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파일럿'이 자율주행? 명칭만 듣고 낮잠 자고 영화 볼래

  • 입력 2019.06.21 09:13
  • 수정 2019.06.21 09:1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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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체가 경쟁적으로 탑재하는 '안전운전 보조시스템'의 명칭이 실제 기능보다 과장돼 사용되면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재 대부분의 자동차에 탑재되는 안전운전 시스템이 레벨2(운전자가 주행환경을 살피고 운전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단계) 수준에 불과한데 '오토 파일럿' 등의 명칭을 사용해 자율주행이 가능한 기술로 오인하는 운전자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미국 안전보험협회(IIHS)가 2000명의 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의 응답자가 레벨 2 시스템이 탑재된 자동차를 운전할 때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 심지어 밖의 경치를 감상하거나 잠을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IHS는 이번 설문에서 테슬라 오토파일럿, 아우디 트래픽 잼, 캐딜락 슈퍼 크루즈, BMW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 닛산 프로파일럿 어시스트 등 업체가 사용하는 시스템의 명칭만 알려주고 주요 기능에 대한 정보는 알려주지 않았다. 응답자의 상당수가 시스템의 명칭만으로 자율주행을 떠올리고 딴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오인은 테슬라가 사용하는 '오토 파일럿'에서 가장 심각하게 나타났다. 오토 파일럿이라는 명칭만으로 응답자의 48%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도 된다고 답했고 낮잠을 자도 된다고 답한 비율이 6%나 됐다. 휴대전화 통화 및 문자, 주변 경치나 비디오 등의 영상을 본다 등 나머지 5개 항목에서도 오토 파일럿이 가장 높았다.

운전보조시스템이 작동할 때 안전하다고 생각한 행동들

IIHS는 "자동운전 기술은 향상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운전자가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면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현재 자동차에 탑재되는 자동 운전 기술이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레벨 2에 불과한데도 업체가 사용하는 명칭 때문에 그 이상으로 오인하는 운전자가 많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IIHS는 지난 3월 플로리다에서 모델 3가 트럭과 충돌하면서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와 1년 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모델 X, 2016년 플로리다 모델 S 등의 사고를 예로 들고 "이들 치명적인 사고 모두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지 않고 오토 파일럿을 사용하던 중 발생한 것"들이라고 말했다.

IIHS는 "우리의 조사에서 현재 수준의 운전보조시스템은 차선을 유지하거나 속도를 제어하는 등의 기능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라며 "따라서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해야 하며 모든 자동차 업체는 초보 수준의 운전보조 시스템을 마치 자율주행에 가까운 기능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운전 보조시스템이 도로나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났을 때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능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선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앞 차량과의 간격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보다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주의나 경고를 제공해 운전자의 개입을 유도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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