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열전 #9 'G70 vs 스팅어' 고달프고 외로운 스포츠 세단 경쟁
맞짱열전 #9 'G70 vs 스팅어' 고달프고 외로운 스포츠 세단 경쟁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0.02.2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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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프(SCOUPE)를 기억해보자. 현대자동차 스쿠프(프로젝트명 SLC, Sports Looking Coupe)는 1989년 도쿄모터쇼 데뷔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엑셀을 베이스로 한 국산 최초의 2도어, 현대차는 '스포츠 패션카'로 분류했다. 시작은 미쓰비시 오리온 엔진(1.5ℓ)이었지만 현대차가 독자 개발한 같은 용량의 알파 엔진으로 독립했고 이후 추가된 터보 버전은 최고 시속 205km로 그 때 가장 빠른 국산차로 이름을 올렸다.

국산 최초의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은 갖고 있었지만 최고 출력 129마력, 최대 토크 18.3kg.m라는 수치는 민망했다. 그래도 스쿠프는 연예인과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티뷰론, 투스카니 그리고 그 정점으로 볼 수 있는 고성능 브랜드 N과 제네시스 G70으로 이어지는 현대차 스포츠카 그리고 고성능 계보의 시작점이 됐다. 여기에는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며 영입한 '피터 슈라이어'의 걸작으로 꼽히는 기아차 스팅어도 포함이 된다.

SUV보다 긴 역사를 갖고 있지만 국산 스포츠 세단은 고달프고 외로운 경쟁을 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처럼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2018년)를 거머쥔 제네시스 G70, 유수의 디자인상, 고성능을 평가받은 스팅어도 많이 팔려야 대접을 받는 현실로 보면 찬밥과 다르지 않은 처지다.

기아차 스팅어는 지난해 고작 3600여대를 파는 데 그쳤고 그나마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 수상에 더해 2019년 북미 올해의 차 수상으로 약발이 보태진 G70은 1만7000여대로 선전했다. 부분변경을 앞두고 시작한 올해 출발은 더 초라하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G70은 절반의 벽이 무너진 630대, 스팅어도 다르지 않은 150여대에 그쳤다.

수더분한 세단이나 SUV에 익숙한 환경에서 악전고투하고 있지만 G70과 스팅어는 웬만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스포츠 세단에 비견될 수 있는 내공을 갖고 있다. 우선 G70. 전작을 제네시스 쿠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전혀 다른 차다. 현대차 그룹이 무차별적으로 영입한 독일 영재들이 손을 댔고 후륜 구동을 기반으로 2.0 가솔린 싱글 터보, 3.3 가솔린 트윈 터보, 2.2 디젤로 파워트레인 라인업의 성능 수치는 어마어마했다. 

최상위 3.3T 스포츠 프레스티지의 스펙은 누구도 부럽지 않다. V6 3.3 T-GDi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려 370마력의 고출력과 52.0kgf.m의 고토크가 쏟아져 나오고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 스포츠 전자제어 서스펜션, LSD(차동제한 장치), 브렘보 브레이크,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 HTRAC와 같은 필수 기능이 죄다 적용됐다.

외관이나 실내는 고급 소재와 첨단 편의 및 안전 사양으로 꾸며졌다. 2열이 비좁다는 것, 변별력이 부족한 스포츠 모드, 승차감이 무르다는 지적은 있다. 이 가운데 2열이 비좁다는 불만은 나오지 말아야 할 것이다. 스포츠 세단 아닌가. 이에 반해 플랫폼, 파워트레인 등을 공유하는 스팅어는 다른 건 몰라도 2열 공간에서 큰 불만이 나오지 않는다.

휠 베이스를 보면 스팅어는 2905mm로 일반적인 동급의 세단과 견줘도 크지만 G70은 2835mm로 고만고만하다. 외관과 실내의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도 스팅어가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성능 실현을 위한 패키지는 G70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외와 다르게 디자인과 사양, 뛰어난 성능에도 국산 스포츠 세단에 대한 반응이 국내에서 달궈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현대차 영업 관계자는 "아이고 뭐 3 시리즈(BMW)는 팔리나요"라고 반문했다. 스포츠 세단이라는 시장이 아직은 활짝 열리지 않은 탓을 빗댄 것이다. 그는 "디자인이나 성능에 끌려서 왔다가도 열에 아홉은 시트가 딱딱하다, 좁다, 불편하다, 그렇게 달릴 데가 어디 있어, 비싸다는 얘기로 끝내고 돌아선다"라고 말했다.

스포츠 세단의 특성이나 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장의 정서가 당장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어느 나라고 특별한 차는 유별나거나 가속감에 중독된 마니아의 제한적인 수요로 딱 우리만큼 팔린다. 몇 대를 팔았는지보다 브랜드의 고성능 이미지를 구축하고 열혈 충성 고객의 니즈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G70, 스팅어는 제값을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올해 부분변경을 앞둔 G70과 스팅어는 스마트스트림 2.5 터보엔진의 투입으로 더욱더 힘있게 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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