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기 황당 규제, 자갈 바닥도 '친환경차' 표시해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08.11 09:00
  • 수정 2019.08.11 09:20
  • 기자명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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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빠르면 올해 말 누적대수가 10만대에 이르고 내년 2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지금은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통해 세계 경쟁력 확보를 이루고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축인 미래 자동차 산업을 자리매김하기 위한 측면에서 중요한 시기다.

무엇보다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서는 실과 바늘의 관계인 충전기 보급 문제를 확실하게 진행시켜야 한다. 충전기는 공공용 급속과 완속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보급을 늘려 나가고 있지만 관련 업무 개선은 지지부진하다. 최근 관리 주체가 환경공단에서 자동차환경협회로 이관된 이후에도 여러 면에서 개선해야 할 것들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보조금 집행이 늦어지면서 관련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이 커지고 있다. 이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해마다 반복되는 현상으로 생산과 설치공사를 마쳤음에도 보조금 집행이 미뤄져 충전사업자의 자금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대다수 중소기업 충전사업자는 불가피하게 대출 등을 받아 당장의 자금난을 해결하고 있다.

두 번째는 비현실적인 업무 처리 요구다. 대표적인 것이 주차면 도색으로 ‘자갈밭’ 바닥에 친환경차 표시를 하도록 요구한다. 아스팔트 등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곳에 충전기를 설치해도 바닥면에 “친환경차” 표시의 도색을 요구해 사업자는 주차 바닥면을 따로 공사해 추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관리 대상이 아닌 아파트 단지에서도 주차 바닥면의 전체 도색을 충전 사업자에게 요구하고 입주민은 반대하면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무 기관은 규정에 따라 노면 표시를 요구한다고 하고 있으나 현실을 외면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이고 따라서 관련 규정을 당장 개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비효율적인 자료제출 요구다. 충전기 신청 고객별 전산 상 정보 입력과 입력 정보의 일치 확인을 위해 고객별 신청 및 설치와 관련한 제 서류를 PDF화 한 파일의 전산 첨부만으로 정보의 신뢰성을 확인 가능한데도 서류 보관을 위한 보관공간까지 업체가 별도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신청 및 설치 등 일체의 서류를 종이 문서의 사본으로 또 제출해야 여기에 방대한 서류 자료를 이미지파일로 정리해 추가적으로 제공을 하고 있다. 충전사업자는 같은 건으로 불필요한 중복 업무를 하게 되면서 비능률적인 업무에 인력을 배치하고 서류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까지 확보해야 한다.

외부공간을 별도로 임대하거나 외부업체에 서류를 임치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업체도 있다. 이전에 없던 불필요한 서류를 새로 업무를 담당한 기관이 방대하게 요구하는 것은 갑질 문화과 다름이 없다. 네 번째는 일정 주차면 개수에 미달하는 소규모 공동주택이나 건물에서 존재하는 충전기 사각지대다. 

현 규정상으로는 소 주차단위 구획수(주차면 개수)의 과도한 제한으로 대규모 단위 아파트와 건물에만 국가보조금 예산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서울시는 44면, 경기도는 70면, 인천시는 86면의 주차면 개수를 확보해야 충전기 설치가 가능하다. 

이런 규정으로 연립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국민의 약 30%는 충전기 설치조건에서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일부 주유소와 대형할인 마트의 충전기 설치를 위해 국가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일견 다수의 불특정 전기차 사용자를 위한 편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주차면 개수의 과도한 제한으로 소규모 공동주택과 건물을 사각지대로 만드는 것은 시정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 주무 기관에서 선정하는 충전기 검수 업체의 불투명성과 미숙성도 문제다. 충전기 검수 업체는 충전기 설치 완료 후 즉시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충전기 검수 업체에 대한 충전기 사업자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검수 업체 선정과정의 불투명성, 지연선정, 선정된 특정업체의 검수능력부족으로 설치완료 검수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전기는 검수 이후 사용이 가능하지만 이렇게 늦어지면서 전기차 이용자의 불편과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여섯 번째로 충전기 설치 개수 제한도 문제다. 예를 들면 1개 아파트 단지에 최대 10개로 충전기 설치 개수가 제한돼 있다. 100세대 100면 주차구획수를 가진 아파트의 “충전기 설치 최대 개수”나 9000세대 9000면을 가진 아파트 모두 10개만 설치할 수 있다.

9000세대를 가진 서울시 송파구의 헬리오 시티의 경우는 최악이라 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정은 보편타당성과 형평성에 숨은 있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과 국민 불편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다. 마지막으로 한국전력공사의 제도적 정리와 사업모델이다. 

최근 한전은 법적 근거가 미약한 상태에서 220V 콘센트를 활용하는 충전기용 과금형 콘센트를 공모해 빈축을 샀다. 과금형 콘센트는 고정용 공공 완속과 급속 충전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일반 콘센트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충전방법에서 중요한 해결방법의 하나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과금형 콘센트는 한전도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도전방지와 안전, 계량은 물론 해킹방지 등을 위한 안전 및 기술기준이 요구되지만 관련 기준이 전혀 마려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공모를 진행하며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전은 이제 최종 접점 측면에서 충전기 관련 사업을 하기 보다는 송·배전망 확대를 통해 일반 민간 충전사업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창출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 집단 거주지인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민간 충전 시 사업을 위한 충분한 전기에너지 공급형 송·배전망 확대는 필수요소다. 

일반 충전기 사업은 민간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수 있는 민간에게 모두 맡기고 한전은 국가 기관의 역할을 하면된다. 이렇게 충전기 관련 문제는 보이지 않는 심각한 문제가 많지만 돌아올 불이익이 두려워 상당수의 사업자는 주무 기관에 불만을 토로하지도 못한다.

환경부는 물론 주무 기관은 조속히 충전기 관련 문제점을 개선하고 더욱 전기차가 확산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여기에 한전의 역할도 다시 한번 점검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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