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품질경영' 퇴보, 국내 소비자 역차별 해소해야

마케팅인사이트, 국내 및 해외 품질평가 분석

  • 입력 2012.07.11 12:1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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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추세라면 내년에는 기아차가 현대차의 품질 수준을 추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케팅인사이트가 국내 품질 분석자료와 J.D.파워사의 2012년도 미국시장 초기품질조사(IQS)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초기 품질은 2004년 이후 정체된 반면, 기아차는 꾸준하게 상승하면서 내년에는 역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시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2007년 이후 품질이 뒤쳐지고 있으며 최근 2년간 더욱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퇴보하는 품질, 국내 소비자 불만 더 커=한국과 미국에서의 산업평균을 중심으로 초기품질이 어떻게 변했는지 비교한 결과를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국내가 더 높다.

한국과 미국의 초기품질 추이는 유사하지만 한국에서의 고장•문제점 수가 미국 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최근 결과는 한국이 100대당 평균 198건으로(PP100), 미국의 102건보다 두 배에 달한다.

실제 객관적 품질은 어떨지 모르지만 주관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이 두 배의 고장•문제점을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0년간의 추이도 다르다. 미국의 100대 당 경험 문제점 수의 산업평균은 2002년 133건에서 2012년 102건으로 23%의 개선을 보였다. 큰 기복 없이 점진적으로 품질 수준이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처음 조사를 실시한 2002년 310건에서 2011년 198건으로 112건이 줄어 36%의 개선을 보였지만 미국과 달리 감소 후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차이다.

한국은 2009년 167건으로 가장 좋은 산업평균을 보인 이후 2010년 190건, 2011년 198건으로 최근 2년 간 문제점 수가 20% 정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2011년 점수는 7년 전인 2004년(202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후퇴했다. 이는 다른 회사 보다 현대차•기아차의 문제점 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안방에서는 압승, 미국에서는 기아차와 박빙=국내에서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단 한차례도 기아차보다 많은 문제점 수를 보인 적이 없다.

현대차는 10년간 단 한 차례도 산업평균보다 나빴던 적이 없었지만 기아차는 2007년 단 한 차례만 산업평균보다 좋았다. 현대차는 불과 2건 차이로 기아차가 추격해 왔던 2006년 이후 매년 최소 23건(2007년)에서 최대 68건(2009년)까지 더 적은 문제점 수를 보이며 품질 우위를 지켜왔다.

반면 기아차는 2008년 이후 200건 이하로 내려온 적이 없다. 미국에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는2007년(125건)과 올해(107건)에 기아차와 동점을 이룬 것을 제외하고는 지난 11년간 9번이나 앞섰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양사는 과거 보다 그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2년 연속 문제점이 감소했으나 현대차는 3년 연속 증가한 탓이다. 금년에는 양사 공히 산업평균(102건)에 못 미치는 점수(107건)로 같은 등수(34개 브랜드 중18위)를 받았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미국시장에서 현대차의 성적이 역사상 처음으로 기아차에 뒤지며 중하위권으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 3년 연속 품질 문제점 증가=미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미흡한 초기품질 수준으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차는 2004년 처음으로 산업평균(109건)보다 적은 문제점 수(102건)를 보이는 좋은 성적을 냈다.

2009년에는 미국에서 95건, 한국에서 133건으로 최고의 성적을 냈다. 그러나 2009년 이후부터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서 문제점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초기품질이 2004년 102건이라는 탁월한 성적을 거둔 이후 나아진 것이 전혀 없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괄목할 만한 품질 향상이 있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그보다는 2009년 이후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매년 문제점 수가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2009년 133건에서 2011년 173건으로 40건(30%)이 증가했다.

이는 지금까지 현대차가 보여 온 가장 큰 품질 저하다. 자동차 생산 시점으로 볼 때 한국에서의 품질저하는 미국에서의 품질 후퇴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적신호로 판단했다.

기아차, 디자인은 성공...품질은 숙제=기아차는 한국에서 2007년까지, 미국에서는 2009년까지 초기품질 문제점 수를 꾸준히 줄여 오는 모범적인 성과를 보였다.

2007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산업평균 보다 3건 좋은 성적, 미국에서는 산업평균과 같은 점수를 처음으로 얻기도 했다. 그러나 그 해 뿐이었다. 기아차는 이후 다시 산업평균 밖으로 밀려났다.

기아차의 후퇴는 한국시장에서 특히 심하다. 2008년 모닝의 경차 편입 후유증으로 171건에서 217건으로 문제점이 크게 증가했다.

그 이후 한번도 200건 이하로 내려오지 못하며 하위권에 빠져있다. 기아차의 부진은 시장에서 새로운 디자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신차들(K7, K5)의 초기품질 문제점과도 관련이 있다.

신차들은 초기품질에서 뿐 아니라 품질스트레스에서도 최하위에 속해 기아차의 부진이 신차의 출시 전 품질관리의 미흡과 관련이 있음을 드러냈다.

