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콘셉트카 #8 비운의 포르쉐 '타피로 1970'

  • 입력 2019.06.05 10:25
  • 수정 2019.06.05 10:31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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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꽃으로 불리지만 콘셉트카는 난해하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적용될 것이라는 첨단 기술의 실현 가능성까지 해석이 쉽지 않다. 콘셉트카는 판매보다 완성차 메이커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디자인은 물론, 기술의 한계도 콘셉트카에는 없다. 그래서 더 기괴하고 파격적인 콘셉트카가 모터쇼에는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소비자가 어떤 트랜드에 관심을 갖는지, 여기에 맞춰 신차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18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세계 최초로 열린 이후 지금까지 콘셉트카가 '모터쇼의 꽃'으로 불리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때문에 완성차 메이커는 과욕을 부리기도 하고 그래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콘셉트카'도 제법 등장했다.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브랜드의 무리수가 돋보인 최악의 콘셉트카를 연재한다.

#비운의 포르쉐 타피로 1970
극단적 쐐기형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해당 콘셉트카는 다름 아닌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Porsche)가 1970년 토리노 모터쇼를 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인 '타피로(Tapiro)'란 이름의 모델이다.

포르쉐 914/16의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 타피로는 세계적 자동차 디자이너로 유명한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러나 이후 포르쉐가 양산형 모델로 출시한 차량과는 어찌 된 까닭인지 전혀 닮지를 않았으며 오히려 주지아로가 1968년 알도 만토바니와 함께 설립한 이탈디자인(Italdesign)에서 내놓은 '디 토마스 망구스타(De Tomaso Mangusta)'와 더욱 유사한 모습이다.

당시 자동차 트랜드는 이탈디자인의 망구스타를 시작으로 아바스 1600 쿠페, 알파 로메오 33 등이 직선기조의 쐐기형 디자인을 연이어 선보이며 날렵한 선과 면을 강조한 디자인이 자리를 잡았다.  포르쉐의 타피로 콘셉트카는 나름 최신 트랜드에 맞춰 디자인 됐지만 양산형 모델로는 빛을 보지 못한 비운의 프로토타입에 머무른 것.

하지만 쐐기형 디자인을 기조로 걸윙 도어 방식을 채택하는 등 지금으로써도 최첨단 디자인은 눈에 띈다. 여기에 전면부 헤드램프는 접이식으로 제작되는 등 공기역학을 고려한 디자인 역시 빼놓지 않았다.

이탈디자인에 합류한 주지아로의 네 번째 프로토타입으로 제작된 콘셉트카는 포르쉐 914/16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2.4리터 6기통 수평대향 엔진이 탑재되어 220마력의 최고출력을 발휘한다. 또 걸윙 도어와 윈드스크린은 거의 보닛과 동일한 각도로 유지되는 독특한 디자인을 띄었다. 차체 크기는 전장이 4060mm에 이르며 전폭과 전고가 1760mm, 1110mm로 낮고 와이드한 형상을 이뤘다.

한편 타피로 콘셉트카는 모터쇼 출품 이후 한 개인 수집가에게 팔렸으나 1980년대 자동차 사고로 심하게 파손된 모습으로 발견됐으며 현재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탈디자인 기업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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