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명품 '아테온' 그래서 가장 불공평한 디젤 세단

  • 입력 2019.07.04 08:00
  • 수정 2019.07.04 17: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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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낮, 강남 모처에서 지난 5월부터 팔기 시작한 2019년형 아테온을 만났다. 아테온을 상징하는 커쿠마 옐로우 메탈릭(Curcuma Yellow), 칠리 레드 메탈릭(Chilli Red Metallic)으로 단장한 이 모델의 강렬함을 불사르며 가야 할 목적지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 인근.

그곳까지 가면서 다섯대의 아테온이 연비 싸움을 벌이기로 했다. 운전자는 모두 베테랑 자동차 전문기자였다. 무엇이든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그래서 마음이 급했던 탓에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놓쳤다. 영동대교 북단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강변북로를 서울숲 입구 교차로를 거쳐서야 진입했다.

출발 전 연비 때문에 저속으로 달리는 편법을 막자며 목적지에 가장 늦게 도착하면 아무리 좋은 기록을 내도 실격 처리를 하기로 경쟁자끼리 룰을 정했다. 초조함을 비웃듯 강변북로는 자동차로 꽉 차 있었고 더디게 가는 아테온의 연비도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강대교를 조금 지나서부터 정체가 풀렸다. 남은 거리는 40km 남짓, 지·정체가 풀리면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자 아테온의 연비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방화대교를 지나면서 17km/ℓ를 찍더니 자유로 문발 IC 직전 20km/ℓ를 돌파했다.

그러나 잘 안다. 아테온뿐만이 아니라 파사트며 골프며 폭스바겐의 디젤 세단이 이 정도의 연비로는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게다가 코스를 이탈하면서 후미로 쳐져 멋도 모르고 꽁무니를 따라온 아무개 기자와 실격을 당하는 수모를 면하려고 꼴찌에서 벗어나기 위한 경쟁까지 벌여야 했다. 

에라 모르겠다, 꼴찌는 하지 말자, 속도를 냈다. 잘 나간다. 190마력의 최고 출력, 40.8kg.m의 성능 수치는 동급의 어떤 디젤 모델도 따라잡기 힘든 것, 그만큼 경쾌하게 속도를 높여준다. 연비에 대한 신경을 끄고 속도를 낸 덕에 앞 차의 꽁무니를 잡았고 헤이리로 진입하는 성동 IC의 코너를 빠르게 공략하며 추월에 성공, 1위로 도착했다.

뭐든 한 종목에서 1등은 한 셈이다. 그런 자기 위로보다 놀라운 일이 생긴다. 계기반 연비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 제출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휴대전화 카메라를 들이댄 순간, 지금까지의 평균 연비가 22km/ℓ로 표시돼 있었다. 그렇게 달렸는데, 못해도 20분 이상 뒤쳐진 거리를 미친듯이 좁혀 마침내 추월을 하고 목적지 도착 1위를 했는데.

더 놀라운 것은 함께 연비 싸움을 벌인 아무개 기자의 기록이 26km/ℓ나 됐고 25km/ℓ가 두명, 그리고 꼴찌도 21km/ℓ를 찍었다. 폭스바겐을 아는 사람들은 그게 무슨 자랑거리냐고 할 듯하다. 폭스바겐의 이런 저런 모델 동호회를 보면 30km/ℓ를 넘겼다는 사람이 수두룩 하다. 가솔린 세단의 배(倍)가 되는 연비, 이것이 디젤의 힘이었다.

아테온을 불공평한 디젤 세단이라고 부른 이유는 생긴것, 자동차의 기본기 모두 완벽에 가까워서다.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디자인 요소와 쿠페의 우아함, 그리고 공간 활용성을 모두 결합한 새로운 모델"( 클라우스 비숍(Klaus Bischoff) 폭스바겐 디자인 총괄). 아테온은 그가 말한 것 그대로다. 

아테온은 쿠페가 갖는 정형적인 아름다움에 새로운 시도를 통해 기존의 것들과 전혀 다른 디테일을 갖추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실내의 대시보드 그리고 후면까지 이어지는 절묘한 아이덴터티다. 차곡차곡 수평의 라인을 겹겹이 쌓거나 유연하게 펼쳐 놓으면서 아테온이 보는 각도에 따라 얌전한 패밀리 세단, 쿠페, 스포츠카의 실루엣을 모두 담아낸다.

액티브 보닛이 앞쪽 휀다까지 덮어버린 구성, 입체적으로 설계된 헤드램프, 여기서 시작해 리어램프까지 일자로 이어진 볼드한 캐릭터 라인 아테온이 왜 아름다운 세단으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엔진이 전면부에 가로로 배치되는 MQB 플랫폼은 실내 공간을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꾸며냈다. 휠 베이스가 2840mm나 되고 563ℓ의 트렁크 적재량은 2열 시트 폴딩으로 1557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에어 벤트를 수평으로 길게 뺀 독특한 구성의 인스트루먼트 패널의 구성이 이채롭고 첨단 안전 사양도 잘 갖춰져 있다. 8인치 컬러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아쉽다. 크기도 그렇지만 터치에 대한 반응이 늦고 혼란스럽다. 한글화된 인포의 기능은 뛰어나지만 겹치는 것들이 제법 있어 정리가 필요해 보였다. 너무 낮게 자리를 잡은 암레스트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도 불만이다.

달리는 맛은 삼삼하다. 2.0 TDI 엔진(최고출력 190마력/최대토크 40.8kg.m)의 동력을 7단 DSG로 제어하는 동력계는 파워풀한 구동력을 일관되게 제공한다. 속도의 영역도 상관이 없다. 무엇보다 시내 주행의 저속에서 묵직하고 순발력있게 반응하고 움직이는 찰진 거동은 디젤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것이다.

움직임도 좋다. 하체의 견고함이 스티어링 휠로 뚜렷하게 전달되고 속도를 높여 방향을 틀 때, 흐트러지는 일도 없다.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 CC를 계승한 사실상의 플래그십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한편 아테온은 본격적으로 판매를 재개한 6월, 수입차 기준 월 판매량 6위 자리를 단박에 꿰찼다. 보름 남짓한 기간에 세운 기록이고 지금도 하루 평균(영업일) 30대 이상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어 이달 톱3를 바라보고 있다.

수입차가 안 팔리면 이유로 대는 물량 수급의 문제도 없단다. 아주 빠르게 출고되고 워런티 확대, 수리비 보상 등으로 구성된 트리플 트러스트 프로그램도 판매 확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아테온 하나로 버티고 있는 폭스바겐이 파사트와 티구안 또 골프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한다면 이 시장 판세, 금세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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