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울 EV, 127km 서울외곽순환도로 돌고 또 돌고 몇 바퀴
쏘울 EV, 127km 서울외곽순환도로 돌고 또 돌고 몇 바퀴
  • 김흥식 기자
  • 승인 2019.10.1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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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녹색 번호판을 단 전기차를 도로에서 보는 일도 흔해졌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는 최근 3년간 10배 이상 급증했다. 3년 전인 2016년 9월 8071대였던 전국 순수 전기차 등록 대수는 올해 9월 8만902대로 늘었다. 별종으로 취급받던 전기차가 우리 주변, 그리고 일상으로 깊게 파고든 것이다.

그래도 전기차는 낯설다. 많은 사람이 전기차의 모든 것을 의심스럽게 바라본다. 배터리는 괜찮은지, 충전은 어떻게 하는지 심지어 감전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또 흔하지 않은 충전소를 찾아 못해도 30분가량을 기다려야 하는 '충전 불편' 그리고 '충전 거리'를 전기차의 가치 기준으로 보는 인식도 여전하다.

사람들은 "그 차는 한 번 충전하면 얼마를 간다." 제조사는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강력한 경쟁력"으로 홍보한다. 충전 불편에는 동감하지만, 도대체 전기차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달려야 불편하지 않은 자동차로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가을빛이 좋은 날 그래서 전기차로 끝까지 달려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번 30ℓ의 정량 주유로 350km 남짓을 주행하는 준대형 세단의 소유주로 전기차도 이 정도를 달리면 만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 그리고 일일 교통량이 30만대를 넘고 변화무쌍한 교통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서울외곽순환로를 배터리의 잔량이 다할 때까지 계속 돌면 어느 정도 실주행 거리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지난 16일 오전 11시 시흥 하늘휴게소를 출발했다.

96% 충전에 30분, 주행 가능 거리는 420km

시승차 쏘울 부스터 EV는 64kWh 배터리를 탑재, 복합 전비 5.4kWh로 가득 충전했을 때 386km를 달린다. 도심과 고속도로 편차가 꽤 크다. 회생 제동 에너지를 최대한 끌어 쓸 수 있는 도심에서는 가득 충전했을 때 427km를 갈 수 있지만 고속도로에서는 336km로 크게 줄어든다.

시흥 하늘휴게소(판교에서 일산 방면)에는 4기의 전기 충전기가 있다. 이곳에서 30여 분을 기다려 96% 충전을 했을 때 주행 가능거리는 420km로 표시가 됐지만, 외곽순환로에 진입한 직후 곧바로 400km 아래로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외곽순환로의 총 길이는 127.5km다. 처음 표시된 420km로 계산해도 3바퀴에서 조금 더, 그러나 쏘울 EV의 고속도로 전비로 보면 2바퀴하고 절반을 돌면 끝이다.

전기차 경제 운전도 일반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급가속, 과속, 급제동하지 않고 감속을 할 때 스티어링 휠 너머 패들 시프트 같은 레버로 회생 제동에너지 강도를 조절하며 배터리 충전량을 최대화하면 배터리 잔량, 주행 가능 거리가 늘어난다. 계기반에는 그렇게 했을 때 추가로 늘어나는 주행 가능거리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그런 정보들을 잘 활용하면서 두 시간여를 달려 처음 출발한 시흥 하늘휴게소에 다시 도착했을 때, 주행 가능 거리는 323km로 줄었고 배터리는 76%밖에 남지 않았다. 2바퀴를 더 돌기에도 빠듯한 수치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 서둘러 시흥 하늘휴게소를 출발, 2바퀴째 주행을 시작했다.

도로 사정이 오전보다 나아졌다. 뻥 뚫린 도로보다 약간의 지·정체가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 유리하겠지만 장거리 운전에서 그것만큼 곤욕스러운 것도 없다. 덕분에 돌고 돌아 다시 시흥 하늘 휴게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48분, 첫 번째 바퀴보다 시간이 줄었다. 두번째 바퀴를 돌고 난 후 쏘울 부스터 EV의 총 누적 주행거리는 249.9km, 전비는 8.9km/kWh, 주행 시간은 3시간 45분을 기록했다.

앞으로 남은 주행 가능 거리는 228km, 배터리의 잔량은 55%로 표시됐다. 고속도로 전비에 점점 다가가는 수치지만 욕심을 부렸던 서울 외곽순환로 4바퀴 주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3바퀴째 주행을 시작했다. 이날 서울 외곽순환로는 사고는 없었지만 차선을 막고 하는 공사가 유독 많았다.

