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불매 운동 최대 수혜자는 ‘쏘나타 · 그랜저 · G80’

  • 입력 2019.09.24 14:01
  • 기자명 김이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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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됨에 따라, 일본산 브랜드 자동차 판매량도 급감하는 추세다. 다만 기존 일본차 수요가 미국차, 프랑스차 등 다른 수입차로 이동할 것이라는 당초 전망과 달리,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국산 승용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차종은 8월 국산차 판매가 줄어드는 와중에도 20% 가량의 판매량 신장을 이뤄내 주목된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에서 판매된 일본차는 총 1398대다. 4415대를 팔아 올해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던 5월과 비교하면 불과 3개월 만에 68.3% 급감한 수치다. 브랜드 별 판매량도 일본차 5개 브랜드가 일제히 감소하면서, 일본 브랜드가 기존 판매량을 회복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차 불매 운동이 촉발되면서, 기존의 일본차 수요가 어디로 이동할 지는 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불매 운동 이전, 수입차 판매량 중 일본차의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때문에 일본차와 비슷한 차급, 비슷한 가격대에서 경쟁하는 여러 수입차 회사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마음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수입 경쟁사들의 이러한 노력의 성과는 크지 않았다. 핵심 모델인 3008, 508 등에 최대 550만 원의 프로모션을 내건 푸조의 8월 판매량은 전월과 비슷한 351대에 그쳤다. 일본차와 가장 비슷한 시장에서 경쟁 중인 폭스바겐 역시 아테온 외 모델의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판매량은 전월 대비 소폭 상승한 587대에 불과했다. 그나마 BMW만이 렉서스 ES, NX, RX 등의 수요를 일부 흡수하면서 5시리즈, X3 등의 판매량이 반등했다. 오히려 일본차 불매 운동의 수혜를 본 건 국산차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제네시스의 승용 모델들은 국산차 전체 판매량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여 일본차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8월 현대차 쏘나타는 전월 대비 16.9% 증가한 7408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랜저 역시 같은 달 4361대를 팔아 13.4% 증가했고, 기아차 K7도 9.2% 증가한 6204대가 팔렸다(모두 하이브리드 제외). 제네시스 역시 G70과 G80이 각각 1471대, 2071대 팔려 전월 대비 15.8%, 20.0% 증가했다.

8월 국산차 전체 판매량은 11만 8479대로, 전월 대비 9.7% 감소했다. 브랜드 별로 보더라도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자동차 등 5개 브랜드 모두 전월 대비 판매량이 감소했다. 이처럼 국산차 판매가 줄어든 와중에도 일부 승용 모델들의 판매가 늘어난 데에는 일본차 불매 운동의 여파가 적지 않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본차 판매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건 3000~4000만 원대 중형 세단과 SUV다. 토요타 캠리·RAV4, 혼다 어코드·CR-V, 닛산 알티마·X-트레일이 판매의 50% 가량을 차지했다. 무난한 성능과 뛰어난 내구성, 효율 좋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등을 강점으로 내세워 온 만큼, 비슷한 가격대에서 이를 대체할 만한 동급 모델은 국산차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 역시 주력 모델인 5000~6000만 원대의 ES·NX 등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이 수요 역시 일부는 BMW 등 수입차로, 일부는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로 이동한 것으로 보여진다.

반면 수입차 시장에서는 길 잃은 일본차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때 가성비를 앞세워 일본차와 경쟁했던 폭스바겐은 골프, 파사트, 티구안 등 주력 모델의 인증 및 판매가 원활하지 않아 호재에도 판매 반등에 실패했다. 푸조 역시 비슷한 가격대의 세단과 SUV를 갖춰 주목받았으나, 디젤 엔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지는 와중에 디젤로만 구성된 라인업의 한계로 일본차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

다만 하이브리드 일본차에 대한 수요는 국산차로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판매된 일본차 1398대 중 하이브리드는 1053대로 75.3%에 달했다. 하이브리드 2460대가 팔린 5월과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가솔린 차량은 1515대에서 306대로 79.8% 급감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감소폭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 수요를 지탱하는 모델은 가성비를 내세운 중형 세단과 준중형 SUV로, 불매 운동이 가열되면서 동급 국산차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 일본차는 국산차로 대체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갓 출시됐고 국산 하이브리드 라인업도 확대되는 추세라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면 나머지 하이브리드 수요의 이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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