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코란도라 운전도 거의 안 해' 자율주행 믿어도 되나?

  • 입력 2019.10.01 08:52
  • 수정 2019.10.01 17: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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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묻는다 "오빠는 운전 말고 하는 게 뭘까". 오빠가 답한다. "사실 코란도라 운전도 거의 안 해". 쌍용차 코란도 광고에 나오는 대사로 코란도의 딥컨트롤(Deep Control), 스스로 2.5 레벨 자율주행시스템이라고 부르는 IACC(Intelligent Adaptive Cruise Control)를 강조하는 내용이다.

코란도 딥 컨트롤은 크게 4가지의 주행 제어 기술을 핵심으로 한다. 쉽게 풀어 쓰면 차선 중앙을 유지하고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앞 차량을 추종하며 차선과 간격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쌍용차는 이를 2.5레벨의 자율주행 기술로 얘기하고 고속도로 등 제한된 구간 이외의 일반 도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자율주행 기술은 항속 주행과 긴급제동, 차선이탈 경보 등 운전자 개입이 없이는 운전이 불가능한 레벨1을 시작으로 운전자가 아닌 탑승자를 태우고 목적지를 찾아가기 까지 모든 단계를 자동차 스스로 해결하는 최고 수준의 레벨5로 구분한다. 쌍용차 딥컨트롤은 레벨1에 차량 간격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추가된 정도다.

따라서 레벨 2.5급 자율주행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쌍용차의 딥컨트롤은 일정한 구간에서의 자율 주행이나 교통신호나 도로의 흐름까지 인식해야 하는 레벨3의 조건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만큼 다소 부풀린 감이 있다. 딥컨트롤이 어느 수준의 레벨인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코란도가 운전을 다 한다"는 과장된 광고가 딥컨트롤을 자율주행 기능으로 오인하고 남용토록 해 혹여 되돌리기 힘든 사고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자율 주행이라는 용어를 처음 홍보하기 시작한 곳은 테슬라다. 2015년 항공기의 자동 조종 장치를 말하는 '오토 파일럿(autopilot)'을 집중적으로 홍보했고 덕분에 혁신적인 기업이 됐다.

오토 파일럿이 레벨2 수준의 초보 단계의 운전 보조 시스템에 그치지 않았지만 이를 자율 주행으로 오인한 운전자가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최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CEO 일론 머스크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주행하는 고객(?)들의 SNS 영상을 공유한 것도 "테슬라=자율주행차"로 오인하게 만들었다. 비난이 빗발치자 테슬라는 웹사이트에서 자율주행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그런데도 유튜브 등 인터넷에서는 테슬라의 여러 모델로 자율주행을 즐기는 아찔한 영상이 수두룩하다.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가운데 4명이 자동차 제조사가 사용하는 오토 파일럿, 프로 파일럿, 파일럿 어시스트 등 운전 보조시스템의 명칭을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미국안전보험협회(IIHS) 조사에서도 초보 단계의 레벨2 시스템이 사용하는 명칭이나 업체의 과장된 광고로 자율주행을 떠 올리고 낮잠을 자거나 휴대전화 통화, 주변 경치나 비디오 감상 등이 가능하다고 오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IHS는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에도 현재는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레벨 2에 불과한데도 업체가 사용하는 명칭 때문에 그 이상으로 오인하는 운전자가 많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코란도가 알아서 운전을 다 한다'는 쌍용차의 광고는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부주의 운전으로 각종 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고속도로에서 굽은 길을 만나거나 속도제한 구간을 인식하면 스스로 안전 속도를 유지하는 현대차와 기아차도 '알아서 운전하는 기술'로 홍보하지 않는다.

쌍용차뿐만 아니라 지금은 운전 보조시스템에 불과한 초보 수준의 기술을 '국내 최상급 자율주행(Level 2.5)', 코란도라 운전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식의 과장된 광고로 소비자가 오인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직은 코란도에게 운전을 맡기면 목적지는 황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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