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짱열전 #7 '그랜저 대 K7' 역대급 부분변경의 뜨거운 경쟁

  • 입력 2020.02.18 10:12
  • 수정 2020.02.18 11: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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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신차로 데뷔해 세대를 다할 때까지 몇 번의 탈피(脫皮)를 한다. 짧게는 해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가볍게 연식 변경이 이뤄지고 중간 중간 여기저기 손을 대 분위기를 일신하는 부분변경, 더 길게 가져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4년 또는 5년 주기로 세대를 바꾸는 완전 변경이 이뤄진다.

범퍼를 포함한 외관의 디테일 또는 실내 구성 따위에 변화를 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거나 시기에 맞는 편의 또는 안전 사양을 추가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보통이었던 부분변경의 개념을 바꿔버린 모델이 작년 6월 등장한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 프리미어'다.

흔한 말로 '신차급 변화', 작년 6월 공개된 K7 프리미어는 차체의 크기는 물론 새로운 파워 트레인이 탑재되고 세계, 국내, 동급 최초의 사양이 넘치게 추가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 때까지 경쟁 모델 현대차 그랜저는 누적 판매 4만여 대(2019년 1월~5월)로 펄펄 날고 있었고 K7은 1만5000여 대로 상대가 되지 못했다.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K7 프리이머는 사전 계약 첫날 2500대, 영업일 8일 만에 8000대를 기록하더니 6월 이전 2000대 수준으로 떨어졌던 월간 판매 대수가 7월 이후 6000대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한계가 있는 시장의 특성상 K7 프리미어의 수요 증가는 경쟁차 그랜저의 약세로 이어졌다.

그랜저는 작년 2월과 5월을 빼고 매월 1만 대 이상의 기록적인 실적을 냈지만 K7 프리미어가 등장한 6월 6000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9월에는 4000대 수준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11월 더 파격적인 변화가 시도된 그랜저 부분변경 '그랜저 2020'이 등장하면서 다시 반전이 이뤄진다. 

그랜저는 부분변경 투입 출시 첫 달 1만 대를 회복했고 12월에는 1만3000대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다. 올해 1월 판매는 그랜저가 9300대, K7은 3900대다. 기아차는 1월 임금협상 등의 이유로 계약 대기자에 제때 출고를 하지 못하면서 K7의 판매 수치가 다소 떨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차종과 차급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부품을 공유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객관적으로 비교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디자인 변별력을 확실하게 가져가면서 전혀 다른 성격의 판이한 모델을 만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K7은 부분변경의 전장까지 늘렸고(+25mm/4995mm) 인탈리오(Intaglio: 음각) 라디에이터 그릴,  제트라인(Z-Line) LED 주간주행등, 스마트스트림 G2.5 GDi 엔진, 전자식 변속레버(SBW), 12.3인치 풀 칼라 TFT LCD 클러스터와 같은 '최초'의 사양으로 무장했다.

같은 해 11월 출시된 그랜저는 파격의 강도가 더 셌다. '성공'을 테마로 한 광고 전략이 옥에 티로 불리기는 했지만 전장을(+60mm/4990mm) K7에 가깝게 늘리고 휠 베이스(2885mm)에도 손을 대면서 브랜드의 플래그십다운 위용을 갖춘 외관을 과시한다.

실내도 다르지 않다. K7은 수평을 강조한 반듯한 라인을 강조했지만 그랜저는 센터 디스플레이와 대시보드 레이아웃을 부드럽고 완만한 곡선으로 꾸며놨다. 파워 트레인 또 편의나 안전 사양의 구성은 큰 차이가 없다. 고만한 것들을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부르거나 트림 구성으로 차이를 둔 정도다.

따라서 그랜저와 K7의 경쟁은 생산 능력의 한계와 가격에서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그랜저는 월 9000대 수준의 공급이 가능하지만, K7은 6000대 수준에 불과하다. 공급 능력이 충분한 그랜저와 달리 K7은 수출도 앞두고 있어 6000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판도를 바꾸기가 구조상 불가능하다.

가격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사실 차이가 크지는 않다. 스마트스트림 2.5 파워트레인을 기준으로 그랜저(3350만원)보다 K7(3250만원)이 조금 낮게 출발한다. 한편 현대차 영업점 관계자는 "그랜저는 가족형, K7은 오너형 성격이 강하다"며 "K7을 둘러보고 그랜저를 살피러 오거나 혹은 반대로 움직이는 소비자가 어떤 모델을 선택했는지를 보면 그렇게 이유가 갈린다"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그랜저와 K7에 집중하는 이유는 또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수요를 이끄는 SUV에 세단의 위세가 꺾이고는 있지만 준대형 시장의 볼륨은 작지가 않다. 코로나 19로 공장 가동이 셧다운되는 사태를 극복하고 두 모델이 어떤 경쟁을 펼쳐 나갈지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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