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특급 EP.32]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볼보 미래 자동차 디자인

  • 입력 2019.11.29 09:00
  • 수정 2019.12.01 11:02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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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으로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의 캐머릴로에 위치한 볼보자동차 캘리포니아 디자인 센터를 찾았다. 볼보의 주요 볼륨 모델로 자리한 XC60을 비롯해 V60 크로스컨트리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된 중형 세단 신형 S60 등 브랜드 정체성이 두드러진 신제품들이 탄생한 곳이다. 이날 방문한 볼보 디자인 센터는 우리의 예상과 달리 20명 정도가 근무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스튜디오로 구성돼 있었다. 다만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디지털 모델러, 스튜디오 엔지니어 등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된 주요 프로젝트가 가능한 인력과 설비가 모두 갖춰졌다.

도착과 함께 우리를 맞아준 건 몇 달 전 처음 도입됐다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활용한 최첨단 디자인 회의로 해당 프로세스를 활용해 스웨덴 예테보리와 위성 스튜디오 간 의사 전달이 보다 명확하고 빠르게 이뤄진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해당 시스템을 소개하던 볼보 캘리포니아 캐머릴로 디자인 센터장 티 존 메이어(T. Jon Mayer)는 "VR 시스템으로 인해 1:1 스케일 모델링을 바로 눈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헤드셋을 통해 시스템 안에서 의사 전달도 명확하게 이뤄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령 중국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모델링을 다른 지역의 디자이너와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동시에 볼 수 있고 디자인 초기 단계 의사 전달에서 특히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티 존 메이어 센터장은 "실제 사이즈 모델링이 많이 필요하지 않아졌다. 물론 실제 모델을 만들어 확인할 땐 필요한 경우가 분명 있긴하다. 하지만 이런 VR 프로세스를 통해 마지막 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모델링을 선호하는 편이며 최근 선보인 S60과 V60의 경우 약 98% 디지털로 작업했다"라며 "어느 시점에선 디지털 모델링의 비율이 100%까지 넘어오는 시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그는 "이곳 스튜디오는 볼보의 미래 디자인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5년, 10년 나아가 15년 이후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고 특히, 양산화 과정이나 콘셉트카 개발의 초기 단계에 다른 글로벌 위성 스튜디오들과 경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디자인 리뷰는 조금 전 보여준 VR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지고 VR 안의 세상은 구텐버그 팀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독자적인 프로젝트도 진행하는 동시에 스튜디오 간 경쟁을 통한 양산 혹은 컨셉트 모델의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의 발전과 함께 자동차 디자인의 예상 가능한 변화와 관련된 질문에 그는 "어느 시점에는 분명히 자율주행차로 대체될 것이다. 가령 택시나 우버를 대체하는 차를 생각해봤을 때, 목표 중 하나는 A에서 B로 가능한 빠르게 이동하는 것일 수 있다. 혹은 우리가 360C 콘셉트를 통해 보여준 네 가지의 사용성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중 한 가지는 짧은 거리의 출장이나 여행 정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며 가령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간다고 했을 때 하룻밤 걸려 가는 동안 당신만의 공간이 생기는 것이다. 이 경우 완전히 눕게 한다거나 실내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일단 완전한 자율주행과 혹은 선택적인 자율주행 두 가지가 공존할 것이고 결국 사용자가 어떤 활용성을 염두에 두고 자율주행차를 사용하냐에 달린 것 같다. 자동차 디자이너에겐 아주 흥미진진한 시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고성능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와 볼보의 향후 변별력과 관련된 질문에는 "정확한 미래 상품 계획에 대한 부분은 말할 수 없지만, 다른 폴스타 모델들이 나오긴 할 것이다. 두 브랜드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공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폴스타는 보다 빠른 스타트업 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고 전동화 과정을 추구해 이후 볼보 브랜드로 흘러 들어가게끔 할 계획이다. 그래서 지금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후에 디자인 언어에서는 좀 더 차별화가 생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형 XC60의 외관 디자인을 총괄한 이정현 선임 디자이너와 인터뷰도 함께 할 수 있었다. 먼저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디자이너는 "대학교에서 기계설계학을 공부하고 군대를 공군에 들어가 기체 정비를 담당했었다. 제대 즈음 미래에 대해 생각을 하다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그림과 기계공학을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고 자동차 디자인을 떠올리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학교 복학을 하고 유학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했으며 스웨덴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당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학비가 무료로 제공되었기에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볼보에 입사하게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정현 디자이너는 최근 볼보의 간판급 모델로 자리한 신형 XC60의 디자인 과정에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디자이너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그런 작업을 해왔는데 양산차는 실제 사람들이 타고 향후에도 계속 남을 것이기에 그러한 마스터피스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에 무게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업 당시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는 등 더 이상 할 수 없을 만큼 신경을 많이 썼다. 사실 병적이라 할 만큼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은 그런 이유로 후회는 없다. 처음 스케치를 계속해서 양산차까지 가져가는 부분에서도 많은 도전을 경험하고 협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국내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디자이너는 "약 6년 전부터 책을 쓰고 있었는데 내년 정도 출판될 수 있을 것 같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그중 일부를 언급하자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면 어느 순간 열정이 사라지거가 힘든 부분을 만나게 될 것이다. 끊임없이 본인의 열정을 더할 수 있고 디자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계기를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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