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려도 시원찮은 '전기차 충전기'가 철거되고 있는 황당한 이유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2.16 09:25
  • 수정 2020.02.16 09:27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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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이슈 중 하나는 전기차 충전기 요금 현실화다. 한전이 충전 요금을 현실화하겠다고 선언했고 단계적인 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한전의 전기차 충전 요금 현실화는 탈원전 이후 누적 적자가 커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이해된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책임 유무는 다음 정권에서 따질 문제지만 확실한 대안없이 진행되면서 나온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전기차 증가와 더불어 전기료 상승은 당연하고 국민과 다른 산업 분야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한전 입장에서 누적되는 적자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문제는 한전의 전기료 인상 정책으로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충전기 인프라 구축에 커다란 걸림돌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은 미래 먹거리 측면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일반인들이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충전 시설의 부족이다. 이는 충전기 활성화가 전기차 보급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 질적인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전국에 1만4000기 정도의 공공용 충전기가 설치됐다. 엉뚱한 것에 설치된 충전기 있고 보조금을 타려는 사업자가 무분별하게 설치한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양적 팽창 전략은 통했고 따라서 이제는 질적 관리가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올해도 전기차 6만대가 보급될 예정이고 충전기는 더 필요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충전기용 전기료를 올리고 충전기당 기본요금을 받겠다고 하는 것은 정부의 전기차 활성 정책에 크게 역행하는 것으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용 급속충전기 요금은 현실화에 맞추어 올리는 것이 맞는다고 할 수 있지만 급속충전기는 비상용과 연계용이 목적인 만큼 일반인들이 일반적으로 충전하는 방법은 심야용 완속 충전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하루 중 여유 있는 잉여전력을 사용할 수 있게 소비자를 이끄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가장 저렴한 충전 전기료를 찾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도 하루 중 가장 비싼 전기료와 저렴한 전기료의 차이가 20배가 난다. 전기차 충전을 위해 저렴한 시간대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한전 정책 중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기본요금이다. 

기본요금은 전기설비를 확장하면서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본 비용이지만 충전기의 경우는 성격이 다르다. 환경부는  보조금을 주면서 수년 이상 충전기 설치에 사활을 걸었는데 이제 와서 설치된 충전기의 허용 용량에 따라 기본요금을 내라는 것도 맞지 않는다. 민간 기업도 비용을 들여 미래를 위해 충전기 설치에 투자해 왔는데 인제 와서 일종의 통행세를 내라는 격이다.

한전이 책정한 충전기당 기본요금은 7kW당 2만원, 따라서 민간 기업은 사용하지도 않는 충전기 비용으로 많게는 매달 수억 원 이상을 내야 한다. 충전량이 많고 적고와 상관없이 충전기를 설치하면 무조건 기본요금을 내라는 것이어서 영세 충전 사업자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전이 시행 기간을 6개월 유예하고 하반기부터 절반만 받겠다고 했지만 회복 불가능한 연명 조치에 불과하다. 

정부의 한쪽에서는 충전기 설치를 독려하며 비용까지 지원하는데 한쪽에서는 통행세를 내라고 돈을 걷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는 이미 기본요금이 부과된 인입 전기용량을 다시 나누어 이동용 충전기를 설치하기 때문에 기본요금 부과 대상이 아닌데도 한전은 부과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직접 B to C에 진출한 한전은 직접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지만 기본요금은 받지 않는다.

정부 지원을 받아 민간 기업이 설치한 충전기는 기본요금을 부과해 고사 시키고 한전 자신이 설치한 충전기는 기본요금조차 받지 않는 만큼 민간 기업과 경쟁을 하겠다는 것도 황당하다. 원론적으로 한전은 공공기관인 만큼 직접 민간 비즈니스 모델에 관여하기보다는 인프라 구축 등 민간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중요한 만큼 진입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전기차 보급과 충전기 인프라 사업 등은 무엇보다 민간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민의 돈으로 언제까지 보조금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원도 한계가 큰 만큼 내연기관차와 치열하게 싸워서 독자적으로 승리하려면 민간 비즈니스 모델의 활성화가 답이다. 이때를 기회로 보고 충전기 사업자 간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공공적인 측면이나 미래 민간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한전의 기본요금 부과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사용하지도 않는 충전기에 비용을 부과하는 일은 있어서도 안 된다. 정부 간 엇박자, 정책의 역행으로 결국 전기차 시장 초기에 주도적으로 충전기를 설치한 민간 사업자만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 기본요금 부과 정책은 당장 철회되고 대통령도 관심을 두길 바란다. 이 시간에도 힘들게 설치한 충전기 시설이 기본요금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철거되고 있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우스운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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