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조국의 차도둑' 하이브리드차 배터리 절도 사건 급증

  • 입력 2019.09.25 10:27
  • 기자명 김이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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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차량을 상대로 한 절도 범죄는 매우 흔하다. 자동차 자체를 훔쳐가는 건 물론이고 값비싼 휠이나 차량 내부에 있는 가방, 전자제품, 귀중품 등이 범죄의 표적이 되곤 한다. 때문에 미국의 대도시에서 차 안에 가방이나 현금을 놔두는 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 중 하나다.

그러나 진보한 자동차 절도범들이 이제는 차에 장착된 고가의 부품을 노리기 시작했다. 특히 친환경차로 각광받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배터리가 새로운 절도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보급이 확대될수록 범죄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경찰과 자동차 업계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ABC7뉴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캘리포니아州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2017년식 토요타 프리우스의 배터리를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그녀는 전날 밤, 자신의 아파트 앞 노변 주차장에 차를 세워뒀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자신의 프리우스가 너덜너덜하게 분해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절도범들은 프리우스의 뒷유리창을 떼어낸 것 외에 차량을 크게 파손하지 않고 배터리 팩에 접근했다. 다른 전형적인 절도범처럼 잠금장치를 힘으로 망가뜨리거나 유리창을 박살내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범인들은 프리우스의 구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로 보인다는 게 현지 경찰의 설명이다.

이들은 문을 따고, 뒷좌석 시트를 분해한 뒤, 그 아래에 놓여진 배터리 팩을 떼어냈다. 전문 공구를 사용해 배터리 팩을 분리하고 차체와 연결된 고압선과 케이블들을 절단했다. 배터리 팩의 무게는 80kg가 넘어 성인 혼자 차량에서 꺼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현지 언론과 경찰은 최소 2명 이상의 절도범들이 개입한 것으로 추정 중이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배터리 도난 사건은 2015년 처음 발생한 이래로 꾸준히 증가세다. 절도범들은 떼어낸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암시장에 유통해 다른 차량의 수리 부속으로 판매한다. 배터리 팩은 적어도 수백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판매돼 도둑들에게는 ‘요긴한 소득원’이 된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도난 사건은 피해액도 큰 편이다. 현지 토요타 서비스센터는 최근에만 5대의 프리우스가 이러한 범죄의 표적이 됐으며, 절도범들이 빠른 탈거를 위해 안전벨트를 절단하고 배터리와 연결된 배선들을 모두 훼손하기 때문에 심한 경우 와이어링 하네스 전체를 교체하는 수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새 배터리 팩 가격을 포함한 차량 수리비는 최대 1만 달러(한화 약 1200만 원)에 달한다.

자동차 업계도 배터리 도난 사건에 대해 고심 중이다. 많은 신차가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데다,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차량이 배터리를 탑재하게 되는 와중에 고가의 배터리 절도를 막을 방법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자체가 소모성 부품의 일종이기 때문에 차체와의 결합력을 높여 분해를 힘들게 만드는 것도 곤란하다. 때문에 정비성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보안성을 높이는 것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현지 언론도 과거 배기가스 촉매가 처음 도입될 당시 고가의 촉매를 노리던 절도범들의 사례를 들어 이러한 사건이 향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를 하이브리드 자동차 보급 과정의 일시적인 진통으로 보기보단 안전을 위협하는 신흥 범죄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해당 절도범들을 추적 중이지만, CCTV 등 증거자료가 부족해 범인을 검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경찰 당국은 하이브리드 차량 차주들에게 차량을 안전한 곳에 주차하는 등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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