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팅어에 물들다, 인제 스피디움 그리고 한계령의 가을꽃

  • 입력 2019.10.21 10:08
  • 수정 2019.10.22 09:1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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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가는 길을 두고 에둘러 갔다.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지나고 내린천을 따라가느라 19일 인제 스피디움에서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스팅어 서킷 챌린지'는 제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대신 눈은 호강했다. 한적한 시간대에 아직은 정상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단풍을 먼발치로 보는 것이 전부였지만 하늘, 바람, 볕, 난 자리를 숨기지 못하는 자작나무 숲 모두 아름다웠다.

그래서인지 누구도 이 길을 빠르게 달리지 않는가 보다. 느긋하게 달려도 재촉하는 이가 없다. 덕분에  이날 기아차 더 멤버십 스팅어 서킷 챌린지가 열리는 인제 스피디움에는 꼴찌로 도착했다. 78명의 참가자는 이미 서킷 라이선스 실기 교육을 받고 있었다. 대부분은 서킷 경험이 없었지만 현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등을 통해 서킷 주행을 해 본 참가자도 몇 있었다.

랩이 거듭될수록 노련해지는 스팅어

기아차 스팅어 서킷 챌린지는 이번이 4번째다. 이전과 다른 점은 1차 2인에서 1차 1인으로 참가 자격을 강화한 것. 기아차 관계자는 "동반자, 또 카트나 다른 차 시승 프로그램이 있었던 예전과 다르게 이번 행사는 스팅어 한 대에 한 사람만 서킷 주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라고 말했다. 다른 것 신경 쓰지 말고 스팅어의 퍼포먼스를 최대한 느끼고 즐겨 볼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라이선스 실기에는 참가하지 못했지만 이미 취득한 '서킷 라이선스' 덕분에 기능 교육과 본격 주행은 놓치지 않았다. 서킷에서의 그룹 주행이 밋밋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팅어의 제동력을 믿고 코너를 강하게 공략해도 된다.", "자 지금 가속, 빠르게 더 빠르게", 선도카 인스트럭터는 서킷 체험이 전무했던 스팅어의 오너들이 빠르게 적응하고 속도를 높여 가며 달릴 수 있도록 했다.

제동이나 가속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스팅어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참가자들은 랩이 거듭되자 자신감이 붙는 듯 했다. 움직임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했고 코스의 라인을 정확하게 잡아 달리기 시작했다. 이날 스팅어는 한 대당  15랩 이상씩 서킷을 달렸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었나 보다. 충남 서산에서 새벽 4시에 출발했다는 박 아무개는 "너무 짧은 것이 아쉽다. 더 돌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팅어를 재미있게는 타는 법 배웠다

강릉에서 왔다는 이대진 씨는 "서킷 택시 드라이빙이 가장 짜릿했다"라고 말했다. 스팅어를 구매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는 이 씨는 "장거리 운전이 많아서 스팅어를 샀다"라며 "스팅어를 좀 더 재미있게 탈 방법을 오늘 배웠다"라고 말했다. 옆 참가자는 "예뻐서(디자인) 사전 예약을 해서 구매했다"라고 말했고또 다른 참가자는 "흔하지 않은 국산 스포츠 세단"이라 구매를 했다고 거들었다.

한 참가자는 아직도 스팅어의 시동키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의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이 참가자는 "오로라 블랙 펄 스팅어에 모든 사양을 다 추가했다. 그래도 이전에 탔던 BMW보다 저렴했고(모델명은 밝히지 않았다) 출력(370마력)이나 토크(52.0kg.m)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실주행의 느낌이 다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 부분적인 디테일에서 부족하고 불만족스러운 것도 있지만 그런 부분적인 것들은 BMW나 아우디, 폭스바겐 같은 브랜드의 수입 경쟁차도 다르지 않다고 보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족스럽게 타고 있다"라고 말했다. 역시 서울에서 왔다는 이 아무개는 "오늘 서킷 챌린저를 통해서 안전하게 스팅어의 성능을 제대로 느끼며 탈 수 있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제동력이나 코너링, 조향력의 한계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던 모터카나(짐카나)와 멀티플(Multiple) 프로그램에서 스팅어에 대한 신뢰도가 급상승했다"라고 말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날 스팅어 서킷 챌린지 행사에 대해 "스팅어는 자동차에 대한 취향이 매우 분명하고 또 잘 아는 분들이 타는 차"라며 "따라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기아차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스팅어, 붉게 물든 한계령 설악로 와인딩