초기품질, 무엇이 문제인가=특정 제조사의 초기품질 점수가 나빠지는 가장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신차다.

마케팅인사이트는 신차와 기존모델의 초기품질을 분석하고 ‘기존모델의 문제점 수는 매년 10% 감소’, ‘모델 전체변경되면 문제점 수 50% 증가’, ‘소음/잡소리가 가장 많이 증가’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 논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2009년, 2010년 많은 신차를 내놨다. 전반적인 초기품질 문제점 수가 13개 영역 중 어떤 영역에서 어느 정도 증가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 조사의 2011년과 2009년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2년 사이에 문제점 수가 40건(30%), 기아차는 26건(13%)이 각각 증가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소음/잡소리’에서 문제점 수가 각각 13.9건, 11.5건 증가해서 가장 큰 초기품질 악화 요인으로 나왔다.

다음으로 현대는 ‘브레이크’(+6.0건), ‘핸들/조향장치’(+5.9건), ‘엔진’(+5.5건), 그리고 ‘전기장치/액세서리’(+4.3건) 영역에서 초기품질이 악화되었다. 기아는 ‘소음/잡소리’에 이어 ‘핸들/조향장치’(+7.3건)과 ‘전기장치/액세서리’(+4.6건)가 주로 악화된 영역이었다.

이상의 문제 영역들은 자동차의 발전이나 변화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영역들이다. '전기장치/액세서리’가 상대적으로 관련성이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새로운 기능이나 기술 때문에 문제점이 증가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 후퇴는 신제품의 출시 전 품질관리가 충분하지 못하거나, 기초적인 품질 문제를 다루는 방법과 절차가 과거만 못하기 때문으로 분석이 가능하다.

초기품질, 해결책은=한국과 미국의 초기품질 조사 결과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이 있다. 조사 대상 모델, 출시 시점, 생산 시점, 생산 장소(한국 또는 미국), 유통기간, 품질 검사 방법, 조사방법, 그리고 소비자 등 같은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결과의 흐름은 유사한 패턴을 보였고 설명하기 어려운 점수의 변화도 없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핵심적인 내용 몇 가지만 간단히 다룬다.

먼저, 현대차는 오래 전부터 품질에서의 큰 진전을 주장했지만 사실 국내에서도 최고라고 말 할 수 있는 성적이 아니다. 마케팅인사이트의 초기품질 조사에서 현대차는 항상 상위권에 속하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르노삼성차와 수입차에 뒤쳐진 성적이다.

기아차는 대부분 산업평균에 미치지 못하며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에 더해 한국과 미국 조사자료 모두 현대차•기아차의 품질은 2004년 이후 정체되었고 최근에는 되려 뒷걸음을 치고있다. 이는 분명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의 결과와는 거리가 있다.

둘째, 국내 초기품질 조사는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IQS의 좋은 선행지표가 될 수 있다. 한국조사가 1월에서 6월 사이에 구입된 차들이 대상이라면, 미국에서 조사대상이 되는 차량은 7월 이후에 생산된 차들이다.

또한 대부분이 한국에서 조사결과가 나온 시점(9월 중순) 이후에 판매된 차들이다. 한국에서의 조사결과를 잘 활용하면 미국에서의 점수를 예측할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획기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소비자들이 경험한 초기품질 문제점에 대한 조사연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미흡한 신차 출시전 품질테스트를 소비자에게 맡기고 있다. 국내소비자를 마루타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 소비자들의 불만이 근거 없는 말이 아니다.

셋째, 한국 소비자들이 지적한 문제점의 수가 미국의 1.5배 ~ 2배로 많다. 그 이유는 실제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차의 문제점이 많을 수도, 한국 소비자가 더 예민할 수도, 조사방법의 차이(한국-이메일 조사, 미국-우편조사)에서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이 많다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한국 소비자가 더 많은 불편을 겪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문제점을 찾아 개선해야 하는 제조사 입장에서는 차의 문제점을 더 많이 지적해주는 조사가 더 유용함은 분명하다.

2012년도 미국의 평균 102건은 1인당 1건의 수준으로 2/3 이상의 응답자가 문제점이 하나도 없다고 답할 때나 가능한 점수다. 한국은 198건이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문제 개선 방향을 설정하는 데는 오히려 지적된 문제점 수가 많은 조사가 유리하다. 한국에서의 조사 결과가 유용한 이유다.

끝으로 고객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최대 불만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내수용이 수출차와 비교해 제품이 다르고, 보증도 다르고, 가격은 비싸고, 품질도 안정화 되어 있지 않다고 믿고 있다. 차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어떤 면에서 현대•기아차에게 품질개선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미지개선이다. 자동차 회사가 부당하게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고 있다고 소비자가 느낀다면 무결점차도 소용없다. 자동차의 품질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자존심 문제이기 때문이다.(자료 마케팅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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