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특급 EP.21] 미국 현지에서 바라본 "제네시스" 성공의 조건

  • 입력 2019.11.23 11:13
  • 수정 2019.11.25 14:52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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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시간으로 지난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2019 LA 오토쇼'를 통해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플래그십 세단 'G90'을 북미 시장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해 말 EQ900의 부분변경모델로 국내에 출시된 바 있는 해당 모델은 이번 LA 오토쇼를 통해 북미에 첫선을 보이며 현지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마크 델 로소(Mark Del Rosso) 제네시스 북미 담당 CEO는 "미국 시장에서 10월까지 제네시스 판매량이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역동적이며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의 성장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북미 시장에 향후 다양한 제네시스 라인업을 소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A 오토쇼에서 북미 최초로 공개된 제네시스 G90는 3.3 터보, 5.0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내달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현지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모터쇼 현장에서 제네시스 G90의 첫 공개 분위기를 전달하자면 이날의 프레스 컨퍼런스 가장 마지막 순서인 오후 5시에 시작된 제네시스 컨퍼런스에는 전 세계 언론을 대표한 취재진이 가득했다. G70, G80, G90 등 7대의 차량이 여유 간격을 두고 전시된 제네시스 부스는 여느 브랜드와 비교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으나 미국 현지에서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한 최근의 관심을 입증하듯 200평의 공간이 협소하게 느껴졌다.

이날 북미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G90는 국내 시선으로 보자면 지난해 말부터 판매를 시작했던 까닭에 큰 이목을 집중시키 못했다. 다만 미국 현지에선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이 새로운 모습으로 시장에 출시된다는 이유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앞서 출시된 G80, G70와는 구별되는 외관 디자인과 다양한 주행 편의 및 안전장치의 신규 탑재, 개선된 실내 등이 주요 관람 포인트로 작용하는 듯 보였다. 지난해 G70의 모터트랜드 '올해의 차' 선정이후 각종 수상으로 제네시스 라인업에 대한 높아진 기대감이 G90에도 전달된 느낌이다.

다만 현지 자동차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되고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는 등 제네시스와 G90이 헤쳐나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중국에 이어 유럽과 함께 두 번째로 많은 신차 판매가 이뤄지는 미국 시장은 지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후인 2010년부터 판매 회복세를 이어오다 2017년 소폭 하락, 그리고 지난해 1730만대, 올해도 지난달까지 전년 동기 대비 3% 하락세를 이어오는 추세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감세 효과 약화,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및 재정 부양 효과 약세가 경제 성장 폭을 제한하고 특히 금리 인상이 신차 판매의 주요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 같은 신차 판매 하락세는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져 사회 현상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된 차종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전 세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성장세가 이곳에서도 고스란히 내비쳤다. 소형과 중형 세단 판매는 눈에 띄게 감소한 반면 전통적으로 인기를 끄는 픽업 트럭 수요는 그나마 유지됐다. 또한 이 시기 SUV 판매는 크게 증가했다. 소비자 수요가 소형, 중형 세단에서 도심 출퇴근과 레저에 모두 활용되는 SUV로 이동하는 추세를 나타낸 것. SUV 수요 강세는 해당 라인업이 다양한 FCA그룹, 스바루 등의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고 미국 시장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폭스바겐도 신형 티구안의 판매 호조와 함께 점유율을 늘려나갔다.

전차종을 통틀러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한 모델은 포드의 F-시리즈로 총 91만대의 차량이 판매됐다. 픽업 트럭을 제외한 승용 라인업 중에는 토요타 라브4가 42만7000여대가 팔리고 이어 닛산 로그, 혼다 CR-V 순으로 나타났다. 쉐보레 이쿼녹스, 포드 이스케이프, 지프 체로키, 현대차 투싼 등도 판매량이 크게 상승했다. 전체 판매 볼륨은 줄었으나 미국 시장에서 세단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여전히 토요타 캠리다. 고급차 브랜드 중에는 렉서스 RX, 스포츠카는 포드 머스탱이 가장 많이 팔려나갔다. 하이브리드 중에는 토요타 프리우스, 전기차 중에서는 테슬라 모델 3가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제네시스 브랜드가 올 한 해를 마감하고 내년을 기약하는 모터쇼에서 대형 세단을 전면에 내세운 데는 우려가 따른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대중차 브랜드 조차 빠르게 차급을 가리지 않고 SUV 신모델을 시장에 투입하는 상황과는 상반된 전략을 내놨기 때문이다. 또한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형 세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7.3% 줄어든 2만4000여대를 기록한 부분은 시장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올 상반기 미국에서 판매된 대형 럭셔리 세단은 BMW 7시리즈를 제외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S 클래스, 캐딜락 CT6, 포르쉐 파나메라, 렉서스 LS 등 상위 5개 차종이 모두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오히려 이 같은 상황에서 제네시스 브랜드가 올 연말 국내 출시가 예정된 GV80과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GV70 등 라인업에 새롭게 추가되는 SUV 신모델을 선제적으로 미국 시장에 선보이지 못한 부분은 이번 LA 오토쇼에서 가장 아쉽게 여겨진다. 한편 이번 모터쇼에서 아우디는 순수전기 SUV 쿠페 'e-트론 스포츠백'과 SUV 라인업 최상급 모델 Q8을 메르세데스-벤츠는 AMG GLS 63와 AMG GLE 63S, BMW는 M8 그란 쿠페와 뉴 X5 M 등 고성능 라인업을, 포르쉐는 고성능 순수전기차 타이칸 4S를 비롯해 마칸 터보 등을 최초로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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