한계령에 오르며 단풍을 보고 일출을 맞이하려고 다음 날 이른 시간 인제 스피디움을 나섰다. 설악의 단풍이 요즘 절정이라고 했지만 44번 국도를 따라 용소폭포 입구에 이르기까지는 밋밋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한계령 휴게소에 이르는 6km 남짓한 거리는 가을꽃 단풍이 터널처럼, 벽화와 같이, 파노라마의 전경으로 다가오며 스쳤고 멀어져 가기를 반복했다.

한계령 휴게소 인근에는 일출을 보려는 인파까지 몰려 스팅어 한 대 세울 공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참 부지런한 민족이다. 단풍의 호사스러움은 직접 눈으로 보기 전, 말이나 글로 전달할 수준이 아니다. 왜 설악의 단풍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는 눈으로 직접 봐야만 공감할 수 있을 듯하다.

용소폭포에서 한계령, 무슨 까닭인지 경찰이 휴게소 주차를 통제하는 바람에 노변에서 늦은 일출을 감상하고 인제로 나오는 44번 국도를 내 달렸다. 난도가 높지 않지만, 굽이가 제법 많은 험한 길, 이 곳에서 스팅어 GT(가솔린 V6 3.3 트윈 터보 GDI/AWD)를 거칠게 다뤄봤다. 370마력의 출력은  가속 페달을 압박하는 강도에 따라 다른 질감으로 반응을 한다.

코너를 안쪽으로 공략하면서 강하게 제동을 걸고 다시 가속할 때 즉각적인 반응과 함께 굵직한 질감을 보여주고 반듯한 곳을 만나 부드럽게 속도를 올릴 때는 고분고분해진다. 와인딩을 하면서 맞닥뜨리는 코너와 경사, 강한 회전과 제동, 급가속이 반복되는 매 순간마다 완벽하게 대응을 해 준다. 이것이 스팅어다.

웬만한 코너는 제동하지 않고 패들로 시프트 다운을 하거나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 약간의 속력만 잡아당겨도 노련하고 안정적으로 빠져나간다. 일반적인 차로는 느낄 수 없는 짜릿한 쾌감이 여기에서 뚜렷해진다. 52.0kg.m(1300~4500rpm)의 토크 수치가 말하는 것처럼 업힐 코너의 고속 공략에도 전혀 무리가 없다.

스팅어는 전용 플랫폼에 후륜 구동을 기본으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잘 조여진 하체에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컨트롤, 스태빌리티 컨트롤, 전자제어 서스펜션, 브렘보 브레이크, 론치 컨트롤과 같이 올곧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한 첨단 시스템이 어울려 이런 환상적인 와인딩에 높은 신뢰감을 주게 했다.

<총평>

2020년형 스팅어가 나왔지만 운전 보조 사양의 선택범위가 확대된 정도다. 눈여겨볼 것은 전 모델의 윈드실드에 차음 글라스가 적용된 점이다. 그만큼 실내 환경이 정숙해졌다. 나머지는 이전과 다르지 않다. 달리는 감성, 공간의 구성, 고속 주행할 때 다른 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안정감까지 스팅어의 장점들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팔리지 않는 차 그래서 서킷 챌린저의 몇몇 참가자까지 단종 얘기를 했지만 기아차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스팅어는 많이 팔리는 것 이상으로 존재의 가치가 큰 모델이다. 이날 서킷 챌린저 참가자들도 국산차고 고성능 모델이고 그 유명한 피터 슈라이어의 창의적인 디자인에 반해서 스팅어를 샀다고 말했다.

기아차도 스팅어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서킷 챌린저와 같은 프로그램 등을 통한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스팅어를 통해서 기아차를 제대로 평가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장성 못지않게 상징성에 의미를 두고 있고 긍정적 평가로 이어져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이 스팅어라는 얘기다. 그래도 좀 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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