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삭제한 과감한 전면부, 선을 줄이고 면을 강조한 보닛, 사다리꼴 형태의 헤드램프는 이전 국산차에서 찾아볼 수 없던 혁신적 디자인이다. 또 유독 전장이 길게 느껴지는 측면부는 그 흔한 캐릭터 라인 하나 넣지 않고도 매우 날렵한 형상을 이룬다. 여기에 콘셉트카에서 이어진 독특한 리어 글래스 구조는 에스페로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실내는 사실상 대우차 최초의 전륜구동 중형차로 시작된 모델인 만큼 여유로운 공간 확보에 중점을 뒀다. 뒷좌석 공간도 후륜구동에 비해 넉넉했고 트렁크 공간은 560ℓ까지 확보해 차주들에게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약 4년여의 개발 기간 동안 1300억원을 투자해 'J카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탄생한 에스페로는 차명 'ESPERO(스페인어, 희망)'에서 짐작할 수 있듯 대우차의 큰 기대를 안고 탄생한 모델이다. 1997년 후속 모델인 '누비라'에게 자리를 넘기기까지 54만여 대가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팔린 만큼 나름의 선전을 보여줬다. 앞서 신진공업에서 시작한 대우차 역사 속에서 첫 독자 모델로서 국내 세단 시장의 상품성을 격상 시킨 차량으로서 모두의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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