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떼의 굴욕, 아반떼 신차급 부분변경에도 판매 급감

  • 입력 2019.06.17 15:00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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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와 더불어 ‘국민차’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준중형 세단 아반떼가 지난 9월 페이스리프트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분변경 이후 이렇다 할 신차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지난 달에는 아반떼AD 출시 이래 가장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업계에서는 “파격적인 디자인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형 아반떼, 사실 상 신차효과 없어… 작년보다 판매 감소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5월 아반떼는 4752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2015년 9월 아반떼AD가 출시된 이래 가장 적은 판매량이다. 월 판매대수로만 보면 구형 모델인 아반떼MD의 판매 막바지였던 2015년 1월 4357대 이후 4년 4개월 만에 가장 적은 판매량이다.

5월 한 달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9월 아반떼 페이스리프트가 출시된 이래로 판매량은 꾸준히 감소세다. 추석 명절 직후이자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신형 아반떼가 ‘신차효과’를 가장 크게 누린 작년 10월 판매량조차 7228대에 그쳤다. 오히려 페이스리프트 직전인 2018년8월 구형 아반떼AD의 월 판매량(8136대)보다도 적었다. 사실 상 신차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신형 모델이 출시된 지난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9개월 간 아반떼의 월 평균 판매대수는 5656대다. 구형이 판매됐던 전년 동기에는 월 평균 6353대가 팔렸다. 1년 만에 10.9%가 감소한 것이다. 아반떼AD 출시 첫 해였던 2015년 동기 월 평균 판매량은 9423대로, 4년 전과 비교하면 월 평균 판매량은 무려 39.9%나 감소했다. 거의 반토막 난 셈이다.

라이벌 줄고K3 판매 늘었는데… 디자인 탓?

그간 준중형 세단 시장은 아반떼의 독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더불어 쉐보레 크루즈가 단종됐고, 르노삼성 SM3도 월 판매량이 300여 대 수준으로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인자’ 기아자동차 K3도 지난해 풀체인지 전까지 월 판매량이 2000대 안팎으로, 아반떼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2세대 K3가 매력적인 디자인과 큰 차체로 인기를 끄는 와중에 아반떼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신형 K3는 출시 직후 판매량이 크게 늘어 월 평균 3000~400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월에는 3878대가 팔려 아반떼와의 격차를 800대 선까지 줄였다. 지금처럼 아반떼 판매량이 계속 줄어들면 순위가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반떼가 이처럼 부진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디자인 탓으로 분석된다. K3의 판매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리프트 직전까지 월 8000대 넘는 판매고를 올렸던 것에 비하면, 디자인이 변경된 이후부터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 더구나 타사의 경쟁 모델이 줄어들고, 아반떼 자체의 상품성이 개선됐음에도 판매량이 풀체인지 이래 최악 수준으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삼각떼’ 디자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형 아반떼는 외관 공개와 동시에 디자인에 관한 많은 논쟁이 이어졌다. 날카로운 삼각형 헤드라이트의 인상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전체적인 디자인 밸런스가 구형 모델 대비 떨어져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영업 일선에서도 “신형 아반떼의 디자인이 부담스럽다며 출시 이후에도 구형 재고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처럼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부정적으로 이어지면서 신형 아반떼 실패의 원인도 디자인 탓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과감한 이미지 변신을 위해 풀체인지에 가까운 디자인 변혁을 시도했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비호감’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고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UV 공세도 거세지는데… 아반떼 풀체인지 빨라질까?

아반떼의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신차 시장의 무게추가 세단에서 SUV로 넘어가면서, 준중형 세단 수요도 소형 SUV에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디자인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아반떼 판매량이 단기간에 반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1000만 원 대 중후반에 주력 트림이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현대차 초소형 SUV ‘베뉴’마저 출시를 앞두면서 그나마 소형 SUV 대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웠던 아반떼의 입지가 더욱 흔들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반떼는 글로벌 모델인 만큼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보다는 북미 등 해외 시장의 젊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진보적인 디자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에서의 디자인 평가는 지켜봐야겠지만 국내 시장처럼 부정적인 의견이 커지면 빠르게 풀체인지를 준비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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