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 상반기 경영 실적 호조는 "풍요 속 빈곤"

  • 입력 2019.07.23 11:4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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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기아차 상반기 영업이익이 매우 증가했다. 현대차는 7분기 만에 분기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돌파하며 상반기 영업이익 2조626억 원, 기아차는 1조1277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26.4%, 기아차는 무려 71.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매출총이익에서 판매비와 일반 관리비를 제하고 남은 금액이다. 그만큼 경영 상황을 낙관적으로 볼 수 있는 수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풍요 속 빈곤'과 다르지 않다. 뚜렷한 빈곤 현상은 글로벌 판매가 극도의 부진에 빠진 것으로 확인된다.

현대차의 상반기 글로벌 판매는 212만629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24만 1530대보다 5.1%나 줄었다. 국내 판매(38만4113대)가 같은 기간 8.4% 증가했지만, 해외 판매(174만 2180대)는 7.7%나 줄었다. 기아차 역시 상반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138만6408대보다 3만3779대(-2.4%) 감소한 135만2629대로 부진했다.

국내 판매(24만2870대)는 9.3%, 해외 판매(110만7759대)는 0.8%가 각각 줄었다. 그런데도 경영 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난 이유는 우호적 환율이 기여한 착시다. 연초 1100원대로 시작한 환율이 지속해서 상승해 최근 1170원대까지 상승한 덕분이 가장 크다.

현대차는 SUV 판매 증가에 따른 제품 믹스의 개선과 쏘나타 신차 효과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을 했다고 말했지만,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국내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해외 시장에서는 아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팰리세이드와 신형 쏘나타는 북미, 유럽 지역에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현대차의 상반기 경영 성과는 환율 효과에 절대적으로 기인한 것이다. 하반기 전망도 현대차가 말한 것처럼 녹록치가 않다. 강대국 간 무역 갈등으로 수출 시장 여건은 악화할 것이 분명하고 일본 수출규제로 국내 소비 심리도 위축될 것이 뻔해서다.

기아차 사정도 다르지 않다. 고수익 신차종 판매가 늘었다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기아차 역시 원·달러 환율과 통상임금 충당금 환입이 가장 크게 기여했다. 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셀토스와 하반기 투입될 신형 K5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 시장 역시 녹록치가 않다.

소형 SUV가 차급, 차종 가운데 가장 치열한 시장이고 중형 세단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핵심은 현대차나 기아차나 제품을 많이 팔아낸 영업이익이 아니라는 것, 하반기 시장 장세가 상반기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호적 환율 덕분에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언제 부메랑이 될지 모르고  중국 시장의 부진, 일본의 수출규제가 친환경 차량 개발과 생산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이에 따른 내수 위축이 심화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수 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도 현대차나 기아차가 웃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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