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다르고 아 다르다 "국산 승용차와 BMW 승용차"
어 다르고 아 다르다 "국산 승용차와 BMW 승용차"
  • 김흥식 기자
  • 승인 2019.07.03 08: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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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서구 원창동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항 터널 안에서 25t 화물차가 앞서가던 BMW 승용차를 들이받으면서 연쇄 5중 추돌 사고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도로를 달리던 벤츠 승용차에서 불이 났습니다." "울산시 울주군 웅촌면 7번 국도에서 양산 방면으로 달리던 포르쉐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며...."

최근 발생했던 자동차 관련 사고를 전한 신문과 방송 내용이다. 어제도 "부산시 만덕 1터널 입구 근처에서 35살 이 모 씨가 몰던 BMW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다 마주 오던 58살 손 모 씨의 승용차와…."라는 뉴스는 끈질기게 판다는 모 공영 방송을 통해 나왔다.

2018년 한 해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20만 건이 넘는다. 다친 사람이 30만명, 목숨을 잃은 사망자도 3881명이나 됐다. 이러니 부딪히고 뒤집히고 불이 나고 음주운전 사고가 나고 사람이 죽고 다치는 일, 그런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전하고 듣는 것은 일상이 됐다

묘한 것은 이런 사고가 날 때마다 수입차의 경우 브랜드가 노출되고 국산차는 감춰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량의 결함이나 문제가 아닌 사용자의 전적인 실수나 부주의로 발생한 사고인데도 앞의 사례처럼 BMW, 벤츠, 포르쉐는 친절하게 소개가 되고 사고를 낸 가해 차량이나 상대 차량은 화물차나 승용차 또는 국산차로 얼버무려 졌다.

범죄 피해자의 실명을 노출하면서 가해자의 신원을 밝히지 않는 격이다. 대개가 이런 식이다. 국산차는 국산 승용차, 또는 소형차, 경차 등으로 전해지고 수입차는 브랜드 심지어 모델명까지 상세하게 안내된 사례도 적지 않다. 연예인 또는 유명인과 관련된 사고는 앞 다퉈 해당 모델의 상세한 설명까지 곁들여진다.

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사고를 전하면서 수입차는 브랜드를 꼭 짚어 얘기한다. BMW가 중앙선을 넘어, 중앙선을 넘어온 화물차가 벤츠 승용차를 들이받아, 이런 식이다. 사고를 냈거나 당한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 달리던 벤츠, BMW 차량에서 갑자기 화재가 발생해 주변 교통이 통제……. 같은 상황에서 국산 차는 달리 표현한다. 달리던 화물차, 국산 승용차, 국산 SUV 아니면 A씨가 몰던 승용차 따위로...

자동차의 결함 또는 소비자의 불만 등을 전할 제조사를 밝히는 것은 같은 차종을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소비자, 또는 구매 예정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교통사고나 안전사고는 대부분 사용자의 과실이나 자동차가 아닌 다른 요인에서 발생한다. 그런데도 공영방송이나 영향력을 가진 일부 신문사는 만취한 운전자가 낸 사고, 유명 연예인의 일탈 행위를 전할 때도 BMW, 벤츠, 포르쉐 등 특정 브랜드를 꼭 짚어서 얘기한다.

현대차를 타고 빠르게 법원 청사를 빠져나갔다거나 자신이 몰던 기아차를 버리고 그대로 달아났다는 뉴스는 들어 본 기억이 없다.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년 전인 2008년 6.04%에서 2018년 기준 16.7%로 성장했다. 수입차 전체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 다음으로 비중이 높다.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수입차가 됐지만, 앞에서 열거한 사례는 수입차가 여전히 사치나 과시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고 그걸 터부시하는 정서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공정해야 할 언론이 "승용차와 화물차가 부딪쳐"가 아닌 "국산 승용차와 고급 벤츠 승용차가 부딪쳐"라고 얘기해야 하는 다른 속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제 수도권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를 전한 공영방송도 뒤에서 들이받은 가해 차는 '25t 화물차', 졸지에 사고를 당해 크게 다친 운전자는 "BMW 승용차를 타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언뜻 들으면 BMW 승용차가 잘못해 사고가 났고 그렇게 튼튼한 차를 탔는데 왜 다쳤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별것 아니라고? 사람이 다치거나 죽고 불이 나고 좋지 않은 범죄에 이용되는 등의 일에 "그냥 차"로 언급되는 것과 브랜드가 노출되는 것은 '가치와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브랜드 이미지로 보면 치명적이다. 더욱이 자기 잘못이 없는 일에서도 이런 차별을 받는다면 문제가 있다.

"현대차 쏘나타를 몰고 음주운전을 하던 A 씨가 가로수를 들이 받으면서...". 이건 사람의 잘못이지 쏘나타의 잘못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 공정성을 이유로 "승용차를 몰고 음주 운전을 하던 A 씨가 가로수를 들이 받으면서..."라고 뉴스를 전했다면 수입차가 낸 또는 당한 사고도 같은 잣대로 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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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yyuuy 2019-07-14 03:33:45
광고주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선 안되기 때문 아닐까요

손원식 2019-07-06 11:39:54
방송사 기사써내보내는것들이 "못배워서" 그래요
또는 지들은 그런차 못사고 못타니까 그냥 선망의 대상이니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