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 속 정의선의 묘수 '순혈주의 버리고 될 놈만 키워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09.29 08:37
  • 수정 2019.09.29 08:52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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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의 손을 잡았다. 글로벌 완성차의 미래 경쟁이 격전으로 빠져 드는 가운데 2조 4000억 원이라는 투자를 통해 50%의 지분을 확보한 합작사 설립으로 매머드급 기술을 보유한 앱티브와 함께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2년 전 삼성전자가 미국 오디오 및 인포테인먼트 선두 주자인 하만을 9조 3000억 원에 인수한 것과 비견될 ‘신의 한 수’다. 

미래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움직이는 생활공간, 움직이는 가전제품으로의 대변혁을 앞두고 있다. 과거의 10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더 빨리 바뀔 정도로 기술 집적도가 높아지고 있고 쓰임새도 달라지고 있다. 자동차의 융합적인 역할과 기술적 진전이 획기적으로 변모하면서 미래의 자동차 세상을 누가 지배하는 가도 중요한 흐름이 된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차, 자율주행차, 그리고 카 쉐어링이나 라이드 쉐어링 등 공유경제의 융합으로 자동차의 미래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지난 130년간 이어져 왔던 자동차 산업 생태계도 급변했다. 자율주행차용 라이드 센서 등 고부가가치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즉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기업이 주도권을 잡고 인공지능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업은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GAFA’로 불리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그리고 아마존닷컴이 미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념하는 것도 자동차라는 융합적인 전기·전자 부품과 반도체를 움직이는 인공지능이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종의 결합이나 적과 동침 그리고 어떤 융합을 이뤄내는지가 성공의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래 자동차는 융합제품의 대표 산물인 만큼 다양한 장점을 가진 기업과의 공동 투자나 연구개발은 기본이고 합종연횡 등 다양한 산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친환경차 분야에서 상당 부분 진전을 보이며 선진국 대비 약 90% 수준에 도달했으나 자율주행차 분야는 75% 수준으로 선진국과의 격차가 4~5년으로 벌어져 있다. 특히 공유경제 분야는 이해관계와 정부의 소극적 대응으로 7년 이상 격차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이뤄진 현대차 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 설립은 긴 가뭄 끝에 내린 반가운 단비다. 합작사를 통해 현대차 그룹은 자율주행차 분야의 기술 격차를 단박에 좁힐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스템 반도체, 해외 공유경제 업체에 꾸준하게 투자하고 전기차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등을 인수해 왔지만, 앱티브의 손을 잡은 것은 그 중의 가장 큰 대어를 낚은 것과 다르지 않다. 

현대차 그룹은 정의선 체제 이후 순혈주의를 버리고 혼혈주의로 변모하고 있다. 외부의 능력 있는 해외 인재 영입이 어느 때 보다 활발하고 직급 체계와 인사를 포함한 조직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어떤 경쟁사보다 빠르게 미래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불확실성을 헤치고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나가고 있다. 현대차 그룹이 자동차 융합을 위한 적과 동침을 더욱 가속화하기를 바란다. 가성비 높은 첨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도 관심을 두기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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