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 발생하게 될 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0.01.19 07:43
  • 수정 2020.01.19 07:47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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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위원회가 중고차 단체에서 신청한 생계형 업종지정이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중소기업벤처부가 6개월 이내에 결정하는 사안이어서 오는 3월이면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특별한 사안이 없는 이상 중기부는 중고차 생계형 업종 지정에 부적합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이 중고차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국내 중고차 거래는 연간 약 380만대로 신차의 약 2배에 이르고 규모는 30조원에 달한다. 자동차 애프터마켓 중 가장 큰 규모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이를 융합한 모빌리티 쉐어링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의 진출 여부는 늘 관심사가 됐다. 중고차, 정비, 금융, 보험, 폐차 등 모든 애프터마켓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중고차와 신차의 리사이클링 측면을 고려하면 자동차 제조사의 관심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분야는 3년씩 두 번에 걸쳐 6년간 중소기업 업종으로 선정돼 대기업 진출이 불가능했다. 이전에 진출한 대기업도 매장을 늘리는 것이 불가능했고 반면 개인이나 중소기업은 무소불위로 거대 중고차 산업을 독식해왔다. 생계형 업종 지정이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을 막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컸다.

중고차 매매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면서 허위·미끼 매물은 물론이고 성능점검 미고지나 품질보증 미이행 등에 따른 각종 폐해와 소비자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 6년간 중소기업 업종으로 선정돼 특혜를 받았지만 선진형 모델 구축에 실패하면서 더는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가 난처한 입장이 됐다. 중고차 분야의 자정 기능과 능력의 한계, 국토교통부도 소홀했던 책임이 있다.

대기업이 진출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대기업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선진형 시스템 구축을 명분으로 내 세워 중고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중고차 업계는 중소기업 전체가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대기업 진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동반위는 중고차 분야의 생계형 지정에 대한 부적합 판정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진출은 없을 것이며 중소기업 등과 상생 모델을 구축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배려해 공생한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 수입차는 이미 판매사 대부분이 인증 중고차와 할부 등 금융에 진출해 시장을 장악했다.

중고차 매매업의 생존이 누가 얼마나 가성비 좋은 중고차를 많이 매입하는가에 달렸지만 수입차는 판매사 인증 중고차가 매물을 독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산차까지 인증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면 매물이 거의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도 우려된다. 많게는 10만명으로 추산되는 중고차 관련 업종 종사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대기업 진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이면서 이제는  중소기업과의 실질적인 상생 모델을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갖고 진행하는 가를 살펴봐야 한다.  수직·하청의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중고차 분야는 신차 시장의 4~5배 성장이 가능한 영역이다. 따라서 기존 중고차 업계와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묘안을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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