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인 운전과 부주의가 초래한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

  • 입력 2020.01.30 09:01
  • 수정 2020.01.30 09: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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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길에서 버튼식 기어를 잘 못 조작해 팰리세이드가 전복된 사고를 두고 운전자와 현대차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는 직진 상태에서 후진 버튼을 누르면서 시동이 꺼졌고 이 때문에 제동장치가 말을 듣지 않아 발생한 사고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변속 조작을 잘 못했을 때 시동이 꺼지도록 한 것을 두고는 논란이 여전하다. 

현대차는 다른 제조사의 자동변속기도 직진 상태에서 후진(R)으로 변속 위치를 변경하면 시동이 꺼지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고는 자동차 운전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 즉 직진을 하면서 후진기어를 조작하면서 일어난 비상식적 일로 보고 있다.

변속장치는 엔진의 출력과 회전수(토크)를 구동바퀴에 최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일반적으로 여러 개의 기어를 사용해 적절한 기어비를 제공해 엔진의 최대출력과 토크를 구동바퀴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자동변속기는 제너럴모터스(GM)가 1930년대에 최초로 선보인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최초 3단 자동변속기로 시작해 지금은 9단, 10단, 그리고 무단변속기도 등장을 했다.

운전자가 임의로 기어비를 조작하는 수동변속기와 다르게 자동변속기는 미리 입력된 기어비를 자동으로 설정하는 유성기어 시스템과 변속기어로 구성된다. D단으로 설정을 하면 가속페달을 밟는 정도, 속도, 엔진의 회전수에 맞춰 기어비를 스스로 조절해 바퀴를 조절하기 때문에 운전이 그만큼 쉽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레버식으로 조작했던 변속기의 타입도 이제는 전자식 또는 다이얼, 버튼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고 있다.

기어단수가 다단화(고단화)되는 이유는 변속단이 많아질수록 기어비가 커지고 변속충격이 적어 승차감 향상은 물론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변속기의 다단화와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구성품을 비롯한 매커니즘이 복잡해지고 있지만 새로운 제어 기술로 약점으로 지적됐던 발진 및 가속성능 그리고 연료 효율성도 좋아지고 있다.

직진하는 자동차에 후진 기어를 넣으면 토크컨버터 내부의 임펠러와 스테이터, 터빈을 회전시켜 동력을 전달하는 부품이 망가지게 된다. 따라서 팰리세이드와 같이 엔진을 정지시켜 부품 손상을 방지하도록 로직을 짜는 것은 어느 제조사도 다르지 않다. 일부 다른 제조사의 모델로 내리막길에서 같은 상황을 재현한 영상도 팰리세이드와 다르지 않게 시동이 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경사로 밀림 장치가 작동되는 상황이나 시스템이 다른 하이브리드카를 R 기어로 내리막길 실험을 하면서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도 억지다. 수동변속기는 물론 일반적인 자동차 대부분은 정방향으로 회전하는 엔진의 특성상 직진 상태에서 역방향으로 기어를 설정하면 강한 토크가 발생하고 바로 시동이 꺼지도록 설계돼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D에 놓고 잘 가는 자동차를 갑자기 R로 변속을 하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을 가정해 로직을 짜기는 불가능하다"며 "시동이 꺼져도 일정 시간은 제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팰리세이드의 사고 영상을 살펴보면 R 기어로 시동이 꺼진 상태인 것도 모르고 내리막길을 가던 차량이 중간에 속도를 줄이는 모습이 나온다. 

자동차 제동은 엔진이 가동되는 힘으로 진공 부스터의 부압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시동이 꺼졌다고 해서 바로 제동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번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는 운전자의 부주의와 자동차에 대한 기본 상식의 부족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봐야 한다. 더불어 제조사도 보통의 상식으로는 운전 중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서도 안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역시 미국 최대 소비자단체인 컨슈머리포트가 직관성을 무시하고 작동이 어렵거나 조작에 혼동을 줄 수 있는 자동차 변속기에 대해 소비자 구매 추천을 취소하는 등 경고를 하고 나선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컨슈머리포트는 “작동하기 힘들거나 조작 과정에서 혼란을 줄 수 있는 변속기를 사용한 자동차는 향후 평가에서 점수를 차감하고 구매 추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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