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지금 중요한 것은 "초기 품질보다 초기 대응"

  • 입력 2019.08.19 09:00
  • 수정 2019.08.20 07: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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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이다. 미국 유명 시장조사 전문기관 J.D 파워(J.D.POWER) 신차 초기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기아차가 현대차, 토요타 등을 제치고 일반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IQS는 90일 이상이 지난 신차를 대상으로 233개 항목에 대한 품질 만족도를 조사하고 여기에서 제기된 소비자 건수를 지수화한 것으로 순위를 정한다.

기아차는 100대당 불만 건수 70건으로 제네시스에 이어 프리미엄 브랜드를 합친 전체 순위도 2위에 올랐다. 국산차 초기 품질 만족도는 2016년 기아차가 1위에 오르면서 이 부문 경쟁자였던 일본을 제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의 순위는 렉서스와 토요타와 같은 일본 브랜드가 상위권을 독식했다. 때 맞춰 정몽구 회장이 2008년 외환위기 이전부터 밀어붙인 품질경영의 성과가 정의선 부회장으로 이어졌다는 찬사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이라는 시장에서 초기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는 전문 기관의 평가에 자만한 것일까. 최근 기아차가 출시한 모델 가운데 동급의 시장 판세를 흔들고 있는 K7 프리미어와 셀토스의 초기 품질이 삐걱 거리고 있다. K7 프리미어는 주력 트림인 2.5 스마트스트림 GDi의 시동이 지연되거나 심지어 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고 주행 중 엔진 부조 현상에 따른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셀토스는 엉성하게 조립된 헤드라이트가 시동을 걸면 부들부들 떨리고 차체의 단면마다 색상에 차이가 나는 이색(異色) 현상도 발견되고 있다. 보닛의 비정상적인 단차, A-필러 조립 불량으로 인한 플라스틱 패널의 덜렁거림 등 크고 작은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심각하게 볼 수 있고 사소하지만 있어서는 안될 결함이다.

다행스러운 것인지, 소위 뽑기 운이 있었던 것인지는 몰라도 직접 구매한 K7 프리미어(2.5)에서 같은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래도 화가 나는 것은 기아차의 품질을 믿고 제품을 구매했거나 이상 증상이 나타나고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대하는 기아차의 '초기 대응' 자세다.

기아차는 K7의 시동 지연과 꺼짐, 엔진 부조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ECU 업그레이드와 인젝터 교환 등의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조치를 이상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ECU 업데이트로 해결되는 증상이라면 지금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자동차로 얼마든지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젝터도 다르지 않다. 조립 등과 같은 공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ECU나 인젝터와 같은 프로그램이나 부품 자체에서 결함이 발생했다면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도 지금까지 팔린 모든 자동차를 대상으로 점검을 하고 조치를 하는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가 있는 자동차의 인수를 거부하는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를 '한번 당해봐라'는 심통을 부리듯 2개월 이상 후 교환 차를 출고해 주겠다는 것도 기아차답지 않다. 그런 험한 꼴을 보려고 사전 예약까지 한 '충성고객'에게 불량품 교환을 이유로 4~5개월을 기다리라고 하는 것은 수입차 업계에도 없는 일이다.

7월 판매에서 부분변경 모델인 K7 프리미어는 8173대로 승용 차종 가운데 1위에 올랐다. 셀토스(333대)는 가장 치열한 시장 소형 SUV 경쟁에서 현대차 코나(1753대)를 제치고 티볼리(3435대)에 이어 2위 자리를 꿰찼다. K7 프리미어와 셀토스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거워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초기 품질보다 기아차의 이런 초기 대응은 K7 프리미어와 셀토스로 모처럼 살아난 불씨를 모하비 부분변경과 K5 완전변경 모델로 이어가 올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당장 무상 점검을 시행하고 필요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기아차 이 바보야 초기품질보다 초기대응이 더 중요한 거야'

세계 최고 수준의 초기 품질을 갖춘 상품을 생산하면서도 여전히 고만고만한 내구 품질, 상품성 종합 만족도 순위를 끌어 올리고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으려면 품질을 높이는 것 이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축소를 하는데 급급하기 보다 대상을 키우고 마음을 담아 초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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