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팰리세이드 "3열에 앉았다고 서러워하지 말라"

  • 입력 2019.05.15 10:16
  • 수정 2019.05.15 10:3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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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기세가 무섭다. 월평균 6000대 이상 팔리면서 지난해 12월 출시된 직후부터 SUV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상대적으로 기아차 모하비, 쌍용차 렉스턴 심지어 싼타페, 쏘렌토와 같은 중형 SUV 판매에도 영향을 줬다. 중형 SUV 시장이 주도했던 판세를 뒤집어 버린 셈이다.

쉐보레가 트래버스 투입을 추진하고 기아차가 북미 시장용으로 개발한 텔루라이드의 국내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게 만든 것도 팰리세이드다. 지난 4월에는 싼타페와의 격차를 200대 아래로 좁혔고 현대차 전체 실적을 끌어 올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코나, 싼타페와 함께 새로운 트리플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도로에서 보면 팰리세이드의 존재감은 강력하다. 잘 팔리는 첫 번째 이유로 눈에 확 들어오는 이런 존재감을 꼽고 싶다. 전체적으로 차체 라인에 풍부한 볼륨감이 강조됐고 조밀한 것들 대신, 라인이나 면적, 하다못해 라디에이터 그릴의 패턴까지 굵고 크고 시원시원하다.

그러면서 헤드라이트와 주간 전조등을 수직으로 디자인해 균형을 맞췄다. 지금까지 세상에 없었던 독특한 외관의 설계로 완성한 굵고 강인하며 웅장한 외관, 여기에 수직과 수평으로 차체의 균형미를 절묘하게 맞춰놨다. 20"(미쉐린) 타이어, 반듯한 벨트 라인과 루프 라인의 측면 비례감도 대형 SUV답지 않게 훌륭하다.

외부에는 그릴과 윈드 실드 상단 안쪽에 여러 개의 카메라와 레이더가 보인다. 전방충돌방지보조, 차로이탈방지보조, 운전자주의경고, 하이빔보조등 첨단 지능형 주행 안전 기술인 ADAS를 위한 것들, 현대차를 몰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안전 사양은 볼보나 벤츠의 것들보다 정확하고 또 이질감 없이 작동한다.

스마트 파워 테일게이트, 낮게 설계된 러기지룸 플레어는 짐을 싣고 내리는데 유용했다. 바닥에는 부드러운 재질의 고무판을 깔아놔서 차체 손상을 예방하게 했고 2열과 3열 시트 폴딩이 가능한 버튼을 달아놨다. 많은 짐을 실을 때 버튼 하나로 3열 시트를 젖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509ℓ, 3열 시트를 접으면 1297ℓ까지 늘어난다. 경쟁 모델로 언급되는 포드 익스플로러보다 조금 작다. 아쉬운 것도 있다. 지상고가 높은 대형 SUV라면 꼭 필요한 사이드 스텝이 없다. 출고 후 별도의 작업을 해야한다. 3열 측면 창문이 밀폐형이라는 것도 아쉽다. 밀어 내든 어쨋든 아주 작게만 개방이 돼도 3열 탑승자의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

실내는 우선 시야가 좋다. 윈드 쉴드의 면적을 최대한 키우고 벨트라인을 낮춰 놔 동작을 크게 하지 않아도 전면과 측면의 시야가 충분히 들어온다. 대형 아웃 사이드 미러가 있는데도 방향 지시등을 켜면 클러스터에 좌우 측 후방 사각지대의 실시간 영상이 제공되고 어라운드 뷰 모니터를 켜면 후방 영상이 내비게이션 모니터에 나타난다.

3열이 있는 구조상 승객이 그 자리에 앉거나 짐을 가득 실었을 때 답답함을 해결할 수 있고 안전에도 도움이 되는 기능이다. 시트 촉감, 착좌감, 마무리도 무난하다. 좋은 나파 가죽에 굉장히 촘촘한 패턴을 써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좌우 에어벤트를 연결하는 라인, 원목 느낌의 우드 그레인, 대시보드까지 아주 반듯한 수평이다. 전체적으로 와이드한 레이 아웃이 사용됐다. 큼직한 버튼류의 조작감 역시 뛰어나고 운전 중 큰 동작을 요구하지 않게 배치해놨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중앙의 후측방 영상, 어라운드 뷰 모니터의 후방 영상 등은 운전 집중력을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열의 공간, 그리고 기능의 배치도 훌륭하다. 공조 장치를 따로 작동할 수 있고 열선과 통풍 기능이 있는 시트, USB 충전포트(1열 시트백 측면에 있는데 연결선이 짧으면 애를 먹을 수 있다)가 준비됐다. 완벽한 독립 공간이다. 서열에 밀려 3열에 앉았다고 서러워할 이유도 없다. 등받이의 각도를 버튼 하나로 조절할 수 있고 도어 안쪽의 컵홀더, USB 충전 포트, 에어 벤트가 적용됐다.

