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 3대 값, 美서도 그저 그런 '쉐보레 콜로라도'의 앞길

  • 입력 2019.07.08 08:28
  • 수정 2019.07.10 06: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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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의 콜로라도를 "지난해 미국 중형 픽업트럭 시장에서 최고의 판매성장을 기록한 픽업트럭"으로 소개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쉐보레 트럭 라인업은 콜로라도와 실버라도가 주축, 그러나 쉐보레의 장황한 설명에도 두 모델의 간극은 엄청나다. 실버라도는 연간 판매량이 50만대를 넘나들고 있지만, 콜로라도는 작년 14만대에 그쳤다. 올해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상반기 미국 시장의 주요 픽업트럭 판매량은 약 120만대, 쉐보레 콜로라도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한 5만5662대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상반기 픽업 전체 판매 순위에서도 포드 F150(37만8000대)은 변함없이 1위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서 램 픽업(23만1382), 쉐보레 실버라도(21만037대), 토요타 타코마(10만1390), GMC 시에라(8만347대) 그다음이 콜로라도(5만662대)다. 현대차 싼타페보다도 덜 팔린 수치다. 한국지엠이 8월 국내 출시를 알리며 콜로라도를 알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기대와 다르게 국내 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콜로라도는 2003년 1세대 모델이 선을 보였고 지금 판매되는 모델은 2012년 출시된 2세대 모델의 부분 변경이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버전으로 판매되고 있는 콜로라도는 국내에 가솔린 3.6ℓ V6 하나만 소개가 되고 있다. 출시할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소개되고 있는 모델은 312마력의 최고출력, 38kgf.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연비는 미국에서 19.0mpg, 우리식으로 하면 8.0km/ℓ 정도인데 국내 인증에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려 놨다. 사이즈는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과 큰 차이가 없다. 쉐보레는 콜로라도의 휠 베이스를 동급 최고로 소개하지만, 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눈으로 확인이 가능한 차이는 아니다. 외관 디자인과 실내 구성은 평범하다. 대신 픽업트럭의 용도에 최적화된 테일 게이트의 구성은 돋보인다. 그렇다면 콜로라도의 국내 판매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쟁차 렉스턴 스포츠와의 가격 비교=첫 번째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경쟁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는 2300만 원대부터 시작한다. 수동변속기고 엔진 배기량이 다르다고 얘기하겠지만 2340만 원으로 선택이 가능한 픽업트럭이 국내에 버티고 있다는 것은 거대한 암초를 만나는 것과 다르지 않다.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렉스턴 스포츠의 가격도 2600만대면 구매가 가능하다.

가솔린 3.6ℓ V6 트림의 콜로라도 미국 판매 가격은 LT(2WD) 트림 기준 3만1180달러(약 3600만원)부터 시작한다. 기본 가격에서 1000만원의 차이가 나는 경쟁 모델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콜로라도에 수입차라는 프리미엄을 보태 가격에 대한 이해를 부탁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봤을 때, 저항이 클 전망이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미국 자동차의 특성상 우리 정서로 봤을 때 기본 품목이 당연한 것들을 선택 옵션으로 제공한다. 따라서 꼭 필요한 안전 옵션 몇 개를 추가하면 쓸만한 콜로라도의 가격은 4000만 원대를 넘어서게 된다. 관세, 물류비 등이 합쳐지면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첨단사양, 안전사양…. 특별한 것이 없다=렉스턴 스포츠와 콜로라도를 객관적으로 비교해도 우세한 건, 트레일러를 좀 더 견고하게 묶어두는 것 정도밖에 없다. 외관이나 실내의 디자인은 취향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겠지만 첨단 사양이나 편의 사양은 객관적 비교가 된다. 미국 버전을 보면 6개의 에어백에 차선이탈 경고, 후방 카메라 정도가 콜로라도의 대표적인 안전 사양이다. 국내 출시 모델이 어떤 구성을 하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렉스턴 스포츠 칸은 사각지대 감지, 스마트 하이빔 등으로 구성된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가 제공된다.

AVN, 클러스터의 화려함, 기능에서도 확실한 차이가 난다. 콜로라도에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2열 시트의 바닥 아래 공간에 간단한 화물 수납이 가능한 공간이 있고 폴딩 기능도 제공이 된다. 픽업트럭을 구매하면 가장 먼저 탑을 씌우는 우리와 다르게 미국 도로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고 따라서 손상되기 쉬운 소품을 실내에 보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리 냉정하게 살펴봐도 콜로라도가 렉스턴 스포츠를 밀어낼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은 보이지 않는다.

연간 4만 대, 꽉 찬 시장에서의 경쟁=픽업트럭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도 변수다. 지난해보다 조금 늘기는 했지만, 연간 4만 대 조금 넘는 픽업트럭 시장에 콜로라도가 가세한다고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쪽은 없다. 오히려 과거의 사례로 봤을 때 픽업트럭의 수요는 이미 일정한 한계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많다. 쌍용차 관계자는 "우리는 북미 시장 처럼 픽업트럭을 화물차로 보지 않는다. 여러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SUV의 변형, 그 정도로 보는데 렉스턴 스포츠가 시장을 키울 만큼 키웠고 지금은 예전의 무쏘나 코란도 스포츠의 대체 수요로 전환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의 판세가 소형 SUV 위주로 힘이 쏠리고 있고 이런 시장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신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도 콜로라도를 더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콜로라도를 이제서야 국내 시장에 투입하는 한국지엠을 두고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시장의 불신=한국지엠이 완성차로 수입한 모델 가운데 재미를 본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는 개별 모델의 상품성이 어떻든 간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불신이 크고 선호도가 낮은 전통적인 인식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의 국가별 점유율을 보면 미국산은 9.5%, 지난해보다 상승했지만 일본(21.5%)은 물론이고 영국(9.4%)보다도 낮은 수치다.

곁들여 대형 픽업트럭임에도 승용 개념이 강한 콜로라도가 가솔린 엔진을 올린 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통상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미국 인증 연비(19.0mpg/8.0km/리터)는 국내에서 뚝 떨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지엠이 그동안 완성차로 들여와 국내에서 판매한 모델로 재미를 봤던 사례는 기억에 없다. 콜로라도 역시 돋보이는 상품 경쟁력이 없는 상황에서 매번 그랬던 것처럼 터무니없는 가격에 출시된다면 그저 그런 수입차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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