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유럽 EV 초고속 충전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

  • 입력 2019.09.09 12:24
  • 수정 2019.09.09 12:30
  • 기자명 정호인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기아차가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전문 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투자는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보다 풍요로운 이동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이다.

유럽 전역의 대규모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탬으로써 고객에게 충전에 대한 걱정 없이 편안한 장거리 여행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는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아이오니티는 기존 급속 충전기 대비 충전 속도가 최대 7배 빠른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현대·기아차가 자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800V급 고전압 전기차 판매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초고속 충전 인프라의 확대는 충전 속도 향상과 함께 전기차 이용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미래 전기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핵심 요소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현대·기아차는 효율성을 높인 전기차 전용모델은 물론 스포츠카 수준의 고성능 전기차와 전기차 특화사양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전기차 구매자들이 차량 구매 시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충전 인프라다. 이러한 점에 착안, BMW그룹, 다임러 AG, 폭스바겐그룹, 포드 모터 등 유럽 중심의 완성차 업체 4개 사는 유럽 전역에 초고속 충전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2017년 11월 아이오니티를 공동 설립했다.

설립 이후 아이오니티는 현재까지 유럽 전역 고속도로망에 140여개의 전기차 충전소 구축을 완료하며 유럽 내 최대 초고속 충전 사업자로 입지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아이오니티가 설치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350kw급 초고속 충전기이다.

아이오니티는 2020년까지 유럽 24개국을 관통하는 주요 고속도로 내 약 120km 간격으로 총 400개의 초고속 충전소 구축을 완료, 고객이 충전에 대한 우려 없이 유럽 전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특히 아이오니티는 디지털 결제 방식과 유럽 전기차 충전 표준을 적용해 전기차 제조사에 구애 받지 않는 광범위한 호환성을 자랑한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내 전기차 판매 우위를 지속 유지하기 위해 대규모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보유한 사업자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6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 위치한 아이오니티 본사에서 각 사 경영진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략적 사업 협력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기아차 상품본부 토마스 쉬미에라 부사장은 “유럽의 핵심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유럽 전역에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 구축에 동참함으로써 우리의 확고한 전동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아이오니티와의 협업은 기존 주유 방식 보다 원활하고 쉬운 초고속 충전 경험의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이오니티의 마이클 하제쉬 CEO는 “현대차그룹의 e-모빌리티 발전을 위한 공헌으로 상당한 국제적 경험과 노하우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아이오니티가 신규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한 것은 우리의 사업이 이미 결실을 맺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계약 체결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아이오니티에 전략 투자한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기 투자 업체들과 동일한 20%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투자를 계기로 양측은 유럽 내 초고속 충전소 확대와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고객에 대한 혜택 증대를 위해 상호 긴밀한 협력을 이어간다.

현대·기아차는 2021년 이후 순차적으로 출시할 전기차 전용모델에 초고속 충전이 가능한 800V급 충전시스템을 탑재할 계획이다. 전기차의 충전 속도는 충전기의 공급 전력(kW)이 좌우한다. 높은 전력으로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에도 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충전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현재의 50~150kw급 급속 충전기를 이용하는 전기차의 경우 400V급 충전 시스템이 탑재되지만, 아이오니티가 제공하는 350kw급 전력으로 충전하려면 800V급 고압의 충전시스템이 요구된다.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단 3분 충전만으로 1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해 지는 등 충전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실례로, 코나 일렉트릭(배터리 64kwh 기준)은 100kw급 급속 충전기를 활용, 배터리 80%를 채우는데 54분이 소요된다. 하지만 800V 충전시스템이 적용된 전기차의 경우 350kw급 초고속 충전기에서 충전 시 약 15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하다. (전기차 시스템/기온 등에 따라 상이할 수 있음)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니티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초고속 충전사업 노하우를 내재화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의 초고속 충전 인프라 확보 전략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유럽은 현대·기아차 최대 전기차 판매 지역이다. 올 상반기까지 코나 일렉트릭, 아이오닉 일렉트릭, 니로 EV, 쏘울 EV 등을 앞세워 총 2만3000여대의 전기차를 유럽에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7천여대) 대비 2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기차 경쟁이 치열한 유럽에서 뛰어난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EU 국가들의 전기차 확대 정책에 따라 앞으로 유럽 전기차 시장은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21만대 수준이었던 유럽의 순수 전기차 시장은 올해 30만대 이상으로 성장이 예상되며, 2030년에는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이 20~3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는 기술 경쟁 차원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친환경 및 혁신적 이미지를 부여하는 효과가 커 주요 자동차 업체들 역시 치열한 개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유럽, 미국, 중국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상품성과 효율성, 혁신성을 극대화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을 비롯,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Rimac)’과 협업해 고성능 전기차도 개발에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리막에 1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긴밀한 협업을 통해 글로벌 고성능 전기차 시장 주도 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 특화 인포테인먼트 사양과 고객에게 맞춤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이라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