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특급 EP.30] 나성에 가면 세도나 아니 '카니발이어라'

  • 입력 2019.11.28 08:05
  • 수정 2019.11.28 09:2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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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오토쇼, 그리고 미국의 자동차 문화를 체험하고 취재를 하기 위해 장도에 나선 일행은 모두 여섯이다. 각자의 대형 캐리어와 촬영 장비까지 싣고 LA 도심에서 외곽을 오가고 숙소를 옮겨 다니려면 큰 차가 필요했다. 미국은 '공유(Sharing)'의 천국이다. 누군가의 온갖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한 기간만큼 빌려 쓰는 것이 일상이다.

개인 소유의 자동차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우버(UBER)가 공유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자기 차를 남에게 빌려주는 튜로(TURO)도 있다. 운전자가 포함돼 택시와 비슷한 형태로 운행되는 우버와 다르게 튜로는 자신의 자동차를 빌려준다. 개인차를 빌려주고 비용을 받는 렌터카 정도로 보면 된다. 돈벌이가 되는지 수십 대의 자동차를 튜로에 등록한 사람도 제법 많다고 한다. 2009년 시작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공유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간단한 절차로 가입을 하면 주변에 있는 일반인의 차를 내 차처럼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차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우버와 다르게 렌터카와 비교해 저렴하거나 비슷한 비용으로 주변에서 쉽게 원하는 차를 원하는 기간만큼 빌려 사용할 수 있다는 단순함과 편리함이 튜로의 장점이다. 일행도 출국 전 튜로에 가입해 필요한 차를 골라봤다.

필요한 지역과 기간, 원하는 차종을 입력해 선택하고 비용을 지불하면 끝이다. 복잡한 서류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문을 여닫고 시동까지 걸 수 있다. 고민 끝에 미국에서 세도나(SEDONA)로 팔리는 기아차 카니발을 선택했다. 생소하고 복잡한 곳을 오가려면 우리에게 익숙한 차가 유용하고 편할 것으로 판단했다.

세도나와 카니발에 큰 차이는 없다. 미국에서는 V6 3.3ℓ 파워트레인(276마력)에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 7인승 모델이 4개의 트림으로 팔린다. 가격은 L트림 2만7400달러(우리 돈 3220만원)부터 시작한다. 전자식 스티어링 휠을 사용하고 2열 시트의 폴딩 방식이 다른 정도다.

먼저 출발한 일행과 합류, 숙소를 옮기기 위해 널브러져 있는 어마어마한 짐을 보고 걱정이 시작됐다. 6명이 시트에 앉고 이 많은 짐을 한 번에 실을 수 있을까. 러기지룸에 가장 큰 캐리어부터 쌓기 시작했다. 4개의 캐리어와 촬영 장비, 작은 가방이 모두 실린다. 나머지 2개의 캐리어는 2열의 중앙 시트가 제거된 공간에 맞춰 실을 수 있었다. 그리고도 탑승 공간에는 여유가 있었다.

계기반, 센터패시아에 있는 여러 버튼류를 조작하고 운전에 필요한 정보가 대부분 익숙한 것들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복잡하기로 보면 서울 못지 않은 LA 도심, 위압적인 덩치의 픽업트럭이 무섭게 달리는 프리웨이에서도 당황하거나 꿀릴 일이 없다. 블랙베리(여기서는 베네치안 레드) 카니발, 2018년식 LX 트림(3만200달러, 우리 돈 3550만원)에는 기본 품목에 내비게이션이 없지만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로 길 안내를 완벽하게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LA는 물론 미국 전역에서 라이드의 성지로 불리는 앤젤레스 포레스토 하이웨이도 공략해 봤다. 앤젤레스 포레스토는 해발 7100m의 거산 파시피코 남서쪽 라 카냐다 플린트리지(La Cañada Flintridge)를 출발, 앤젤레스 국유림을 가로질러 경사와 코너가 반대편 피논 힐스(Pinon Hils)까지 100km 넘게 이어지는 산악 도로다. 고성능 슈퍼카와 바이크 족이 짜릿한 와인딩을 즐기고 자동차 메이커의 신차 테스트도 이뤄지는 곳이다.

카니발로 거친 와인딩에 도전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출발지인 라 카냐다 플린트리에서 30km가량 떨어진 뉴콤 랜치(Newcombs ranch)까지 거칠게 몰아붙였는데도 거친 와인딩을 무난하게 받아들였다. 굉음을 내며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포드 머스탱, 닷지 챌린저, 포르쉐 911 등 고성능 슈퍼카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코너링에서의 균형, 치고 나가는 가속, 포인트를 잡았을 때의 제동 모두 만족스럽게 이뤄졌다.

카니발로 그 어떤 고성능 차도 한국에서는 절대 체험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즐긴 셈이다. 평지 또는 고도차가 크지 않은 서킷에서도 이런 체험이 쉽지 않다고 봤을 때, 카니발이 품은 성능의 100%를 앤젤레스 포레스토 하이웨이에서 제대로 즐겼다. 보름 남짓한 일정 내내 카니발은 널찍한 공간의 유용성, 인터페이스의 익숙함이 주는 운전의 편의성, 미니밴이라는 차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날카롭고 여유 있는 성능을 보여줬다. 일행 중 여 기자도 내 차와 다르지 않게 편안한 운전을 했다. 4인 이상이 LA를 찾는다면 묻고 따질 것도 없이 카니발이 최선이라고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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