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버튼식 변속기 '제조사의 근본 의식 되돌아봐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2.09 08:36
  • 수정 2020.02.09 08:42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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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팰리세이드의 버튼식 변속기를 잘못 조작해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리막길에서 운전자가 R로 변속을 하자 엔진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고 당황한 운전자가 제동하려 했지만 진공배력이 없어지면서 속도가 빨라져 결국 전복된 사고였다. 운전자가 차량의 결함을 주장하며 무리한 배상을 요구하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근본적으로 현대차의 안전에 대한 인식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수송 분야 분쟁조정위원을 맡고 있어 이번 사고는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유독 우리나라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는 블랙 컨슈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생각 이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한몫을 하려는 소비자들도 은근히 많이 있다는 것이다. 전체 교통사고의 60%는 진단서를 발급받고 피해자만 있지 가해자는 없는 잘못된 관행도 갖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는 전체 교통사고의 단 6%만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는다. 

자동차와 관련된 문제도 다르지 않다. 무리한 피해 의식을 갖고 상식 이상의 요구를 하는 사례가 많다. 동시에 국내 제작사들도 소비자에 대한 배려나 보호 의식이 약하다. 정부도 다르지 않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아예 없고 자동차 결함 유무도 운전자가 밝혀야 한다. 이 때문에 급발진 사고에서 소비자는 100% 패소하고 만다.

소비자의 문화적 선진 의식에 대한 부족함을 탓하면서도 제작사의 소비자 보호라는 인식도 극히 약한, 양면적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팰리세이드의 문제는 두 가지 측면을 고민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정부나 공공 차원에서 소비자를 생각하고 조사를 벌여 근본 원인을 찾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합리적인 원인 해석과 결과를 도출하는 기반이 조성될 기회였다.

소비자를 탓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본인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인데도 무리한 요구로 비난을 자초했다. 버튼식 변속기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한 버튼 조작으로 안전에 영향을 준다면, 혹은 동승석이나 다른 탑승자의 부주의로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장치다.

누구나 한 번은 버튼을 잘못 눌러 당황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자동변속기는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R과  D 사이에 중립 기능인 N을 배치해 실수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버튼식은 단 한 번의 누름으로 바로 변속이 이뤄져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완충장치가 요구된다. 다른 제작사의 버튼식 변속기는 운행 방향에 대하여 혹시나 잘못된 행위를 하였을 경우 중립으로 자동 전환되거나 속도를 줄이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경우도 있다.

엔진 보호가 우선이 아니라 탑승자 보호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운전 중 차량의 시동이 꺼지게 되면 제동장치 등 여러 장치가 먹통이 되면서 탑승자의 안전에 직접 영향을 주는 만큼 이러한 행위로 시동을 꺼지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버튼식은 일반적인 변속이 위치에 버튼을 놓기보다는 전방 시야에 와 닿는 위로 올려서 실수를 줄이는 방법도 나오고 있다.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는 먼저 운전자의 잘못된 행위가 사고 유발을 유도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제작사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지나가는 과정이긴 하지만 탑승자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기본 논리를 다시 생각해 보게 했다. 현대차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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