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 트럭 7년/100만km '케어 +7' 꼼수는 없었다

  • 입력 2019.05.31 15:52
  • 수정 2019.05.31 17:2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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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트럭버스코리아(이하 만 트럭)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 남짓이다. 특히 덤프 시장은 절반가량을 점유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브랜드다. 잘 나가던 만(MAN)트럭이 암초를 만난 것은 2017년 12월, 유로6 모델에서 냉각수 호스에 균열과 녹물이 발생하고 주행 중 기어가 빠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서부터다.

초기 대응은 실망스러웠다. 정확한 원인 파악에 앞서 "있을 수 있다거나 소프트웨어 오류에 따른 단순 오작동"으로 보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유독 국내에서 발생하는 이 문제를 독일 본사도 대수롭지 않게 봤다. 그러나 차주 반발이 거세지고 이슈화가 되면서 만 트럭은 2018년 6월, 독일 본사가 참여하는 대책팀을 꾸리고 원인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만트럭 차주들은 차량 결함으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며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국토부 등에 리콜을 요구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만트럭이 참가하는 국내 모터쇼, 신차 출시 행사장에 어김없이 차주의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만 트럭이 결함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후 무상 수리, 자발적 리콜, 그리고 국토부의 추가 리콜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차주의 불만은 오히려 높아졌다. 리콜 수리를 받은 차량에서 같은 결함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 수리 후 연비 저하, 무엇보다 같은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차주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지난 5월 만트럭버스 그룹 요아킴 드리스 회장이 방한해 차주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국내 상황을 보고 받기에 이른다. 그리고 상용차 업계에서는 드물게 엔진과 주요 동력 계통의 무상 보증 서비스 기간을 한국에서만 7년/100만km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요아킴 드리스 회장은 "불편함을 겪고 있는 한국 고객들에게 사과한다"며 “한국 시장에서 장기적 성공을 위해서 고객 중심의 혁신을 구현해 나갈 것이며, 무상 보증 연장 결정이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꼼수로 보는 지적이 나왔다. 만 트럭이 제시한 무상 보증 기간 연장 혜택을 받으려면 매달 일정 비용을 부담하면서 유지보수 프로그램인 ‘프로핏 체크’에 가입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기 때문이다.

일부 차주는 "만 트럭이 고객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편법으로 장사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31일, 만트럭버스코리아가 무상 보증 기간 연장 프로그램 '케어 +7'의 세부 시행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그런 장삿속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차량 관리 상태가 엉망인 경우, 외부 수리 후 이상이 발견된 차, 사고 등에 따른 정비 이력이 있는 차"도 '케어 +7'에 가입을 할 수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막스 버거 만트럭버스 코리아 사장은 간단명료하게 답했다. 그는 "가능한 모든 만 트럭 고객이 프로그램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신규 구매자는 물론 기존 보유자의 가입에 특별한 조건을 달지 않고 가능한 수용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어 +7' 가입 전의 차량 관리가 어떠했는지, 수리 이력 등을 따지지 않고 정상적인 상태라면 연식에 맞춰 남은 기간 무상보증 기간 연장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만 트럭의 유로6 모델이 론칭한 2015년 5월 이후 차량을 구매해 일반 정비업소를 통해 소모품을 교환하고 수리를 받은 이력이 있어도 '케어 +7'에 가입하면 남은 3년의 기간 동안 무상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케어 +7' 프로그램 가입비 월 19만원도 부담스럽지 않다. 만 트럭이 제공하는 정기점검 서비스는 엔진오일과 필터, 케빈 필터 등의 일반적인 소모품 교환과 유압 시스템 및 필터류, 기어 박스의 오일 교체, 냉각수 교체, 액슬 오일 교체 등 일상적인 유지 보수에 필요한 것들이 모두 망라됐다. 만트럭은 '케어 +7' 프로그램의 세부 서비스를 비용으로 환산했을 때, 일반 수리시보다 약 20% 저렴한 것이라고 말했다.

7년/100만km라는 수치도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내 화물차의 주행 패턴과 거리를 계산해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주행거리가 긴 덤프 차종은 7년, 트랙터와 같이 장거리 주행을 하는 차종은 100만km 이내면 평균적으로 차령이 다할 때까지 서비스 헤택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 만 트럭의 분석이다. 이는 만 트럭 차주의 피드백과 여러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결정한 것이기도 하다. 

만 트럭은 '케어 +7'가 만 트럭 차주와의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이 만족해하고 수긍한 결과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의중 만트럭버스코리아 마케팅 홍보담당 이사는 "7년/100만km 무상 보증 서비스를 감당할 수 있는가라는 반문이 있을 정도였다"라며 '케어  +7' 프로그램을 통한 만 트럭 신뢰 회복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자동차의 여러 변수를 고려했을 때, 만 트럭의 7년/100만km 무상보증 서비스 역시 다양한 경우의 수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잡음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만 트럭이 발표한 '케어 +7' 프로그램의 세부 사항에서 꼼수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적극성을 이슈 초기에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만 트럭의 진심이 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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