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세먼지는 시작일 뿐' 내연기관차 종말을 외치는 사람들

  • 입력 2019.10.01 08:00
  • 수정 2019.10.01 12:4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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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 속에는 삶의 혜안을 닮은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그들 중 한 글귀를 살펴보면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물론 의미는 조금 다르겠으나 이 문장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기후변화에도 적용된다. 해마다 찾아오는 미세먼지로 인해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대책을 내놓고 어느덧 마스크가 생필품으로 자리한 일상 속 변화는 그나마 눈에 보이는 작은 문제일지 모른다.

이보다 중요한 건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 그리고 이에 따른 기후변화다. 단순 북극곰과 펭귄이 죽고 사는, 처참히 무너지는 빙하 소식을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으로 방관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미세먼지와 북극 생태계 변화는 그 원인을 한 곳에서 찾을 수 있어 궤를 같이하며 기후변화라는 큰 틀 아래 존재한다. 우리는 어쩌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한다면 당장 전 세계적 강수량 변화에 따른 농수산물 공급의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바로 사회, 경제적 불안 요소들을 나을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져야 할 과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달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개막에 맞춰 자동차 산업이 기후 위기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 '무너지는 기후: 자동차 산업이 불러온 위기'를 한국, 독일, 프랑스, 영국, 벨기에, 러시아, 헝가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 이스라엘 등 11개국에서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자동차 기업이 2018년 한해 판매한 차량이 내뿜게 될 온실가스는 유럽 연합 28개 국가에서 2017년 한 해 배출한 온실가스의 양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1위 글로벌 기업인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생산·판매한 차량이 내뿜게 될 온실가스는 4억100만 톤으로 폭스바겐, 르노닛산, 토요타, 제네럴 모터스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다.

그린피스가 자동차 업계를 상대로 지난 1991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벌이고 있는 내연기관차 퇴출 프로젝트에 올해부터 참여한 한국 역시 2019 서울모터쇼 개막에 맞춰 관련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한 지난달 15일에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 대형광고판에 검정 스티커로 '내연 기관 이제 그만'이라는 글자를 부착하고 피켓 시위를 벌이며 관련 업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린피스 측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합의한 지구 온도 상승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자동차 업계가 늦어도 2028년까지 전기차 100%로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들은 각국 정부들이 갈수록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내연기관차를 버리지 않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결국 도태될 것이며 현대·기아차도 살아남으려면 내연기관차의 생산 및 판매 중단 일정과 전기차 전환 계획을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지난달 30일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를 찾아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이인성, 최은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먼저 이인성 캠페이너는 "그린피스가 내연기관차 퇴출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 199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확장됐다. 과거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를 기점으로 영국에서 대형 캠페인이 진행됐고 이후에는 자동차 제조사가 이산화탄소 배출하는 것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정부와 기업에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캠페이너는 저희가 요구하는 것은 매우 명료하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그 이유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다. 또한 더 작고 가벼운 차 위주로 생산량을 늘리기보단 대중교통을 대신하는 모빌리티에 투자함으로써 사업구조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이로써 교통 부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린피스가 목표로 내세운 2028년까지 전기차 100% 전환이 최근 자동차 제조사에서 앞다퉈 내놓고 있는 전동화 전략 보다 너무 보수적 목표인 것 같다는 질문에는 "지난해 독일항공우주국과 교통 부분에서 지구 온도 상승 1.5℃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어들어야 하는지를 연구한 결과 유럽 시장에서 202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신규 판매가 있으면 안 되고 2028년까지는 하이브리드도 퇴출당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라고 답했다.

