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의 전기차 죽이기 '쓰든 말든 모든 충전기 기본 요금 내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12.29 05:38
  • 수정 2019.12.29 05:56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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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기차 보급 대수는 4만대를 넘었다. 내년 초에는 누적 대수 10만대, 2021년 20만대가 예상된다. 충전기도 1만4000기를 넘어 단위 면적당 세계 최고 보유국이 될 전망이다. 이런 증가 속도에 맞춰 정부 정책 등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가 전기차 시대를 이끄는 선진국이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반면 전기차가 빠르게 늘면서 내연기관차 시대와의 교체를 위한 완충 기간이 생각 이상 짧아지는데 따른 경착륙 가능성이 커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세세하게 문제점을 확인하고 철저한 대비해야 할 때다. 전기차 보조금에 의지하지 않는 민간 차원의 비즈니스 모델 창출은 그래서 중요하다. 관련 인프라를 조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전기차는 일반 구매를 유도하는 보조금, 보유 인센티브, 충전 인프라로 불편을 덜어주고 중고차 가치와 내구성 보장 등 다양한 조건이 함께 충족돼야 한다. 특히 충전 인프라는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직접적인 요소인 만큼 접근성과 용이성은 물론 충전 전기료의 저렴한 특성으로 소비자를 끌어모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kW당 340원인 급속 충전 전기료를  50% 낮춘 174원 정도로 공급한다. 전기료에 포함되는 기본요금도 감면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 활성화에 가장 걸림돌로 작용했던 충전기가 최근 수년 사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전기차 대중화에 반드시 필요한 충전기는 앞으로 더는 늘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충전 전기료를 할인해 왔던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올해 말로 할인 정책을 끝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급속 충전기 요금이 대폭 인상되고 기본요금이 더해져 이용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무엇보다 한전의 할인 정책이 끝나면 지금까지 열심히 충전기를 설치하고 전기차 활성화 시기를 기다리며 투자한 중소 충전 사업자는 모두 도산 위기에 처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이 설치한 모든 충전기가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1기당 1만원의 기본 요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기본 요금의 부과를 2020년 50%로 낮추겠다고 말하지만 업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충전기 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규모에 따라서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이 될 수도 있다. 한전의 기본요금 50% 감면도 사용량이 1kW 미만일 경우에만 해당하고 그 이상이면 100% 부과된다. 충전기를 사용한 전기차 이용자가 없어도 기본 요금 5000원 가량을 내야하는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 이미 기본요금을 부과받은 상태에서 동별로 지선을 사용해 한전이 아닌 충전 사업자가 자비로 설치한 충전기 모두 각각의 기본요금을 내야 하는 납득하기 힘든 일도 발생하게 된다.

반면 한전 충전기는 기본요금이 없다. 민간 사업자와의 경쟁 결과는 따라서 보지 않아도 뻔하다. 우리나라는 도심지의 약 70%가 아파트와 같은 집단거주지이기 때문에 공용 주차장의 일반 충전기 설치로는 전기차의 충전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 주차장 벽에 설치된 일반 콘센트를 RFID로 등록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이동용 충전기가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야 완속 충전이지만 저렴하고 활용성이 좋은 데다 후불제로 누진 요금 적용을 받지 않아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몇 년간 10만 곳으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요금이 부과되면 사용하지도 않는 수많은 콘센트로 매달 수억 원 이상을 납부해야 한다. 관련 중소기업은 도산이 뻔해지는 이유다. 정부가 충전시설 설치를 독려하면서 한쪽에서는 기본요금 부과로 관련 업체를 모두 도산 위기로 몰아내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충전기 사업자들은 아파트의 경우 설치된 충전기를 모두 떼고 싶어도 입주자의 동의가 필요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 발생의 책임은 모두 정부에 있다. 정부 정책의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 많은 전기차 관련 중소기업들을 도산 위기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급속 충전은 비상 충전과 연계 충전이 목적인 만큼 비용을 올리는 정책이 맞는다고 할 수 있으나 기본요금 부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충전 전기료의 기본요금 부과는 아직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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