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아시아 프리미엄 브랜드의 무덤 유럽 일정 고민

  • 입력 2019.06.24 08:54
  • 수정 2019.06.24 08:5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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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0년 유럽 진출을 공언해왔던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시점 조정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에 따르면 "2020년을 유럽 진출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영국이라는 제한된 지역에 그칠 공산이 크다"라며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본격 투입, 어쩌면 영국 시장 진출도 늦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유럽 진출을 망설이는 이유는 유럽 이외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 지역에서 성공한 사례가 아직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된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의 판매는 약 324만대 수준이며 이 가운데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독일 3사가 전체 시장의 77%를 장악했다.

아시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대표하는 토요타 렉서스는 4만6000여대로 점유율 1.5%. 닛산 인피니티는 6246대로 점유율 0.2%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유럽의 프리미엄 모델 시장 전체 수요와 함께 특히 아시아 브랜드의 판매가 급감하고 있다는 데 있다. 렉서스의 2018년 판매는 전년 대비 1.5% 소폭 증가했지만 인피니티의 판매는 49.7%나 줄었다.

프리미엄 모델 수요 위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예정대로 제네시스가 2020년 서둘러 유럽에 진출하면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독일 브랜드, 여기에 볼보, 재규어, 포르쉐, DS, 알파 로메오 등 만만치 않은 기존 브랜드와도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제네시스의 유럽 진출 시기를 확정하거나 예정대로 진행하는데 부담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 뚜렷한 성과는 물론 자리를 잡고 있지 못한 북미 지역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에서 유럽 지역으로까지 전력을 분산할 여유가 없다는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현지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의 2020년 투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석이 많다. 현지 시장 분석가들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올 예정이라면 상당한 분야에서 상당한 진척이 지금 이뤄졌어야 했다"라며 "아직 얘기로만 나돌고 있어 현대차가 많은 부분에서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네시스에 경쟁력을 갖춘 디젤 모델이 없다는 점, 절대적으로 부족한 SUV 라인업 등도 내년 데뷔가 힘든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이 제네시스와 같은 새로운 브랜드에 얼마나 어려운 시장인지를 잘 안다"라면서 "주요 도시에 제네시스 체험 센터 등을 마련해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 시장은 아시아를 포함,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의 무덤으로 불리고 있다. 독일 브랜드의 위세가 워낙 강한 탓에 닛산 인피니티는 판매 부진으로 10년 공을 들인 유럽 시장에서 지난 3월 철수를 결정했으며 렉서스의 지난 20년 성과도 변변치 않은 상황이다. 혼다의 아큐라는 아예 유럽 진출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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