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줄줄이 취소 모터쇼 대신 '이것'에 집중하는 자동차

  • 입력 2020.03.02 10:16
  • 수정 2020.03.02 11: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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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도 우리와 다르지 않게 10년 단위에 각별한 의미를 두는가 보다. 1931년 시작해 올해로 90회째를 맞는 '2020 제네바 모터쇼'도 예년보다 각별한 신경을 썼다. 관람객이 전동화 자동차를 체험할 수 있는 'DISCOVERY DRIVE',  전문가 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예상 관람객 수는 60만명으로 잡았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 19에 발목을 잡혔다. 제네바 모터쇼는 공식 행사(3월2일)가 시작되기 나흘전인 지난달 28일, 스위스 정부의 지침에 따라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람보르기니, 포드, 볼보, 닛산과 인피니티, 마세라티 등이 불참했어도 망백(望百, 100세를 바라보는 나이)을 코앞에 둔 관록답게 제네바 모터쇼는 역대급 월드 프리미어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라 있었다.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는 완성차 업체의 각오도 남달랐다. 현대차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유럽 진출이라는 숙원을 제네시스 공개로 풀어나갈 예정이었고 현지에서 인기가 많은 소형 해치백 i20의 3세대 공개를 준비했지만 낭패를 보게 됐다.

기아차 역시 신형 쏘렌토 월드 프리미어를 접어야 했다. 브랜드의 주력 E클래스의 부분변경 공개를 준비한 메르세데스 벤츠, 무려 4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앞세우려 했던 BMW, 8세대 신형 골프 GTI · GTD로 분위기를 다잡으려 했던 폭스바겐도 맥이 빠져 버렸다. 제네바 모터쇼 참가를 기점으로 유럽 진출을 노리던 중국과 인도 그리고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신생 업체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2020 제네바모터쇼는 세계 최초, 유럽 최초로 소개될 신차가 150개에 달했다. 전시되는 모델의 수도 900개 이상으로 예정돼 있었다. 모터쇼의 취소로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 공개 일정 차질과 함께 막대한 금전적 피해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제네바 모터쇼만을 위해 작지 않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콘셉트카, 쇼카는 처치마저 곤란한 지경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어느 장소보다 비싼 스위스 팔렉스포 참가비, 전시 차량을 준비하고 무대를 꾸미고 인력을 투입하는데 못해도 수십억 원을 썼을 것"이라며 "개최일이 임박한 상태에서 취소됐기 때문에 모터쇼를 준비한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바모터쇼 측도 스위스 정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당장은 참가 업체가 지불한 비용을 환불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터쇼 취소에 따른 후유증은 크겠지만 이번 사태는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던 모터쇼의 생태 변화를 실험해보는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제네바 모터쇼가 취소를 결정한 직후, 몇몇 브랜드는 모터쇼에 출품하려 했던 신차나 콘셉트카를 소셜미디어를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로 보여주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성급할지는 몰라도 어쩔 수 없는 대안으로 선택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효과에 따라 모터쇼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포드나 볼보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수십억 원의 비용을 들여 모터쇼에 참가하는 것보다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에 공을 들여왔고 주목할 효과를 보고 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모터쇼 이상의 흥행을 거둔 사례는 많다. 유럽의 모터쇼가 평균 6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들인다고 해도 소셜 네트워크 스트리밍 조회 수는 그 이상이다. 수천만 명이 관심을 보인 영상도 수두룩하다.

모터쇼가 1회성 전시로 끝나는 것과 다르게 3개월 전 포드의 '머스탱 마하 E' 스트리밍 조회수는 100만건이 넘었고 지금도 보고 있다. 모터쇼 비용과 비교도 되지 않는 저렴한 비용으로 시간과 지역, 거리의 제한 없이 모터쇼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네바 모터쇼의 취소로 상당수의 업체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한 라이브 스트리밍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분석이 나올 전망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대부분은 '모터쇼 이상의 반응이나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남아있는 모터쇼는 이전보다 더 곤란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4월로 예정된 2020 뉴욕 오토쇼가 첫 실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모터쇼보다 더 광범위하게 전파되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위력이 제네바 모터쇼의 취소를 계기로 검증된다면 5월로 예정된 부산 모터쇼, 6월로 개최일을 연기한 베이징 모터쇼참가를 고민하는 업체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다. 제네바 모터쇼 취소로 대안으로 선택한 스트리밍 서비스가 모터쇼의 존폐를 가를지도 모를 일이 됐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19로 참가를 포기하려는 업체가 나오면서 2020 뉴욕 오토쇼도 행사 취소를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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