덕분에 3바퀴를 마치고 난 시간은 오후 5시를 살짝 넘겼다. 이때까지의 총 누적 주행거리는 377.4km, 평균 전비는 8.9km/kWh,  배터리 잔량은 32%로 떨어졌고 주행 가능 거리는 161km로 표시됐다. 오전 11시를 시작으로 6시간 가까이 운전을 했지만, 목표로 했던 서울 외곽순환로 4바퀴는 여유가 있다고 보고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마지막 바퀴는 체력까지 떨어지면서 녹록지 않았다. 차량정체 구간이 늘어나면서 3시간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서울 외곽순환로 4바퀴 주행을 마치고 난 쏘울 부스터 EV는 놀라운 데이터를 보여줬다. 배터리 잔량이 8% 였고 아직 주행 가능한 거리가 46km로 표시된 상태에서 총 누적 주행거리 504.9km, 평균 전비 8.9km/kWh를 기록했다. 표시된 인증 연비를 비웃듯 96% 충전된 배터리로 그것도 서울 외곽순환로를 고속으로 500km 이상 달린 것이다.

1만 원으로 500km 주행, 쏘울 부스터 EV는

이때까지의 비용을 계산해 봤다. 시흥 하늘휴게소 전기 충전소의 전기 요금은 1kWh당 173.80전, 탑재한 배터리의 총 용량이 64kW니까 100% 충전을 하는데 1만 1123원이 필요하다. 이날 쏘울 부스터 EV는 96% 충전을 했으니까 1만 원으로 500km를 달린 셈이다. 만약 도심 주행이었다면 더 긴 거리를 달릴 수도 있었다.

마무리하고 충전을 하는 사이 닛산 리프와 쉐보레 볼트 EV가 충전소로 진입했다. 인천에서 분당으로 출퇴근을 한다는 리프의 차주는 "30분 충전하면 230km 정도 주행을 한다. 2~3일에 한 번 이 곳에서 충전하는 불편이 있지만, 승차감, 경제성 모든 면에서 만족한다"라고 말했다.

이 차주는 "두 달 정도 됐는데 요령이 생긴다. 자주 가는 동선, 또 어디를 가면 충전소가 있는지 미리 위치를 파악하고 익숙해지면 틈날 때마다 충전을 해서 일주일 이상 따로 충전하지 않을 때도 있다"며 "충전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자꾸 짧아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실 쏘울 부스터 EV로 서울 외곽순환로 마지막 4바퀴를 별 걱정 없이 달린 것도 믿을 만한 구석이 있어서였다. 내비게이션에는 출발 시간, 목표 충전량 같은 예약 충전설정 기능이 있고 필요한 거리에 따라서  목표충전량에 도달하면 충전을 종료하는 ‘예약 충전’ 기능은 물론 실시간으로 가장 가까운 충전소가 표시된다. 필요하면 최단 거리의 충전소를 안내받을 수 있다.

요즘 전기차는 일반 자동차 이상의 성능을 갖고 있다. 쏘울 부스터 EV는 모터 최고 출력이 204마력, 최대 토크가 40.3kg.m나 된다. 어느 상황이든 필요하다면 모든 차를 젖힐 수 있는 순발력을 갖고 있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터져 나오는 토크, 부드러운 속도의 변화가 주는 질감, 무엇보다 모터로 구동되는 특유의 정숙성도 전기차만이 갖는 장점이다.

HDA를 비롯해 현존하는 모든 첨단운전 보조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쏘울 부스터 EV는 특히 배터리를 바닥 쪽으로 배치해서 공간 활용에 대한 만족감이 뛰어나다. 트렁크도 내연기관차의 용량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전기차는 아직 가격 저항이 심하다. 쏘울 부스터 EV의 기본 가격은 4630만 원, 여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아도 3000만 원대, 부담되는 가격이다.

복잡하게 계산할 것 없이 10만km를 달렸다고 가정했을 때, 쏘울 가솔린의 평생 연료비는 약 1200만 원이 된다(연비 12.4km/ℓ, 휘발유 ℓ당 1500원). 쏘울 부스터 EV의 전기요금은 이날 시승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같은 거리에서 163만 원(전비 8.9km/kWh, kW당 174원)의 요금이 필요하다. 세금을 포함한 부대비용의 절감 효과, 잔존 가치 등 복잡한 것을 빼더라도 10만km를 달리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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