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캠핑카 끌어, 시트 펴고 매트 깔면 끝 '차박이 대세'

  • 입력 2019.10.29 08:58
  • 수정 2019.10.29 12:1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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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이동 수단이라는 기능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있다. 작든 크든, 차종이 무엇이든 다양한 용도에 최적화된 SUV가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멋 부리기 좋은 세단의 종류가 절대다수인 우리나라도 SUV를 포함한 전체 RV의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제조사의 과장된 마케팅으로 SUV 판매가 늘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지만 그런 주장도 음모론에 몰리고 있다. 자동차의 특성상 시장의 수요가 어떤 목적에 의해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 수요는 당분간 SUV가 이끌 것이 분명하다.

요즘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유행하는 차박(자동차에서 잠을 자고 머무르며 하는 여행)도 이런 전망에 한몫한다. 차박은 시트를 펴 두툼한 평탄화 매트를 깔고 잠잘곳을 만들어 내면 끝이다. 장소나 장비 따위의 정해진 틀도 없다. 그냥 좋은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하룻밤 자면 차박을 한 셈이다.

차박의 시작은 확실치 않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일출을 담으려는 사진작가와 같이 밤샘 대기가 필요한 사람들이 숙박업소를 찾지 않고 자동차 안에서 지내던 것이 시조라는 얘기가 있을 뿐이다. 차박에 필요한 장비는 자동차가 전부라는 극단적 얘기도 있지만 요즘에는 차종에 맞는 평탄화 매트와 계절에 맞춰 모기장이나 침낭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도 비상 상황에 대비해 손전등, 구급약 정도는 갖추는 것이 좋다. 차박 족들은 불을 피우거나 취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리지널이라고 말한다. 차박 동호회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회원 수가 수만 명인 곳도 있다. 2년째 차박을 하고 있다는 정인구 씨(43세. 경기도 양평)는 "차박 족이 늘면서 점점 일반적인 캠핑 흉내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선루프로 하늘을 보며 잠들고 새소리에 잠을 깨 보온병 커피를 따라 마시는 재미 때문에 틈만 나면 집을 나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오직 차박을 위해 지난 8월 '2열부터 4열까지 접고 평탄화 매트를 깔면 완벽한 공간'이 나오는 기아차 카니발(9인승)을 샀다. 그는 "시트를 접으면 밖에서 볼 때하고 다르게 뒹굴기도 충분한, 제법 너른 공간이 나온다. 캠핑카와 같이 일반적인 용도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조가 필요한 것도 아니어서 이런 종이야말로 차박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정 씨가 말한 종, 차박에 적합한 모델은 의외로 많다. 모닝이나 스파크와 같은 경차나 스포티지와 투싼 같은 준중형 SUV로 차박을 하는 경이로운 차박 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3열 이상을 갖춘 정도여야 제격으로 본다. 카니발, 스타렉스 정도면 차박에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싼타페나 쏘렌토, QM6, 팰리세이드나 모하비, 트래버스의 3열 모델도 그래서 인기다.

차박 족이 같은 공간을 갖고 있어도 2열보다는 3열을 선호하는 이유는 바닥을 꾸미기 좋아서다. 시트베리에이션이 다양한 싼타페 7인승의 경우 2열과 3열을 접으면 평탄한 바닥이 나온다. 5인승의 2열 시트 구조보다 평탄화 매트를 깔면 더 완벽한 공간이 나온다. 비슷한 차급의 모델도 다르지 않다.

SUV 차종의 경우 기본적으로 아웃도어에 필요한 옵션이 잘 갖춰져 있지만 요즘에는 아예 차박이나 캠핑용에 최적화된 장비를 갖춘 모델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그랜드 스타렉스에는 팝업 루프, 어닝 시스템, 쏠라 패널까지 갖춰 차박이나 캠핑에 최적화된 트림이 따로 있다. 기아차 카니발 아웃도어도 같은 종류다. 차박 족들이 전설처럼 여기고 있는 최고의 차는 쉐보레 올란도였다고 한다.

각진 차체가 주는 공간 때문에 차박의 끝판왕으로 불렸다고 한다. 우려스러운 것도 있다. 밀폐된 자동차 실내에서 부탄가스나 난로를 피워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차박, 주변의 오염, 그리고 이런 유행에 투자로 대응하며 벌어지는 장비 경쟁으로 불필요한 논쟁거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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