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 경제 보복, 車 분야 기술적 독립 기회로 삼아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08.04 08:24
  • 수정 2019.08.04 08:26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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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차 경제보복으로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서 대부분의 소재, 부품 및 제품이 통제를 받게 되었다. 모든 산업분야가 망라되어 어디부터 문제가 터질 것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수입 지연, 불허 등 일본의 손맛에 따라 마음대로 움직이는 심각한 상황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3가지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을 시작으로 이번에 발표된 백색국가 제외는 전략적인 활용을 이유로 모든 분야에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수입·수출 다변화, 원천기술과 국내 양산은 기본이고 그 동안 소홀히 했던 소재와 부품 및 첨단 기계에 이르기까지 국산화라는 숙제를 차근차근 진행할 때다.

국민 개개인의 분노가 커지고 있고 상황에 따라 자괴감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전투 모드’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기회에 그 동안 일본 경향의 기술독립을 해결하고자 하는 단초가 되었다는 것이고 각 분야에서 얼마나 무섭게 일본의 각종 산업에 종속되어 있었는지 확실하게 인지했다는 것이다. 

여러 분야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우선 자동차 분야의 관심이 매우 높다. 지금의 자동차는 3만개의 부품이 조합된 융합제품이다.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의 총합이고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이동수단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 자동차 산업은 미쓰비시나 닛산 및 마쯔다 등 여러 일본 제작사에 의지해 발전해왔다. 지금은 독립적이어서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하지만 자동차는 철저한 경제적 산물인 만큼 부품 등 각종 시스템을 글로벌 소싱을 통하여 매입하여 사용하는 만큼 일본 제품과는 따로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지금 자동차 분야에서 두려운 부분은 부품 하나하나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 ‘내 몸인지 네 몸인지 모른다’는 것이고 그 영향이 어느 깊이인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전기 배터리용 파우치 필름이나 수소탱크용 탄소섬유, 전자회로에 많이 사용하는 적층 세라믹 커패시터(MLCC) 그리고 수소차용 스택에 사용하는 부품이나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등 많은 부분이 언급되고 있다. 

거의 전량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경우도 있고 20~30% 점유율에 머물러 있는 부품도 있다. 물론 상당 부분은 대체가 가능하고 이미 개발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국산화하면 되는 소재와 부품도 있다. 여기에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자동차 부품사 등에서 사용하는 부품 및 소재 생산을 위한 정밀공작기계다.

NC 머신이라고 하는, 공장기계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등 상당수가 일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 통제로 당장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영을 하다가 고장이 나면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할 때 문제가 발생하여 생산이 중단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자동차의 연쇄효과로 인한 중단이 자동차라는 완제품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철저한 수직 하청구조이고 연속성이 강한 제품이어서 연쇄 파동효과가 매우 크다. 예전에 피스톤링이라고 하여 엔진의 피스톤에 끼는 철재 링 하나가 문제가 된 부품사의 문제가 자동차 생산에 지연을 줄 만큼 심각한 영향으로 확대됐던 기억도 새삼 떠 오른다.

또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설사 문제가 된 부품이 발생하여 다름 부품으로 대체가 된다고 하여도 이 부품이 다른 시스템에 영향이 없는지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고 테스트하여 양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짧게는 수주부터 길게는 수 개월이 소요된다고 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당장 차량 생산이 끊어지는 아픔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품의 경우 수주에서 수 개월 치의 예비 부품이 준비되어 이러한 문제 발생은 상당기간 문제가 길어지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생산된다고 하여도 충분한 테스트 기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리콜 등 자동차 하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렇게 수많은 부품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자동차 산업에 생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가 오고 있다는 뜻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수직 하청구조인 4~5차 부품사까지 확인해 자동차 산업계의 철저한 실태파악을 하고 수입 다변화 정책과 충분히 짧은 검증을 통한 국내 수급 방법은 물론 완성차 제작사에 영향은 있는지 하나하나 냉철하게 준비를 해야 한다. 빠른 해결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길게 갈 경우 독립의 길을 가야 한다.

우리 기술은 예전과 달리 비약적인 발전과 도약을 거듭해 왔다. 수십 년 전의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독립적 뼈대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결국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확실히 일본의 기술적 종속을 벗어나는 계기가 된 것은 확실하다. 

수십 년간 일본 수출 적자를 흑자로 만드는 시작점을 이번 기회로 잡았으면 한다. 크게 보고 길게 보는 정부의 시야를 바라면서 하루 속히 빠른 정치·외교적 해결을 바란다. 지금은 우리 힘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국민적 전의’가 점차 크게 불타오르고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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