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콘셉트카 #7 날개 잃은 자동차, 크라이슬러 '스트림라인 X'

  • 입력 2019.05.30 13:42
  • 수정 2019.05.30 13:43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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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꽃으로 불리지만 콘셉트카는 난해하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적용될 것이라는 첨단 기술의 실현 가능성까지 해석이 쉽지 않다. 콘셉트카는 판매보다 완성차 메이커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디자인은 물론, 기술의 한계도 콘셉트카에는 없다. 그래서 더 기괴하고 파격적인 콘셉트카가 모터쇼에는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소비자가 어떤 트랜드에 관심을 갖는지, 여기에 맞춰 신차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18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세계 최초로 열린 이후 지금까지 콘셉트카가 '모터쇼의 꽃'으로 불리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때문에 완성차 메이커는 과욕을 부리기도 하고 그래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콘셉트카'도 제법 등장했다. 모터쇼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브랜드의 무리수가 돋보인 최악의 콘셉트카를 연재한다.

#날개 잃은 자동차, 크라이슬러 '스트림라인 X'
날개만 달면 당장이라도 하늘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다만 형체만 놓고 본다면 그 어떤 자동차 보다 매끈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크라이슬러 '스트림라인 X(Chrysler Streamline X)' 콘셉트카는 1955년 토리노 오토쇼를 통해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크라이슬러 디자인 팀장 '버질 엑스너(Virgil Exner)'의 의뢰로 이탈리아의 전설적 디자이너 '지오반니 사보누찌(Giovanni Savonuzzi)'의 손에서 탄생한 해당 모델은 앞서 언급하듯 일반적인 자동차와 상당히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다. 비행기 혹은 잠수함을 연상시키는 스트림라인 X의 일부 디자인은 훗날 '테일-핀(Tail-fin)'의 모티브가 되며 자동차 역사에 당당히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스트림라인 X의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콘셉트카의 별칭인 '길다(Gilda)'와 관련된 내용으로 1946년 무성 영화 시대 '길다(Gilda)'라는 영화에 출연해 일약 스타가 된 '리타 헤이워드(Rita Hayworth)'와 관련된 것으로 당시 가장 인기는 있는 미녀 배우를 오마주하는 의미로 붙여졌다.

영화 속 리타는 매끈한 몸매와 다소 저돌적인 이미지를 통해 '라 보네트 오토미크(La Vedette Atomique)' 또는 '오토믹 스탈렛(Atomic Starlet)'으로 불렸으며 이런 이미지는 전투기의 터빈 엔진을 장착한 스트림라인 X 콘셉트카 개념과 맞아 떨어지며 그녀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스트림라인의 별칭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스트림라인 X는 본명 보다 별칭인 '길다'로 더 많이 알려졌다.

스트림라인 X의 제작은 페라리, 마세라티와 같은 이탈리아 자동차의 섀시를 제작하던 '기아(Ghia)'에 의해 '코치 빌더(coach builder)' 형태로 탄생한다. 또 차체 디자인은 자동차 엔지니어와 공기역학에 관심을 기울이던 지오반니에 의해 1950년대 전투기를 닮은 모습으로 탄생했다. 실제로 스트림라인 X는 당시로는 꽤 심열을 기울여 제작된 콘셉트카로 풍동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차량 후면부 날개를 길게 빼는 형태가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 조금 특별한 모습으로 완성됐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차체는 정사각형 튜브 섀시를 바탕으로 별도로 구성된 승객석과 차량 바닥에 공기흐름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졌다. 실내는 비행기 조정석을 닮은 구조로 2개의 클러스터와 최소한의 제어장치로 구성되고 짧은 팔걸이는 코너링 중 운전자와 승객을 고정시키는 역할을한다.

우측 대시보드 하단 5개의 각종 계기판들은 차량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는데 도움을 주며 동력계는 크라이슬러의 4기통 엔진을 탑재해 70마력의 최대 출력을 발휘한다. 단 공기역학과 당시로는 혁신적인 터빈 기술의 사용으로 최고속도는 257km/h라는 놀라운 가속력을 내뿜는다.

콘셉트카의 생김새는 기괴하지만 자동차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스트림라인 X는 첫 공개 이후 세계 유수의 자동차 전시회를 통해 소개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콘셉트카의 독특한 꼬리 날개 디자인은 훗날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의 캐딜락 '시리즈 60 스페셜'를 통해 널리 보급된 '테일-핀' 디자인을 처음으로 선보인 '할리 얼(Harley Earl)'에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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