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차 판매 실적 '출고냐 등록이냐' 복잡한 셈법

  • 입력 2019.08.08 09:36
  • 수정 2019.08.08 09: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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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자동차 시장은 드라마틱했습니다. 완성차 업체가 발표한 판매 실적 자료에 따르면 기아차 준대형 세단 K7이 현대차 그랜저, 쏘나타를 제치고 승용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습니다. 배기가스 저감장치의 변경으로 가격 인상이 예고된 현대차 1t 트럭 포터가 1만 대 이상 팔린 것도 화제가 됐죠.

무엇보다 기아차 준대형 세단이 전무후무한 순위에 오르면서 뒷말이 나왔습니다. 골자는 10만 원의 계약금을 내면 판매가 된 것으로 보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판매 현황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고 실제로 번호판을 부착한 신규 등록 대수로 보면 K7은 판매 1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래전 자동차 업계의 영업 부서에는 감출것도 없이 누구나 알았던 은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밀어내기'였죠. 윗선에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월말이 다가오면 각 영업소에 할당된 대수만큼 가짜 계약서를 입력해 일단 출고부터 하고 이를 실적에 반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출고된 밀어내기 자동차는 이후 계약 취소 물건으로 분류돼 다음 달 혹은 더 긴 시간 방치되면서 결국 가격을 대폭 할인해 재판매되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렇게 밀어낸 자동차가 어느 주차장, 어느 곳의 노지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자주 있었죠.

이 때문에 지점장으로 발령을 받으면 1000만 원짜리 마이너스 통장부터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윗선에서 목표량에 부족한 물량을 할당하면 각 영업사원이 동원한 가짜 고객의 이름으로 계약금을 걸기 위해서였죠. 돌려주는 계약금은 없다 보니까 지점장이 자기 호주머니를 털어낸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수십 년간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던 밀어내기를 근절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런 병폐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신차 판매 대수를 출고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출고가 됐어도 계약은 해지가 가능하고 따라서 허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실제 등록된 신차를 판매 실적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죠.

수입차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입차 협회는 회원사로부터 판매 실적을 받아 공개하지 않고 국토교통부 등 정부 기관에 정식으로 신규 등록된 신차의 숫자를 실적 자료로 배포합니다. 번호판이 달린 자동차만 판매가 완료된 것으로 보는 겁니다. 굳이 신규 등록 대수를 실적으로 발표하는 이유는 수입사와 판매사가 분명하게 분리된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허수'에 노출될 공산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신규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해도 수입차는 의심을 살만한 일들이 많습니다. 중고차 사업 관계자에 따르면 "어제 나온 수입 신차가 비닐도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늘 중고차 매물로 등록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밀어내기 물량으로 의심이 되고 직원이 할인가로 구매해 중고차로 팔면서 차익을 얻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신차급 중고차가 가장 많은 브랜드는 B사라고 하네요.

따라서 수입차의 경우 계약 대수로 판매 실적을 집계하면 더 잘못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국내 완성차는 생산과 유통, 판매망을 본사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허수를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정확한 통계를 시장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에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계약이 이뤄졌고 공장에서 정상적으로 생산돼 출고가 됐으면 판매로 봐야 한다. 고객의 단순 변심으로 계약이 해지된다고 해서 판매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실시간으로 신차 등록 대수가 집계되는 요즘, 밀어내기도 없다는 요즘 굳이 계약 대수를 고집해 괜한 의심을 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등의 통계가 되는 신차 등록 대수와 완성차 업체가 매월 발표하는 판매 대수는 때에 따라서 수백 대, 아주 드물게 그 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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