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티 시론, ‘양산차 최고속도’ 시속 490km 대기록 달성
부가티 시론, ‘양산차 최고속도’ 시속 490km 대기록 달성
  • 김이제 기자
  • 승인 2019.09.03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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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카 전문 제조사인 부가티가 또 하나의 속도 기록을 세웠다. 하이퍼카 시론을 약간 손봐 시속 490.48km(시속 304.773마일)의 최고속도를 달성했다. 양산차 기반으로는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마의 시속 300마일’ 벽을 무너뜨리며 현존 최강의 하이퍼카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부가티는 지난 8월 2일, 독일 에라-레시엔(Ehra-Lessien) 폭스바겐 그룹 테스트 트랙에서 이 같은 최고속도 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기록은 독일 TÜV의 인증을 받아 양산차 프로토타입 세계 최고속도로 공식 인정됐다.

이 프로젝트는 올해 초부터 약 6개월에 걸쳐 진행됐다. 시론 양산차를 기반으로, 최고속도 계측에 필요한 최소한의 튜닝을 거쳤다. 레이스카 설계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달라라, 시론 전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미쉐린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달라라는 시속 500km에 육박하는 속도를 내기 위한 전용 바디킷을 설계하고, 미쉐린은 파일럿 컵2 타이어를 시론의 도전에 적합하게 강화했다. 모든 타이어는 사용 전 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작은 불량 하나까지 철저히 검수했다.

8.0리터 W16 쿼드터보 엔진은 최근 공개된 한정판 ‘센토디에치’와 동일한 사양으로, 160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하도록 튜닝됐다. 순정 상태의 시론보다 100마력 강한 출력이다. 전면부는 장식을 덜어내고 공기흡입구를 키워 냉각 효율을 높이는 한편,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도록 디자인됐다. 후면부 역시 전동식 스포일러를 제거한 대신 와류를 줄여주는 ‘롱테일(long-tail)’ 바디킷을 적용해 최고속도 달성에 유리하도록 바뀌었다.

일반 시론보다 248mm 길어진 차체 끝에는 산탄총처럼 생긴 머플러가 배치됐는데, 이 설계 역시 최고속도와 관련 있다는 게 부가티의 설명이다. 센토디에치에서도 적용된 이 머플러는 일반적인 차체 하단 머플러보다 배기가스를 더 멀리 내보내 배기가스로 인해 형성된 와류가 저항을 만드는 것을 방지한다.

이 밖에도 최고속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변속기의 7단 기어비를 수정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레이저 스캔 방식의 차고 조절 시스템을 적용해 노면 환경을 읽고 최적의 지상고를 유지하도록 만들어졌다. 실내는 화려한 가죽과 금속 장식 대신 안전을 위한 롤케이지와 레이싱 버킷 시트, 동승석을 대체한 계측용 컴퓨터로 대체됐다.

운전대는 테스트 드라이버 앤디 월래스(Andy Wallace)가 잡았다. 그는 58세의 베테랑 레이서로, 숱한 수상 경력만큼이나 최고속도 계측 주행 전문으로 유명하다. 1992년 재규어 XJ220, 1993년 맥라렌 F1의 최고속도 계측 주행을 모두 월래스가 담당했다. 시속 400km 이상의 속도에서는 아무리 안전장비를 철저히 갖춰도 사고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숙련된 드라이버가 선정됐다.

이 같은 만반의 준비에도 최고속도 달성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시속 482.5km(시속 299.8마일)에 도달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이론 상 시속 300마일을 넘을 수 있었기에 여러 차례 도전이 이어졌다. 타이어, 기온, 습도 등 작은 변수에도 기록이 영향을 받았다.

경험해본 적 없는 속도 영역에 도달하는 건 하이퍼카 전문 브랜드인 부가티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일반적인 하이퍼카나 레이스카들이 코너링 성능과 고속 안정성을 위해 강력한 다운포스를 유도하는 반면, 최고속도 계측이 목적인 시론 프로토타입은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저항의 일종인 다운포스 역시 비교적 약하게 설계됐다. 때문에 초고속에서 작은 조작 실수만으로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테스트 트랙의 환경도 녹록치 않았다. 에라-레시엔 트랙은 일반 차량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히 거대한 타원형 트랙이지만, 초고속으로 달리는 시론에게는 그리 넓지 않았다. 코너 구간을 한계 속도인 시속 200km로 정확히 통과해 8.8km의 직선 주로에서 최대한 가속한 뒤 안전하게 제동하지 않으면 기록 달성이 불가능했다. 노면 포장이 바뀌는 구간의 작은 요철 역시도 시속 400km가 넘는 속도에서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어진 도전 끝에 달성한 시속 490.48km의 속도 기록은 양산차 기반 프로토타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기존 양산차 최고속도 기록인 코닉세그 아제라 RS의 시속 447.19km를 멀찌감치 따돌린 기록이다. 만약 부가티가 프로토타입과 동일한 사양의 바디킷, 엔진 등을 적용한 시론을 시판한다면 양산차를 통틀어서도 가장 빠른 속도 기록으로 인정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안전을 위해 완전 동일 사양은 아니더라도, 거의 같은 사양의 한정판 기념 모델이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슈테판 빙켈만 부가티 CEO는 이번 기록 경신과 관련해 “부가티는 처음으로 시속 300마일을 돌파한 양산차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라며, “이미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를 만드는 회사’라는 걸 여러 번 증명한 만큼, 미래에는 다른 영역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발언은 보다 트랙 퍼포먼스와 코너링에 집중한 모델이나 초고성능 세단 또는 SUV의 개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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