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콘셉트카 #5 나이트 클럽카 '혼다 불야성'

  • 입력 2019.05.21 08: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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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의 꽃으로 불리지만 콘셉트카는 난해하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적용될 것이라는 첨단 기술의 실현 가능성까지 해석이 쉽지 않다. 콘셉트카는 판매보다 완성차 메이커의 실력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디자인은 물론, 기술의 한계도 콘셉트카에는 없다. 그래서 더 기괴하고 파격적인 콘셉트카가 모터쇼에는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소비자가 어떤 트랜드에 관심을 갖는지, 여기에 맞춰 신차 개발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1897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세계 최초로 열린 이후 지금까지 콘셉트카가 '모터쇼의 꽃'으로 불리며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때문에 완성차 메이커는 과욕을 부리기도 하고 그래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콘셉트카'도 제법 등장을 했다. 모터쇼에 등장했지만, 브랜드의 무리수가 돋보인 최악의 콘셉트카를 연재한다.

나이트 클럽카 '혼다 후야-조'

불야성(不夜城)으로 불리던 콘셉트카가 있었다. 일본 발음으로는 후야조(Fuya-jo), 뜻을 풀면 밤에도 대낮같이 밝게 또는 밝은 곳을 이르는 말이다. 혼다가 1999년 도쿄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후야-조는 이런 의미와 다르게 역대 최악의 콘셉트카 순위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보기 드문 모델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의 주류인 박스카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외관을 갖고 있었던 후야조에 대해 혼다는 모델명 그대로 '밤을 낮처럼 환하게 비추는, 24시간 밤샘 파티용'으로 개발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후야조의 실내는 따라서 나이트 클럽을 컨셉으로 꾸며져 있다.

계기반의 레이아웃은 DJ의 턴테이블에서 영감을 얻었고 미치도록 몸을 흔들수 있는 공간, 술이나 음료수 따위를 쏟아도 미끄러지는 일이 없게 바닥을 특수처리(PVC)했다. 취객의 토사물까지 물 한 바가지면 간단하게 씻어 낼 수 있게 한 것이다.

바닥이 낮아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지만, 주행 중에는 마치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듯 지면에 바싹 붙어 달리는 묘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두 개의 도어 안쪽에는 대형 스피커가 설치됐다. 특히 선 채로 춤을 춰도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벨트라인이 아주 높았다.

이 때문에 후야조의 외관은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의 투구 모습을 하고 있다. 후야조는 하이브리드카로 129마력을 발휘하는 999cc 배기량의 엔진과 조합됐다. 구동 방식은 전륜으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4인승 시트가 설치됐다. 

후야-조의 차체 길이는 3050mm, 너비는 1650mm에 불과했지만 높이는 1995mm에 달했고 휠 베이스는 2370mm나 됐다. 좁기는 해도 선 채로 나이트클럽의 분위기를 내는데 충분했을 공간을 확보한 셈이다. 클럽카, 뮤직카로도 불렸지만 후야조는 '다리미카(Iron-Car)'라는 혹평을 더 많이 받아 내야 했다.

그렇게 호평보다 혹평이 많았지만 혼다는 2002년까지 여러 모터쇼와 자동차 관련 전시회에 후야조를 조금씩 다듬어 등장시켰다. 어쩌면 저 시대에나 가능했을 콘셉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때라면 몰라도 음주 운전에 치를 떠는 우리의 지금 정서로 봤을 때 밤새 술을 마시고 춤을 출 수 있는 후야-조를 누구도 곱게 바라보지 않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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