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신 패러다임과 부품 업계의 대 위기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07.14 07:52
  • 수정 2019.07.14 07:59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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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미래가 복잡해지고 있다.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부품의 전동화, 그리고 모빌리티 쉐어링까지 다양성과 융합성에서 빠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 동안 갑의 위치에서 군림했던 글로벌 메이커는 시장과 산업의 구조가 수직 하청에서 수평 동등으로 바뀌면서 졸지에 을의 입장이 되고 있다.

우버나 그랩과 같이 세계적인 모빌리티 쉐어링 등 신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 열리면서 거대 제조사가 이들과의 합작이나 협력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자동차 생태계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전기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생산직 종사자의 대거 퇴출이 예상되고 공유경제로 인해 자동차 수요가 최대 3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 글로벌 제조사들은 필요 없는 공장을 폐쇄하고 고용 축소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올해 전 세계 전기차의 보급대수는 약 200만 대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약 9000만 대로 예상되는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전기차의 단점들이 속속 개선되고 있어 내년 400만대 등 매년 가파른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나 부품사는 이런 산업 변화에 대비하고 있겠지만 문제는 2~4차 하청 기업의 대책은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부품사 영업이익률은 1~2% 수준에 불과해 자체 연구개발 능력이 부족하고 따라서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보를 얻고 전략을 세울 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

자동차 생태계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향후 10년 내에 전체 부품사의 40~50%는 문을 닫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빠르게 변모하는 글로벌 시장을 보고 정부나 지자체의 정보센터 운영 등을 활성화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부품사의 자체적인 위기의식이 절실한 때이다. 

미래 시장과 연계성이 있는 분야인지, 내연기관차 중심인지 등을 확인하고 분류해 각 부품사의 경영 전략을 수정하는 동시에 도태될 것은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민관 펀드 조성 등을 통해 협력할 것은 하고 업종 전환이 필요한 분야인지 또는 여기에 필요한 지원과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산업의 변화에 필요한 방향을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 

수출 다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정 제조사만 바라보고 부품을 독점 공급하는 국내 기업의 수출로를 뚫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영업이익률도 최소한 4~5%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제조사가 도와야 한다. 부품사의 영업이익률이 3%를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까다로운 납품 조건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상생구조로 가야 한다. 

취약한 연구개발 능력과 양산화 과정을 도울 수 있는 산학연관 체계의 구성도 절실하다. 부품사 자체가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전국에 산재한 공공 연구기관과 지자체가 연계해 지역에 맞는 특화된 요소를 뽑아 지원해주는 제도다. 물론 중앙정부의 지원과 능동적인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이 따라줘야 한다. 

국내 경제 양대 축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지수다. 미래를 제대로 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금이 바로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요한 시기다. 완성차와 부품사는 함께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정부는 이들을 지원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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