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차 시대는 옛말…이제 국민차는 "준대형차·중형 SUV"

  • 입력 2019.08.08 13:00
  • 기자명 김이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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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시장에서 가장 주력이 되는 모델을 ‘국민차’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시장에서 국민차의 지위를 공고히 지켜온 건 중형 세단이었지만, 최근에는 준대형 세단과 중형 SUV가 명실상부한 ‘국민차’의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큰 차들이 국민차로 자리를 꿰찬 것은 가격 변동과 트렌드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국산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중형 세단 판매량은 1만 4200대를 기록했다. 그나마도 초기 사전계약 물량을 공급 중인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8070대로 과반을 차지했다. 르노삼성 SM5와 현대차 i40 등 중형차 모델 2종이 단종 수순을 밟으면서 신차 선택지도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준대형 세단과 중형 SUV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7월 준대형 세단은 1만 4564대, 중형 SUV는 1만 5074대 팔렸다. 준대형 세단의 경우 쏘나타 물량 공급을 위해 동급 1위였던 그랜저가 감산됐지만, 기아자동차 K7 프리미어가 출시 첫 달 국산 승용차 1위에 등극하면서 중형 세단 판매량을 바짝 뒤쫓았다.

판매량으로만 보면 세 세그먼트가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사정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형 세단은 쏘나타의 1강 체제 하에 기아차 K5, 르노삼성 SM6, 쉐보레 말리부가 각각 1000~2000대 안팎의 판매량을 유지 중이다. 즉, 쏘나타를 제외하면 큰 볼륨을 차지하는 모델이 부재 상태다.

반면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그랜저와 K7이 고르게 높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중형 SUV 시장에서도 싼타페를 뒤이어 르노삼성 QM6와 기아차 쏘렌토가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복수의 모델이 높은 볼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쏘나타의 신차 효과가 사라질 즈음인 올해 말에는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쏘렌토 풀체인지 등 각 세그먼트 간판 모델들의 신차 출시가 예고돼 있어 연말로 가면서 중형차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항상 판매량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중산층의 드림카이자 국민차로 등극했던 중형 세단이 설 곳을 잃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는 트렌드 변화가 꼽힌다. 세단 소비자들은 더 크고 고급스러운 차를 선호하면서 준대형차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한편, SUV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지면서 패밀리 카 수요층이 중형 SUV로 대거 이탈했다는 분석이다.

주요 소비자층의 소득 증대와 가격 변화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구매력이 강한 3040세대의 소득이 이전보다 늘어났고, 중형 세단과 준대형 세단, 중형 SUV의 가격 격차는 적어졌다. 현재 시판 중인 중형 세단의 가격대는 2000만 원대 중후반부터 3000만 원대 중반에 포진한다. 3000~4000만 원대에 판매되는 준대형 세단, 중형 SUV와의 가격 격차는 500만 원 가량이지만, 차체가 더 크고 기본 사양이 풍부한 이들 모델은 중저가 트림 판매량이 많기 때문에 실제 가격 차이는 근소하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한국 시장만의 특성은 아니다. SUV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증가 중이며, 위축되는 승용차 시장은 경제적인 컴팩트 카와 고급스러운 대형차로 수요가 뚜렷이 갈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혼인율은 낮아지고 결혼한 부부는 아이를 여럿 갖는, 결혼과 출산의 양극화가 두드러진 것도 이러한 자동차 수요 급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극단적인 중형차 비관론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중형차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한다. 미혼 운전자는 경제적이고 개성 강한 소형차를 선호하고, 기혼 운전자는 크고 실용적인 대형차와 SUV를 선호하면서 기존에는 ‘올라운더’로 평가 받던 중형 세단이 되려 ‘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대중차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포드와 쉐보레는 각각 중형 세단 퓨전과 말리부의 단종을 예고한 바 있다. 반면 중형 세단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준대형 세단 대비 스포티한 스타일과 고급차 못지않은 첨단 편의사양을 갖춰 ‘스타일리시한 올라운더’의 콘셉트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몸집을 한껏 키우고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한 신형 쏘나타, 전형적인 중형 세단을 탈피해 4-도어 쿠페로 변모한 푸조 508 등이 사례로 꼽힌다.

한국에서 중형 세단이 여전히 ‘국민차’ 지위를 잃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준대형 세단이나 중형 SUV 대비 구입비용, 유지비 측면의 우위를 가진 데다 법인 차량, 렌터카 수요가 높아 전체 볼륨은 유지된다는 것. 특히 기아차 K5의 풀체인지와 르노삼성 SM6의 부분변경도 임박한 만큼 쏘나타 이후에도 신차효과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K5 풀체인지 모델은 올해 말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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