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에서 사악한 CEO로 추락, 카를로스 곤 일본 도주극 전말

  • 입력 2020.01.02 13:09
  • 수정 2020.01.02 13: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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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시설과 통제, 벗어날 확률 제로의 감옥 툼(The Tomb)에서의 탈출극을 그린  영화 '이스케이프 플랜'이 떠 오른다. 영화에서 '브래슬린(실베스터 스탤론)'은 온갖 모함과 배신, 함정을 극복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탈출에 성공한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전 CEO의 일본 탈출도 영화 못지않았다.

그는 어떻게 일본 검찰의 삼엄한 24시간 감시망을 뚫고 지구 반대편까지 도주하는데 성공했을까. 일본은 물론 전 세계는 곤 전 회장의 도주극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 영화 이상의 치밀한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선 곤 전 회장이 일본에서 빠져 나오는 과정에는 수 많은 용병과 전문가가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가운데 확실한 것은 그가 167cm 높이의 악기 케이스에 몸을 숨겨 연금 중인 자택을 빠져 나왔고 터키를 거쳐 레바논에 도착했다는 사실이다. 일본 검찰이 그의 자택 주변을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했지만 공연을 위해 가지고 들어갔던 작은 악기 케이스에 170cm로 알려진 몸을 숨겨 빠져 나올 것으로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도 내부 구조상 자신의 키보다 작은 케이스에서 장시간을 버티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아내 캐롤(Carole)도 이런 추측을 소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3월, 언론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건설 노동자로 변장을 했던 전력으로 봤을 때 그만한 고충 정도는 버텨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검찰을 세계적인 웃음거리로 만들며 자택을 빠져나와 도쿄가 아닌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타기항공 소속의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까지 이동해 도주에 성공하기까지, 수개월 동안 치밀한 작전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수 많은 전문가의 조력과 협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도주 계획이 얼마나 치밀하고 보안이 철저했는지는 자가용 비행기의 조종사조차 곤 전 회장의 탑승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만으로도 짐작이 간다. 일각에서는 터키와 레바논 정부의 협조없이는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곤 전 회장은 프랑스와 브라질, 레바논의 신분증과 여권을 갖고 있지만 그의 모든 여권을 변호사가 가지고 있었고 출국한 기록도 남아있지 않으면서 위조된 신분증을 사용했고 따라서 터키 또는 레바논의 협력자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레바논 정부의 협조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곤 전 회장이 그 곳 태생이며 영웅으로 대접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루트의 거리에 그의 사진이 걸린 적도 있고 기념 우표가 발행됐을 정도로 각별하다. 일본에서도 레바논 정부가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는 "그가 레바논에 도착한 사실을 뒤 늦게 알았으며 따라서 아무 관련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레바논과 일본이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고 있지는 않지만 곤 전 회장의 처지가 남감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이 레바논에 수백만 달러를 지원하는 원조국이기 때문이다.  2005년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CEO에 취임한 카를로스 곤은 이후 르노와 닛산의 부활과 황금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됐다.

도 러시아 아브토바즈 회장, 2016년 미쓰비시까지 동맹으로 끌어 들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자동차 산업계의 거물이 됐다. 그러나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금융상품 거래법 위반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일본에서 체포돼 재판을 받는 중 도주해 추악한 영웅에서 사악한 영웅으로 불리게 됐다.  

한편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이 오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체포한 일본 정부와 검찰이 부당함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예정이다. 어떤 얘기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를 옹호했던 프랑스, 레바논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 르노와 닛산 합병 추진 과정의 비밀스러운 얘기들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확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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