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메이커 합종연횡, 순수 혈통 고집하는 현대차 변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9.06.02 08:16
  • 수정 2019.06.02 08:19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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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지난 130여년의 내연기관 역사가 본격적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역시 주도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그리고 이를 뒤섞은 공유경제다. 일각에서는 CASE를 언급한다. ‘Connected’ 즉 커넥티드카, ‘Autonomous’ 즉 자율주행차, ‘Sharing’ 즉 모빌리티 쉐어링, ‘Electrical’ 즉 전동화를 뜻한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글로벌 메이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상당수의 메이커가 수천 명, 수만 명의 정리해고는 기본이고 해외 공장 폐쇄 등 미래에 대비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최근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그룹인 FCA가 르노그룹의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시너지보다 비효율적인 간섭이 많았겠지만 이제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됐다. 글로벌 시장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고 전기차 같은 중·소형차로의 개발과 보급을 촉진할 수 있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모빌리티 쉐어링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꿈꿀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제안과 움직임에 세계가 놀라고 있다. 르노는 과연 FCA의 제안에 응할 것인가? 부정적인 요소보다 앞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요소가 크기 때문에 이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르노삼성차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아직도 노사분규 중인 부산공장은 이미 르노그룹에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주어 향후 호재보다 악재의 가능성도 크다.

예전과 같이 잘 나가는 부산공장이었다면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크라이슬러나 피아트 같은 다양한 차종을 부산공장에서 생산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부산공장은 특히 혼류생산 방식으로 조건이 갖추어져 있는 만큼 상당한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11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노사분규는 이런 기회를 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르노와 FCA의 합병과 같은 일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메이커뿐만 아니라 이종간의 결합을 제안하는 파격적인 합종연횡이나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제안도 많아질 것이다. 살아남기 위한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임단협 과정에서의 노사분규,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저수익의 1고3저로 국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은 크게 악화해 있다. 각종 규제로 미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인 차량 공유 모델은 지난 6년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미래에 대비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와 구태에 매달려 죽어가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차 그룹도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첨단 전기차, 공유업체 등과 협력하고 있지만, 속도를 올려야 하고 파격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여기에 뒤처진 미래를 선도하는 연구개발 능력도 키워야 한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문제점 해결을 위한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목숨을 내걸고 전력을 다해야 한다. 현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조치를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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