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차 노조는 현대차 노조의 ‘현실 인식’을 배워라

  • 입력 2019.05.15 14:03
  • 수정 2019.05.15 14:04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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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기 이르지만, 대한민국 강성 노조를 대표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13일 현대차 노조는 ‘자동차 산업 미래 전망과 고용 변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고 내연기관차의 생산량 감소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2025년 내연기관차 생산량 57% 감소, 이로 인해 2700여명의 인력 감축이 불가피해질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는 자리였지만 현대차 노사가 4차 산업혁명으로 자동차 산업이 맞게 될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

노조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공유경제의 확산 등 자동차 산업이 맞닥뜨릴 근본적인 체질 변화와 구조적인 재편을 인식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사용자 측과 토론하는 모습 자체가 반가운 이유다. 최저임금 미달 문제를 놓고도 현대차 노조는 “초임 연봉 5200만원을 받는 현대차 노동자”가 따질 일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올해 노사 협상에서 이슈가 될 것으로 우려됐던 최저 임금 문제를 노조가 이를 곱게 보지 않는 ‘국민 정서’를 들어 논의 대상에 제외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노조는 또 고용세습으로 비난을 받았던 정년 퇴직자와 장기근속 조합원의 우선 채용 조항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다른 곳도 아닌 현대차 노조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점을 업계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통상임금 투쟁에서 유리한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노조의 전략”이라거나 “이 정도로 현대차 노조가 현실 인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7년 연속 파업을 이어온 현대차 노조가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인식하고 회사와 머리를 맛대 대응 방안을 토론하고 기득권을 먼저 포기하겠다고 나선 것을 두고 폄하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을 것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변화다.

반면 르노삼성차 노조는 전면파업을 선언했다. 사측이 전향적인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임단협이 해를 넘기고 협상조차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노조가 “현대차 수준의 처우’를 요구해서다.

르노삼성차 모기업 르노가 노조의 부분 파업이 지속될 경우 부산공장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위탁생산’의 물량을 줄일 수 밖에 없다고 수 차례 경고했지만 묵살당하고 있다. 판매는 반토막이 났고 협력사는 아사 직전에 놓여있다. 이대로라면 협상이 타결돼도 회생이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왔지만 노조는 ‘전면파업’으로 대응을 했다.

현대차 노조의 올해 임금협상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노조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르노삼성차는 더욱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임금에 대한 협상이 진전을 보이자 전환배치 문제를 들고 나왔고 외국인 사장이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는 이유도 댔다.

현대차 노조가 전향적인 자세로 앞으로의 협상에 나설지는, 그래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7년 연속 파업의 고리를 올해 끝낼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러나 더 절박한 상황에 놓인 르노삼성차의 노조가 회사를 적으로 보고 자신들의 요구만 앞세우고 지금의 위기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공멸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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