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가 뻔한 거짓말로 'SUV'에 주력하는 불편한 진실

  • 입력 2019.10.09 08:10
  • 수정 2019.10.09 08:2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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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에서 최근 주목할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포르쉐 마칸이 보행로를 침범하는 바람에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부상이나 사망 가능성이 높은 SUV를 비난하며 규제해야 한다는 시위가 벌어진 것. 일부 지역에서는 보행자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SUV 운행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까지 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부진에 빠져 있지만 SUV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북미 시장은 SUV와 같은 타입의 픽업트럭이 주도하고 있고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그리고 유럽의 SUV 수요도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해치백이 주도했던 유럽 신차 판매에서 SUV 비중은 10년 전 7%에서 최근 36%로 늘었다.

유럽에서는 오는 2021년 SUV 비중이 4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북미 신차 시장은 SUV와 픽업트럭 비중이 60% 이상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SUV를 포함한 전체 RV의 비중이 54%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SUV 비중은 9월까지의 누적 점유율을 기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6.1%가 늘었다. 세단은 8.7% 줄었다.

SUV가 시장을 주도하고 급증하면서 최근 독일에서 나온 것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UV가 세단과 같은 일반적인 유형의 자동차보다 사고 시 보행자나 상대방에 더 위협적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SUV를 구매하는 사람이 지속해서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자동차 제조사가 마진, 즉 수익성이 좋은 SUV를 더 팔기 위해 장점을 부풀려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야가 높아 운전이 쉽고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거나 세단보다 안전하다고 홍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SUV보다 작은 소형차 운전이 더 쉽고 편할 뿐 아니라 해치백 또는 왜건의 실내 공간도 매우 여유롭고 짐을 싣는 공간도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유럽 신차충돌테스트(EURO NCAP)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세단이나 해치백 등의 안전성이 SUV보다 높을 뿐 아니라 일반 자동차에 비해 무거운 특성이 있어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여러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또한 SUV는 충격 흡수 능력이 낮기 때문에 같은 강도와 유형의 사고 시 탑승자의 상해 정도가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SUV가 일반 자동차보다 보행자를 크게 위협하고 치명적인 부상을 안겨준다는 사실이다. 극히 일부였지만 독일에서 SUV의 도로 운행을 금지하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SUV의 연료 소비량이 일반적인 세단이나 해치백 등에 비해 무려 14% 많아 그만큼 오염 물질을 많이 배출한다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런데도 전 세계 완성차 제조사들이 SUV의 장점을 부풀리고 모델을 늘리며 판매에 총력을 다하는 것은 더 많은 마진을 남겨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 전체가 더 위험할 수 있고 보행자나 상대 자동차를 더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하고 연료 소모, 오염 물질 배출이 더 심한 '나쁜 차'가 제조사의 교묘한 마케팅에 현혹돼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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