이어 "해당 연구는 유럽 시장에 국한된 결과이나 전 세계로 확장해 볼 때 2028년까지 모든 자동차 제조사들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부 제조사의 경우 예컨대 유럽 시장에서 디젤차 판매 중단을 주장하지만, 일부 국가에선 여전히 디젤차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국가마다 교통 부분이 차치하는 온실가스 비중은 다르다. 영국과 미국의 20% 이상을 차치하고 한국은 17%, 중국은 9%를 보인다. 이런 이유로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내용은 조금씩 다르겠으나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선 2028년을 맞추는게 중요하다. 늦어도 그 때까지는 내연기관차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만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2028년까지 전기차 전환이 이뤄지지 못하고 지구 온도 1.5℃ 목표가 지켜지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가 펼쳐지는 가와 관련된 물음에는 "기후 재앙적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더는 통제 불가능한 기후 위기 상황이 예고되고 이로 인한 기후 난민들 그리고 경제적 물질적 피해들이 상당히 클 것이다. 일부에선 인류 멸종적 위기라고까지 이야기한다. 환경과 인류에 관한 문제뿐 아니라 경제적인 부분까지 고려되고 있어 기후 위기를 막지못할 경우 세계 경제가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금융권에서 예상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양재동 현대차 대형광고판에 '내연 기관 이제 그만' 퍼포먼스를 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최은서 캠페이너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친환경차 전환을 이야기 하지만 부족하다는 내용으로 올해 서울 모터쇼 현장에서 캠페인을 벌였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중 전기차 비중은 여전히 미비한 부분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올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펼쳐진 그린피스의 활동이 국내에도 전달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현대차 광고판을 이용한 캠페인을 진행하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어 최 캠페이너는 "현대기아차가 친환경차 판매를 늘려가겠다고 주장 하지만 보고서에 기반해 봤을 때 거의 4억100만 톤에 달하는 온실가스를 내뿜는 자동차를 여전히 판매하고 있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노력도 충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진행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입을 모아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현대자동차가 보여주는 온실가스에 대한 대응이 여는 제조사뿐 아니라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클 것으로 생각되고 이를 통해 정부의 정책이 함께 변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은 "올해 국내에서도 중요한 정책들이 많이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했다. 전기차 의무판매제도와 지금도 논의 중인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등은 여전히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또 자동차 제조업체와 관련 산업계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자동차 제조사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된다. 실제로 폭스바겐 같은 경우는 지난해 전기차 전환과 관련된 선언을 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라인을 모두 전환하는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직원과 협력사에 전기차 관련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우 뚜렷한 시점을 밝히지 않고 있기에 막상 전기차로 전환되는 시점에 혼란이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 전환의 목표와 세부 전략을 공개해야 한다는게 우리의 주장이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은 전 세계에서 탄소배출을 7번째로 많은 국가다. 일 인당 배출량만 보면 독일, 영국, 일본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한지도 10년이 넘었다. 이런 이유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써 기후 위기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게 굉장히 필요한데 국내서 가장 큰 규모의 현대차가 이런 부분에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는 건 미흡한 태도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끝으로 "기후 위기 문제가 미세먼지와도 맞닿아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시민들이 관심을 쏟고 있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감축에만 국한되고 있어 이보다 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시민들이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막을 수 있는 행동은 많지 않지만, 소비로 바꿀 수 있는 행동은 분명 존재하고 내연기관 보다 전기차를 선택하는 게 그것 중 하나다. 도로에 자동차가 줄어드는 것 역시 의미가 있고 대중교통의 전기차 전환도 필요하다. 올 초부터 전기버스 전환 관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충분한 이동권을 보장 받는다면 가장 좋은 해답이 될 것이다. 다만 자동차 구매를 해야 한다면 전기차를 선택 할 수 있게 다양한 가이드 또한 제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가 기후의 이슈고 기후의 이슈를 해결해야 미세먼지를 함께 줄일 수 있음을 계속해서 이야기하려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그린피스 측 연구에 따르면 교통 부문은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주요인으로 2016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을 차지했으며 양적으로도 1990년 대비 75% 증가했다. 교통 부문 중에서도 도로 교동은 온실가스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주된 배출원 중 하나는 자가용으로 2016년 교통 배출량의 약 60%에 해당했으며 그 이후 오늘날까지 교통 부문 배출량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이 정한 지구 기온 상승폭 1.5℃ 억제를 위해선 유럽연합의 경우 내연기관차는 2025년, 하이브리드는 2028년 이후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연기관차를 전면 퇴출하기로 한 노르웨이의 정책적 선택도 이에 근거한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재생가능에너지가 전력원이라는 전제 하에 전기차 확대 보급을 통한 교통수단의 전기화가 핵심으로 손꼽인다.

관련 업계는 지난 파리기후변화협정에 서명한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지키더라도 지구는 여전히 세기말 3℃ 이상 기온이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온 상승을 1.5℃ 아래로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그 동안 탄소 증가 수준이 극단적인 기후 패턴과 맞물려 냉난방 에너지 사용 증가로 지구는 더욱 빠르게 달궈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가스 그 중 대표성을 띠고 있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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