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벤츠 E 클래스 심각한 부식 발생, 뒷바퀴 덜컥 내려 앉기도

  • 입력 2019.12.20 17:11
  • 수정 2019.12.21 08:10
  • 기자명 김이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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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고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 등 일부 차량에서 심각한 부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뒷바퀴와 차체를 연결해주는 리어 서브프레임에 관통 부식이 발생해 주행 중 바퀴가 주저앉거나 뜯겨져 나갈 위험이 있음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자발적 리콜을 진행하지 않고 일부 항의하는 소비자만 무상수리를 제공해 빈축을 사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 동호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생산된 E클래스(코드명 W212) 전기형 모델,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생산된 C클래스(코드명 W204) 전기형 모델 등 일부 차종에서 리어 서브프레임의 부식으로 인한 손상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 리어 서브프레임은 차체 뒤쪽에 구동계와 서스펜션 구조물을 탑재하기 위한 보조 프레임으로, 흔히 리어 크로스멤버라고도 불린다.

피해 차주들에 따르면 부식이 가장 심한 부위는 뒷바퀴와 리어 서브프레임을 연결하는 링크의 결합부위로, 심한 경우에는 아예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또 오랫동안 부식 여부를 알지 못하면 서브프레임 전체로 부식이 확산돼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리는 경우까지 있다.

오래된 차에 부식이 생길 수는 있지만, 10년도 안 된 차의 골격에 부식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리어 서브프레임은 구조물 장착은 물론 차체의 비틀림과 구부러짐을 억제하는 매우 강력한 구조재로, 수십 년 된 차량에서도 쉽게 부식되지 않는 소재와 설계로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교적 새 차나 다름없는 E클래스의 서브프레임 부식이 단순한 불량이 아닌, 결함으로 의심되는 이유다.

실제로 해당 연식 E클래스에서 리어 서브프레임 부식은 매우 일반적인 문제로 알려져 있다. 검색만으로도 동호회, 블로그 등에 게시된 수많은 수리 사례를 확인할 수 있고, 폐차장이나 부품 업체들 사이에서는 해당 연식 E클래스의 리어 서브프레임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문제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이러한 결함 의심 사안에 대해 미온적이라는 점이다. 벤츠 코리아는 리어 서브프레임 부식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공개 무상수리나 자발적 리콜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보증기간이 끝난 대다수의 피해 차주들은 수백만 원의 자비를 들여 리어 서브프레임을 교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부식으로 구멍이 뚫리거나 찢어진 E클래스의 리어 서브프레임 (*사진 제공: 독자 제보)
실제 부식으로 구멍이 뚫리거나 찢어진 E클래스의 리어 서브프레임 (*사진 제공: 독자 제보)

더군다나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부식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고객들에 대해서는 본사 승인을 거쳐 잔여 보증기간과 상관없이 무상 수리를 제공한 사례가 다수 있다. 벤츠 코리아가 결함을 시인하면서도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리콜을 시행하지 않고, 항의하는 소비자에게만 몰래 수리를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대다수의 부식 피해 차주들은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았음에도 담당자로부터 부식 발생에 대해 전달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벤츠 코리아가 이러한 결함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식 결함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리어 서브프레임이 구동계와 리어 서스펜션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부식으로 파손되면 주행 도중 순식간에 뒷 차축이 차체와 분리되면서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비 업체 관계자는 “리어 서브프레임은 디퍼렌셜, 구동축 등을 지탱할 뿐 아니라 뒷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로워암, 링크 등 여러 하체 부품이 체결되는 부위”라며 “부식으로 서브프레임이 찢어지면 주행 중 차체가 주저앉거나 심한 경우 바퀴가 이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초기 징후 중 하나인 제동 시 쏠림 현상의 경우, 고속 주행 중 예기치 못한 급제동 시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10년도 되지 않은 차의 서브프레임에 부식으로 구멍이 뚫리는 건 결코 정상적인 노화가 아니”라면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문제 제기를 하는 고객에게만 몰래 수리를 해 줄 것이 아니라, 즉각 전면적인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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