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차의 오판? 포드 · 쉐보레 단종 후 브랜드 충성도 감소

  • 입력 2019.11.22 14:21
  • 기자명 김이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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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차 브랜드 포드와 쉐보레가 북미 시장에서 본격적인 승용 라인업 단종에 나선 가운데, 이러한 두 회사의 정책이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기 있는 SUV와 크로스오버에 집중해 더 많은 고객을 모으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매매 정보 전문 기업인 에드먼즈닷컴은 미국 내 승용 모델 단종의 여파에 대한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포드, GM 등 미국의 주요 제조사들이 지난해부터 세단, 해치백 등 승용 라인업의 단종 정책을 실시한 뒤 시장 동향 변화에 대해 조사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기존 포드 포커스나 쉐보레 크루즈를 타던 고객들은 다음 차를 구입할 때 같은 브랜드의 모델을 선택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브랜드 충성도’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에 포커스나 크루즈를 타던 고객이 차를 교체할 때 포드·쉐보레가 아닌 다른 브랜드 차량을 구입한다는 뜻이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포커스 오너의 브랜드 충성도는 40%에서 33%로, 크루즈 오너의 브랜드 충성도는 57%에서 45%로 낮아졌다. 준중형급인 ‘컴팩트 카’ 세그먼트 고객들의 평균적인 브랜드 충성도는 같은 기간 50% 전후 수준을 유지해 포커스나 크루즈 오너의 충성도를 웃돌았다.

이러한 유출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승용차 라인업 감소다. 포커스와 크루즈 고객 중 다음 차로 SUV가 아닌 승용차를 구입한 비율은 각각 42.2%, 42.3%에 달했다. 여전히 10명 중 4명 이상이 승용차를 구입하는 셈이다. 그러나 쉐보레와 포드의 승용 라인업이 감소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토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 현대 엘란트라(아반떼) 등으로 이동했다.

당초 미국 브랜드들은 SUV와 크로스오버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세단, 해치백 등 승용 라인업의 단종을 예고한 바 있다. 포드는 신형 포커스를 아예 북미 시장에 출시하지 않고, 올 들어 대형 세단 토러스와 소형 해치백 피에스타 5도어를 모두 단종시켰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포드가 판매 중인 승용차는 피에스타 세단, 퓨전, 머스탱 등 3종에 불과하다.

GM 역시 비슷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 3월 쉐보레 크루즈를 북미에서 완전 단종시킨 데 이어 말리부와 임팔라가 후속 없이 단종될 예정이며, 캐딜락, 뷰익 등 다른 브랜드 라인업에서도 승용차를 배제 중이다. 이런 정책 덕에 기존의 세단 고객 중 상당수가 SUV로 이전하기는 했다. 2019년 1~9월 SUV의 북미 신차 시장 점유율은 47.9%에 달한다. SUV는 동급의 세단보다 수익성이 뛰어나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고무적이다. 그러나 당장의 수익성에 치중한 나머지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충성도를 잃을 우려가 있다고 에드문즈는 지적했다.

한편 에드먼즈는 보고서를 통해 SUV에 집중하는 미국 제조사들의 정책이 소비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승용차에서 동급 SUV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백만 원의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부담 탓에 동급이 아닌 소형 SUV로 이동하는 고객도 늘어나면서 소형 SUV 라인업이 빈약한 포드나 GM 대신 일본차, 한국차의 인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에드문즈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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