천장이 움푹 패어 있어 무릎이고 머리고 공간의 여유가 충분하다. 타고 내리는 것 역시 수월하다. 2열 시트 상단에 있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성인도 여유 있게 나들수 있는 개구부가 확보된다. 팰리세이드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980mm, 1975mm, 1750mm, 휠베이스는 2900mm다.

익스플로러, 파일럿 등과 비교해도 휠베이스는 가장 길다. 익스플로러 대비 전장과 전폭이 각각 80mm, 20mm가 열세지만 전고가 25mm가 낮고 휠베이스는 40mm 더 길어 외관이 더 스포티해 보이고 공간에 그만큼의 여유가 더 있다.

시승차는 디젤 2.2 엔진을 올린 모델이다.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 토크는 45.0kgf.m으로 크기에 비하면 넉넉한 수치는 아니다. 그런데도 주행 질감이 매끄럽다. 초반 가속력에서 살짝 아쉬움이 들지만 그것 뿐이다. 이후 속도의 상승감, 가속 페달에 반응하는 속도 등에서 잘 다듬어진 것들이 느껴진다. 커다란 차체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매끄럽게 움직이고 사방을 보여주는 영상 정보로 후진, 주차 모두 수월했다. 

촘촘하게 잘게 썰어 놓고 후반으로 갈수록 넓어지는 기어비의 세팅은 동력 손실을 줄이고 연비 효율성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팰리세이드는 이런 구성으로 12km/ℓ대의 연비를 기록했다. 200km 남짓한 시승이었지만 인상적인 연비다. 팰리세이드의 복합 연비는 20인치 타이어를 기준으로 11.5km/ℓ다.

서스펜션 세팅은 패밀리카 성향에 맞춰져 있다. 부드러운 특성이 2, 3열에서 느껴지고 따라서  장시간 운전을 했는데도 피로감이 적다. N.V.H. 성능도 좋고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까지 제공되기 때문에 실내 정숙성 역시 가솔린 수준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다만, 3열의 시트벨트가 차체와 부딪치는 소음은 거슬렸다. 

스포츠, 에코, 컴포트 모드 말고도 MUD, SAND, SNOW 등 험로나 험지에서 각 휠의 구동력을 배분하고 제어해 탈출을 돕는 험로 주행 모드도 있다. 이런 기능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 현대차는 자신 있으면 제공을 했으면 좋겠다. 랜드로버나 지프처럼.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도 팰리세이드의 자랑거리다. 일반적인 차선 유지나 이탈 경고, 앞 차량과 간격 유지 같은 것들은 기본이고 고속도로 안전구간이나 회전구간에서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고 앞차가 출발하면 얼른 출발하도록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총평>

연비와 정숙성, 그리고 대부분은 화물 공간 확장에 유용하게 쓰이는 3열을 완벽한 승차공간으로 가꿔놨다는 것이 팰리세이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와 함께 일반도로 고속도로, 비포장도로까지 200km 정도 주행을 하고 기록한 연비 12km/ℓ대도 만족스럽다. AWD, 20인치의 대형 타이어가 장착됐고 시승을 핑계로 험하게 다뤘는데도 이랬다.

8인승 기준 2030kg의 공차중량에도 SCR 방식의 효율적인 배기가스 저감장치, 8단 자동변속기, 공회전 제한 장치 같은 것들이 어울려서 동급 대형 SUV 가운데 꽤 높은 레벨의 연비 성능을 발휘했다. 속도와 상관없이 조용한 실내에도 높은 점수를 준다. 

누가 뭐래도 팰리세이드는 주문이 밀리고 출고가 늦어지면서 죄송하다는 안내문을 게시할 정도로 잘 나가고 있다. 상품성 전반에서 기존 구매자의 만족도가 꽤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3600만원대부터 시작을 하는 가격에 대한 저항도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왜 큰 차만 잘 팔리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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